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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이라고 하면 화려한 도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홍콩은 우리나라 일부 사람들처럼 안전에 문제가 없어 아직 더 쓸 수 있는 건물임에도 부수고 재개발하는 일은 안 하는지, '저 건물 혹시 무너지지나 않을까' 싶을 정도의 매우 허름한 외관의 건물도 상당수 보였다.

홍콩은 가까이 보이는 허름한 건물과 멀리 보이는 새 건물이 함께 하는 사진의 모습처럼, 도시 전역에 낡은 건물과 새 건물이 공존한다.
▲ 낡은 건물과 새 건물이 공존하는 홍콩 시내 홍콩은 가까이 보이는 허름한 건물과 멀리 보이는 새 건물이 함께 하는 사진의 모습처럼, 도시 전역에 낡은 건물과 새 건물이 공존한다.
ⓒ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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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1 공항버스를 타고 침사추이로 오는 도중, 육지로 온 뒤로는 이러한 허름한 건물과 새로 지은 건물이 이루는 묘한 조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비록 건축 전공은 아니지만 인접 분야인 토목을 전공하는 나는 이러한 풍경을 놓칠세라 칭마교와 캅쉬문교를 지날 때처럼 카메라를 들어 연신 찍기 시작했다.

카오룽(구룡, 九龍)반도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인 몽콕, 야우마테이, 조던, 침사추이 일대를 잇는 '네이던 로드(Nathan Road)'를 달려 침사추이 정류장에서 내릴 때까지 계속된 사진찍기. 너무나 허름한 옛 건물과 새 시대의 디자인을 머금은 새 건물의 조화, 한국과 다른 간판 부착 방식 등이 독특했다.

홍콩의 거리는 지금 보는 네이던 로드처럼 도로 위로도 간판이 즐비하여, 한국과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 도로 위로 간판이 즐비한 홍콩 거리 홍콩의 거리는 지금 보는 네이던 로드처럼 도로 위로도 간판이 즐비하여, 한국과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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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에 닿은 뒤 버스는 약 15분 정도를 달려 침사추이 정류장에 도착했다. 사진 찍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15분이었기에 급하게 내려 조금 불안하기도 했지만 별 일은 없었다. 우리는 짧지만 긴 1박 3일간 여행 중 머무를 숙소인 침사추이 인근의 4성급 호텔인 '스탠포드 힐뷰(Standford Hillview) 호텔'로 걷기 시작했다.

'카드깡'을 권하는 호텔?

4성급 호텔이라는 스탠포드 힐뷰 호텔. 여행 가이드 책자 및 지도에 표시가 되어 있는 바로는 침사추이역에서 북동쪽에 위치해 있다. 지도 보는 것이 '취미'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어 하는 내게, 홍콩 지도를 보는 것이 어렵거나 어색하지만은 않았다. 다만 왕복 2차선 도로인 '킴벌리 로드(Kimberley Road)'를 지나며 호텔이 킴벌리 로드에서 경사가 40˚는 되는 위치에 있다는 것에 당황했을 뿐.

짧지만 긴 이번 1박 3일간 여행 중 머무를 숙소인 침사추이 인근의 4성급 호텔. 이름처럼 언덕(Hill)에 위치해 있다.
▲ 스탠포드 힐뷰 호텔 짧지만 긴 이번 1박 3일간 여행 중 머무를 숙소인 침사추이 인근의 4성급 호텔. 이름처럼 언덕(Hill)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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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은 내 이름과 1편에서 두 달 전에 홍콩에 왔다고 언급했던 예은이(김예은) 이름으로 각각 1방씩(남, 여) 총 2방이 예약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머지 둘은 로비 소파에서 쉬고 나와 예은이만 호텔 프론트에서 체크인을 하게 됐다. 그런데 호텔 프론트에 있는 직원으로부터 갑자기 당황스러운 요청을 듣게 됐다. 당 호텔에 숙박할 때 신용카드를 꼭 맡겨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체크카드만 만들어 사용했던 터라 신용카드가 있을 리 없었고(단, 만일을 대비해 해외에서도 신용카드처럼 사용 가능한 모 은행의 체크카드는 소지하고 있었다), 예은이 또한 신용카드가 없었다. 그러나 마침 이번 홍콩 여행 전까지 일본을 두 달 가량 여행하며 만약을 대비해 신용카드를 만들었던 국희(문국희)에게 신용카드가 있었고 조금 껄끄럽긴 했지만 맡기게 됐다.

