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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바퀴로 가는 실크로드>
 <네 바퀴로 가는 실크로드>
ⓒ 랜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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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라는 단어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사전적인 정의에만 국한한다면, 실크로드는 단지 동방과 서방 사이의 교역로일 뿐이다.

하지만 실제로 '실크로드'는 이보다 더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실크로드는 수많은 대상들이 지나갔던 길이자, 이제는 유적으로만 남은 과거의 문명이다.

동방과 서방이 만났던 장소이자, 끝없이 펼쳐진 사막과 초원을 건너가는 길이기도 하다. 현장 삼장이 천축으로 향했던 길이면서, 고선지 장군이 서역 정벌의 사명을 띠고 파미르 고원을 넘어서 행군했던 곳이기도 하다.

실크로드는 '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길이다. 그 길에는 수백 마리의 낙타를 몰고 지나갔던 대상들의 꿈이 있고, 강제로 조국을 떠나야 했던 여인들의 눈물이 있다.

이제는 폐허로 변해버린 유적에서 과거의 영화를 상상하고, 숨 막히는 사막에서 한줄기 오아시스를 그릴 수 있는 곳이다. 실크로드의 매력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표현해보면 어떨까.

'과거를 꿈꾸게 해주는 곳'.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많은 여행자들이 너도나도 이 실크로드로 몰려가는지 모른다. 전세기를 타고 패키지여행을 즐기는 사람도 있을 테고, 현지인들과 어울려서 기차나 버스를 타고 여행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프랑스의 베르나르 올리비에처럼 걸어서 여행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자전거나 오토바이로 모험을 떠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륜 구동으로 중국 땅을 횡단한 이야기

<네 바퀴로 가는 실크로드>의 저자 오창학씨는 특이하게도 자신의 자동차를 가지고 실크로드를 여행했다. '실크로드'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실제로 그가 여행했던 장소는 그보다 더 넓다. 인천에서 차를 배에 싣고 중국의 텐진에서 내린 이후부터 자동차여행을 시작한 셈이다. 그러니까 그는 텐진에서 카슈가르까지, 중국을 자신의 자동차로 횡단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어떻게 가능했을지는 나중 문제다. 자신의 자동차로 중국을 여행하면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우선 가고 싶을 때 가고,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 될 것이다. 오창학씨의 차는 2005년식 무쏘였다. 힘 좋은 4륜 구동이기 때문에, 지형에 큰 구애를 받지 않고 가고 싶은 장소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많은 짐과 텐트를 실을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숙식의 문제도 비교적 융통성 있게 해결할 수가 있을 것이다.

단점이 있다면 자신의 차를 중국으로 가져가기 위해서 많은 절차와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우선 사륜 구동을 장거리 여행에 맞게 개조해야 한다. 중국에서 운전을 하기 위한 임시번호판을 발급받고, 중국 여러 부처의 운행허가서도 발급받아야 한다. 거기에 더해서 수출입 통관절차까지 고려한다면 준비과정만으로도 진이 빠질지 모른다.

현지사정을 파악한 후에 세심한 사전준비 역시 필요하다. '사전준비'라는 말에는 거의 모든 의미가 담겨 있다. 현지의 도로사정은 어떤지, 기름값은 얼마나 하는지, 기름의 정제상태는 어떤지 등을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느 구간이 비포장 도로인지, 타이어가 펑크 나거나 급한 정비가 필요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최악의 경우 사막 한가운데에서 차가 퍼지면 어떻게 해야 할지 등에 대한 대처방안도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한다. 텐진에서 출발한 이후부터는 언제 어디서나 차와 도로의 상태에 많은 신경을 집중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그런 여행인 셈이다.

이런 것 말고도 문제는 더 있다. 오창학씨 일행은 무쏘 2대에 6명의 인원, 조선족 가이드까지 총 7명의 인원으로 구성되었다. 여러 명의 인원들이 함께 오랫동안 먼 길을 나서면 사람들 사이에서 크고 작은 불화가 생기게 마련이다. 이런 어려움을 모두 감수하고 인내하면서 중국을 자신의 자동차로 횡단한다는 것은 시도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일일 것이다.

중국을 자동차로 달리는 상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오창학씨의 <네 바퀴로 가는 실크로드>는 바로 그 여행과 모험에 관한 기록이다. 자동차와 여행에 빠져 살던 그는 부인과 함께 사륜 구동 지구여행을 계획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단계로 2006년 여름, 자신의 차로 약 40일간 중국을 여행한 것이다.

물론 그의 여행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여행을 시작하자마자 타이어가 펑크 나기도 하고, 사막의 어둠 속에서 운전을 하다가 다른 차와 부딪혀서 한쪽 옆 거울이 박살나기도 한다. 사막에서 야영을 하면서 며칠 동안 빵과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때로는 일행들에게 분통을 터뜨리기도 한다.

이 여행에는 이런 모든 어려움을 보상해 줄만 한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사막에서 쏟아지는 별들, 따뜻하고 친절한 현지인들, 끈끈한 일행들 간의 유대감, 폐허가 된 유적에서의 한때,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준비해온 여행을 현실로 옮긴다는 벅찬 심정이 있었을 것이다.

2007년에는 '한·중 자동차 여행 자유화 협정'이 체결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중국을 자동차로 여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절차가 간략해지고, 비용도 대폭 줄어들게 될 것이다. 자동차와 오프로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기회에 한번 중국을 자신의 차로 누벼보는 것은 어떨까.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육지의 바다, 사막. 그곳을 자동차로 달리는 기분. 상상만으로도 가슴 벅차 올 것이다. 물론 이렇게 커다란 모험을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꿈을 간직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 꿈이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오창학씨의 표현처럼, 오랫동안 꿈을 좇는 자는 어느새 그 꿈을 닮아가는 법이다.


네 바퀴로 가는 실크로드 - 내 차로 떠난 실크로드&타클라마칸 14,000km

오창학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2007)


태그:#실크로드, #자동차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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