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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보여준 야오이적 성향은 범이와 윤호 두 인물을 통해 성장이 멈춘 미소년으로 보여주었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보여준 야오이적 성향은 범이와 윤호 두 인물을 통해 성장이 멈춘 미소년으로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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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가 성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포용력이 어느 때보다 넓어지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한계선이 있지만 금지와 비금지 사이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한 미소년들의 '야오이(동성애)'적 성향이 가장 큰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안방극장이 블록버스터 '사극' 드라마로 '디워 전쟁'이 펼쳐지고 있지만 그러한 열풍이 불기 전까지 상반기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것은 노처녀도, 불륜도 아닌 미소년들의 '동성애적 성향'이다.

물론 아직까지 동성애적인 성향을 가장한 미소년들의 야오이적 성향이 짙다. 직접적으로 동성애를 그린 드라마보다 순정만화에서 볼 법한 인물들이 극중에서 튀어 나와 그들이 펼치는 소년들의 성장기에 우리는 주목했다.

그리고 그러한 것이 거부감 없이 이어질 수 있었던 것도, 직접적이기보다는 간접적으로 그러한 성향을 내포하면서 언니들의 구미를 당겨줄 만한 꽃미남들과 미소년들이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범-민라인, 우리는 성장하지 않아!

그 예로 <거침없이 하이킥>과 <커피프린스 1호점>을 들 수 있다. 두 작품은 각각 시트콤과 트렌디 드라마로 장르도 다를 뿐더러 극중 중요 인물들의 비중도 다르다. 우선 <거침없이 하이킥>이 대가족이라는 우리 전통 가족의 모습에서 균형을 잃고 변주되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다뤘다면 <커피프린스 1호점>은 순정만화의 야오이적 성향을 집중적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그러한 야오이적 성향을 먼저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요즘 드라마의 새로운 경향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그러한 미소년들의 야릇한 세계를 표현해 준 이들은 바로 범(김범)이와 민호(김혜성)이다.

이들은 비록 윤호(정일우)와 서민정(서민정) 선생의 로맨스에 가려 상대적으로 큰 바람을 일으키지 못했지만 야오이적 성향으로 <거침없이 하이킥>의 인기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윤호-범민라인은 상대적으로 다르게 표현됐다. 윤호는 선생님을 짝사랑하며 자신의 삼촌 민용(최민용)과 서민정 선생의 사랑에 가슴앓이를 하며 조심스레 고백도 해보며 성장통을 겪으며 점차 어른의 세계로 걸어 나갔다.

하지만 범민라인의 범이와 민호는 성장이 멈춘 채 유예된 미소년의 향기를 그대로 간직한 채 결말을 맞았다. 즉 그러한 성장이 없는 미소년의 모습이 야오이적 성향을 보여주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역으로 말하면 범이와 민호가 성장통을 겪으며 어른의 세계로 발을 들였다면 야오이적 성향의 판타지는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범이는 연상의 여인 유미에게 호감을 갖고, 민호는 자신의 또래로만 알고 연애를 하는 그들의 모습에서는 윤호가 서민정 선생을 상대로 하는 어른스러운 사랑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일례로 범이가 유미를 몰래 짝사랑하면서 환상의 세계에 빠져든 모습을 보면 영화 <몽정기>에서 사춘기들 소년의 감수성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더 이상 성장하지 않은 채 멈춰 있다.

그러면서도 범이와 민호의 애정 표현은 남녀의 애정표현보다 진하고 스스럼없이 이루어진다. 이를 두고 윤호는 '계집애들' 혹은 '신혼놀이'를 한다고 놀려댄다. 그들의 애정표현을 야오이적 감수성을 자극하기 위함이었으리라.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애정표현이 '퀴어'적인 감수성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딱 순정만화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야오이적 성향만 보여주고 더 이상 진보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민호가 애교스럽게 "범아~" 부르며 안기거나, 범이 또한 민호를 안아주고 격려해주는 모습을 보여줄 뿐 그 이상의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즉 <거침없이 하이킥>의 김병욱 감독은 야오이적 코드를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언니들의 구미를 당길 만한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도를 넘어서 거부감을 만들어내지 않았다. 그것을 볼 때 범민라인의 야오이 코드는 지극히 전략적으로 계산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성장이 멈춘 미소년들이 곱디고운 모습으로 브라운관에 등장해 보여준 그들의 야오이 월드는 이제껏 우리가 보지 못했던 신선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이용함으로써 <거침없이 하이킥>이 인기를 누릴 수 있는 한 축을 담당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야오이 코드를 전면에 내세운 <커피프린스 1호점>
 야오이 코드를 전면에 내세운 <커피프린스 1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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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것만 보여드리고 싶답니다!

