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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탁 트인다."


출렁거리는 서해바다의 물결이 가슴에 쏙 들어온다. 결코 맑다고 말할 수 없는 바닷물이지만,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절 마당 앞까지 들어와 일렁이고 있는 서해가 그렇게 정겹게 느껴질 수가 없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마음에 바람이 들어오니, 그렇게 확 트일 수가 없다.

 

 

망해사. 바다를 바라보는 절이라는 뜻이다. 망해사의 종루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하다. 그 위에 서서 서해를 바라보는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세상을 가슴에 안았다는 푸근함을 느낄 수 있다. 세상을 담았으니, 부러울 것이 없다. 한평생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무엇을 하였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망해사는 전북 김제시 진봉면에 위치하고 있다. 절 마당 바로 아래에는 바닷물이 그대로 들어올 정도다. 절의 규모는 별로 크지 않다. 요사 채가 있고 산신당이 있다. 그리고 전라북도 문화자료 제128호로 지정되어 있는 망해사 낙서전이 있다. 절의 규모만을 볼 때에는 내세울 것이 별로 없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절이다.

 

 

세상을 겉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다. 절 마당에 서서 바다를 내려다보니 세상이 내 안에 있는 것 같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확 트인 시야가 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을 아주 편안하다. 망해사의 풍광에 마음이 포근해지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일체유심조라고 하였던가. 세상사 마음먹기 달렸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절에 들어서는데,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은 부도다. 부도란 고승들을 모셔둔 탑파다. 그것은 절의 역사를 말해주는 것이고 부도가 전해주는 이야기는 한둘이 아니다. 겉보기에는 아주 초라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치열하게 살다 가신 삶을 모두 담고 있는 것이다. 바라볼 때 겉모습이 빙산의 일각에도 미치지 못함을 실감하게 된다.

 

부도 전을 지나 절 마당으로 들어서면 너른 서해바다가 안으로 들어오니, 그렇게 감동적일 수가 없다. 바다는 마음을 닮아있다. 바다의 끝을 헤아리기 어려운 것처럼 마음 또한 그 끝을 헤아리기 어렵지 않은가. 그러나 무한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마음 또한 무한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바다를 겉모습을 보고서 바다를 알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마음도 깊은 곳까지 보기가 쉽지가 않다. 천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마음은 알지 못한다는 속언처럼 마음을 본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마음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다를 바라보면서 나를 들여다보게 된다.

 

마음을 알려면 어쩔 수 없이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볼 수밖에 없다. 마음은 실체가 없어서 볼 수가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말하는 것을 보고 마음을 짐작할 수밖에 없고 행동을 보고 이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직접 눈으로 볼 수가 없으니, 정확할 수가 없고 이해와 오해 사이를 방황하게 되는 것이다.

 

마음을 전하려는 것도 마찬가지다.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표현하는 수밖에 없다. 말로 나타내고 몸으로 나타내어야 한다. 그리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방법 이외에는 없다. 마음을 전하지 못하면 고독해서 살 수가 없다. 마음이 전해지면 행복해지고, 그렇지 않으면 당황하고 방황하게 되는 것이다.

 

 

마음을 알 수가 없어서 고통스럽고 마음을 전할 수가 없어서 슬퍼지는 것이 인생이다. 마음을 잘 알 수 있게 되면 즐거워지고 마음을 잘 전해줄 수 있게 되면 편안해진다. 마음을 알고 마음을 전하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는 것이 삶의 전부다.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 살아가는 것의 전부는 아닐까?

 

망해사에 서서 바다를 보고 나를 본다. 마음을 닮은 바다를 바라보면서 살아온 날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행복이란 결국 마음을 보는 것이고 마음을 전하는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살아오면서 얼마나 내 마음을 전하였는지 반성해본다. 마음을 챙기는데 급급한 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김제시 망해사에서 촬영


태그:#망해사,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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