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빵빵"

"뭐 하십니까?"

"아 거참 파란불인데 뭐하시냐구요?"

 

(이 상황은 도로에서 파란불인데 앞차가 안 가고 있는 경우에 운전자가 취하는 일반적인 태도임)

 

우리는 경쟁사회에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는 빨리 시험문제 풀어야 하고 직장에서는 남보다 빨리 진급해야 하고 도로에서는 차를 빨리 몰아야 한다. 심지어 술집에서 동료보다 술을 빨리 많이 마셔야 한다. 그래야 멋있고 쿨하다고 한다. 부모들도, 선생들도 모두 '빨리', '많이'를 외친다.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인정받는 시대라면서. 

 

'빨리' '많이'가 강박증이 된 시대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빨리', '많이'에 대한 일종의 강박증이 생긴다.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사회화 과정은 이런 강박증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이 사회를 살아가는 처세술이나 자신의 노하우쯤으로 받아들인다면 거의 강박증을 체득한 사람이다.

 

경쟁사회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다. 누가 누구를 승자를 만드는 것이며 누가 누구를 패자로 만드는 것인가? 주체로서 사람들이 서로 이기고 지는 것 같지만 경쟁사회가 만들어낸 강박증의 늪에 사람들이 빠진 결과일 뿐이다.

 

대한민국 1번지 서울 도심(都心)을 보라! 9월 중순 어느 저녁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태풍 나리의 영향으로 제주도와 남부지방에 피해가 많았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그날 서울 도심은 교통지옥이었다. 걸어서 20분의 거리를 버스를 탔는데, 2시간이 걸렸다.

 

비가 와서 도심이 혼잡한 것도 있었지만 도로에서의 운전자들의 강박증 때문에 도로는 말 그대로 주차장이 됐다. 주황색 신호가 들어와도 교차로를 건너가겠다는 강박증이 교통지옥의 주범이었다. 그러다 보니 차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교차로를 막아 다른 쪽 방향의 차들도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돼버린 것이다.

 

인도(人道)도 도로에 뒤지지 않는다. 인도는 대부분 상인의 강박증에서 비롯되는데 인도를 상품으로 점령해 버린다. 또 인도를 고객주차장으로 점령해 버린다. 이쯤 되면 인도는 보행자를 위한 길이 아니라 상인들의 상품 전시공간이다. 인도에는 보행자는 없고 버려진 양심만 있다.
 

 
주차장도 마찬가지다. 건물이나 아파트 장애인전용 주차장은 양심불량 차량들이 즐비하다. 운전자의 강박증이 양심을 마비시켜 버린 결과다.
 
 
강박증 시대의 사회구성원, 국가의 역할
 
사회구성원들의 강박증이 전적으로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자기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고 좋은 강박증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강박증이 만들어내는 결과가 제로섬게임(zerosum game) 이론처럼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계층에게는 상당한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휠체어 장애인이 위 사진과 같은 인도를 비장애인 보행자처럼 요리조리 피해서 다닐 수 있겠는가?
 
국가도 경쟁사회에서 구성원들이 나쁜 강박증에 빠지지 않도록 공정하고 공평한 경쟁규칙을 지키도록 철저히 감독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경쟁의 기회가 사회적 약자계층에게도 차별 없이 주어질 수 있도록 제도개선에 앞장서야 한다.

태그:#경쟁사회, #버려진 양심, #강박증, #장애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