이처럼 야오이적 성향을 한 부분에서 그려낸 드라마가 <거침없이 하이킥>이었다면 <커피프린스 1호점>은 보다 적극적으로 전면에 내세워 인기를 몰이한 야오이적 성향이 담긴 첫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커피프린스 1호점>은 원작이 로맨스소설인 만큼 그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 모두 야오이적 성향이 배어 있다. 남장여자인 은찬(윤은혜)은 말할 것도 없고, 그를 남자인 줄 알지만 자꾸만 마음이 끌려 고민하는 한결(공유)을 필두로 자상하고 따뜻한 남자 한성(이선균), 커프 3인방이라 불리는 하림(김동욱), 일본인 선기(김재욱), 힘은 세지만 위협적이지는 않은 민엽(이언)이 그렇다.

대표적으로 이들 남자 출연진들은 우선 여심을 뒤흔들 만한 미모를 가졌다. 저마다 생김새는 다르고, 외형적인 이미지는 다르지만 일단 여성들의 마음을 빼앗을 만한 미모를 갖췄다는 그야말로 '꽃보다 더 예쁜 남자'들이다.

여기에 늘 순정만화 야오이에 등장하는 가짜지만 동성애 관계인 은찬과 한결의 야릇한 로맨스는 충분히 여성들을 열광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극중에서 남자인 줄 알고 오해한 한결은 은찬에게 마음을 빼앗겨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며 병원도 가보고, 그를 밀어내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그가 내뱉은 말 한 마디!

"한 번만... 딱 한 번만 말할 거니까 잘 들어. 너 좋아해. 니가 남자건, 외계인이건, 이제 상관 안 해. 정리하는 거 힘들어서 못해먹겠으니까, 가보자, 갈 때까지. 한 번 가보자."

그 말 한 마디에 동성애 관계를 맺으며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던 은찬과 한결은 이제 연애모드로 돌입했고, 그간의 갈등은 눈 녹듯 사라지고 여성들의 환호성만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여기에 자상하고 따뜻한 남자 한성은 은찬과 유주(채정안) 사이를 방황하지만 이내 자리를 찾고 유주에게 배반했던 과오를 반성하고 일편단심인 모습을 보인다. 또 "마이 찬"을 부르짖으며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사이를 오가는 하림, 일본인으로 등장하는 선기도 비밀스러웠던 빗장을 열고 소통하기 시작했으며, 마초형을 대표하는 민엽은 일편단심 은새(한예인)을 향한 사랑도 모두가 너무나 예쁘기 그지없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극중 인물들이 모두 순정만화에서나 튀어 나올 법한 이들로 절대적으로 야오이 코드에 맞춰 그리고 있다.
 극중 인물들이 모두 순정만화에서나 튀어 나올 법한 이들로 절대적으로 야오이 코드에 맞춰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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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커피프린스 1호점>은 순정만화에서 튀어 나올 법한 인물들을 곳곳에 배치시켜 이야기를 아기자기하게 풀어냈다. 여기에다 현실적인 고민과 갈등도 모두 예쁘게 포장해 보여줘 함께 고민하는 문제를 지워버려 야오이적 코드를 최대한 활용하며 인기의 힘을 실었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그들이 보여준 예쁜 부분만을 보고 즐거워하고, 아름답다고 여기며 대리만족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극중 인물들은 결론을 맺을 때도 너무나 예쁘고 야오이적 코드를 적절하게 변주시키며 막을 내렸다.

야오이적 코드에서는 미소년들이 성장하면 안 된다. 성장은 곧 야오이적 코드에서 벗어나 어른이 되어 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극중 이들의 나이대가 20대 중후반이었지만 더 이상의 성장은 이루어질 수 없다.

그래서 <커피프린스 1호점>의 결말은 생략과 최소화로 최대한 야오이적 코드를 유지하면서 변주해 나갔다. 바리스타가 되겠다던 은찬은 유학을 가서 사진 한 장 한 장에 편지를 통해 묘사되고 어느새 커피전문점 2호점을 준비하는 한결과 커프식구들.

또한 결혼에 골인한 한성과 유주 커플도 아이 문제가 있었지만 둘의 이해로 쉽게 극복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결말로 가야 하는 그 험난한 여정이 싹둑 잘려 예쁜 부부만을 끝까지 보여준 채 끝을 맺었다.

이로써 <커피프린스 1호점>이 추구하던 야오이 월드는 무사히 해피엔딩을 누릴 수 있었다. 물론 진지함과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안방극장에서 야오이적 코드를 거부감 없이 시청자들에게 감정이입을 시킬 수 있었던 부분만으로도 <커피프린스 1호점>의 성공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결과적으로 야오이적 코드로 승부한 <거침없이 하이킥>과 <커피프린스 1호점>의 흥행 덕분으로 올 상반기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코드는 '야오이'로 선정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덧붙이는 글 | 다음 편에서는 [2007 드라마 트렌드- 노처녀들의 변주]를 이야기합니다.



태그:#야오이 , #상반기 드라마, #커프 , #거침없이 하이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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