매스컴에 몇 차례 등장할 정도로 '해외여행의 달인'인 종규(박종규)를 통해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홍콩 호텔이 신용카드 유치를 요구하는 이유는 '사후분실품의 사전계산' 및 '룸서비스물품 대금결제' 때문이라고 한다. 신용카드로 선 결제 후 차후 분실물과 사용물품이 없으면 결제한 금액만큼 돌려준다고 한다. 오랜 관행이라 해도 '카드깡'을 하는 것 같아 솔직히 기분이 좋진 않았다.

조금 넓은 방에 침대 두 개 옆에 보조침대 1개를 놓아, 3인 1실로 사용하였다.
▲ 1박 3일의 여행기간동안 생활한 객실 조금 넓은 방에 침대 두 개 옆에 보조침대 1개를 놓아, 3인 1실로 사용하였다.
ⓒ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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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홍콩에서 통용되는 언어로, 영어로는 '캔터니즈'라고 불리는 광둥화(광동화, 廣東語)는 물론, 중국 표준어로 영어로는 '만다린'으로 불리는 푸통화(보통화, 普通話)도 전혀 말하지 못하며, 영어마저 서툰 우리를 위해 성심성의껏 얘기하려 모든 수단을 다 해 노력하는 호텔 직원들이었기에 좋지 않은 기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작지만 깔끔하고 아늑한 방에 들어서며 기분은 완전히 풀렸다.

외식을 많이 하는 홍콩인, 이유가 있었다!

방에 짐을 풀었다. 1편에서 언급한 대로 총 6명이 가는 이번 여행은, 항공기 티켓을 구하기가 어려워 08시 50분에 출발하는 CX413편을 통해 나를 포함 4명, 10시 20분에 출발하는 CX417편을 통해 2명으로 나눠 홍콩으로 오게 되어 있었다.

뒤에 도착하는 2명을 기다린 후 점심을 함께 먹자니 심히 배가 고팠다. 그리고 CX417편은, 홍콩 시각으로 13시 05분 도착(한국시각 14시 05분)이기에 분명 기내식이 정식으로 나올 것이었다. 결국 우리 넷은 먼저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그 때의 시각은 홍콩시각 13시 10분으로 한국시각은 물론 홍콩시각으로도 점심 식사 시간이 끝날 무렵이었다. 차후에 확인해 보니 실제 1편에서 본 우리의 '약식' 기내식과는 달리 '정식' 기내식이 나왔다. 또한 이후부터는 특별한 언급이 없는 한 홍콩시간을 사용한다.

토요일 오후라 그런지 관광객 손님과 가족단위 손님이 많이 보였다.
▲ 홍콩의 대중형 식당 내부 토요일 오후라 그런지 관광객 손님과 가족단위 손님이 많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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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처럼 언덕(Hill)에 위치한 호텔을 나와 다시 킴벌리 로드를 걷는다. 이전과 달라진 것은 짐이 사라졌다는 점. 호텔에 오기 위해 킴벌리 로드를 걸으며 식당 몇 개를 눈여겨보았는데, 그 중 가장 저렴할 것 같으면서 사람이 많은 식당을 찾아 들어가게 되었다.

각 테이블마다 간체자가 적힌 메뉴판만 있었다. 한자와 꽤 다른 간체자였고 더군다나 음식 이름이었기에 도저히 뭐가 뭔지 감이 오지 않았다. 소고기(牛肉), 돼지고기(肉), 닭고기(鷄) 정도만 감이 왔을 뿐이었다. 혹시나 싶어 영어 메뉴판을 부탁했다. 다행히도 영어 메뉴판은 있었고, 사진이 있는 극소수의 음식을 빼곤 정확히 어떤 음식인지 파악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어떤 음식인지 감은 잡을 수 있었다. 나는 HK45$(홍콩달러)의 '달콤한 돼지고기 요리'를, 다른 셋은 HK25$ 전후의 식사를 주문했다.

홍콩에서 대중적으로 이용하는 수준의 식당의 메뉴판이다. 상당수의 음식이 한국 돈으로 3,000원 이내에서 가격대가 책정되어 있다. 가벼운 수준의 '요리'를 시켜도 5,000원을 넘는 경우는 드물다.
▲ 홍콩 식당의 메뉴판 홍콩에서 대중적으로 이용하는 수준의 식당의 메뉴판이다. 상당수의 음식이 한국 돈으로 3,000원 이내에서 가격대가 책정되어 있다. 가벼운 수준의 '요리'를 시켜도 5,000원을 넘는 경우는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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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식당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가격이었다. 메뉴판에 기재된 100가지가 넘는 음식 중 HK40$(한화 5000원 정도) 이상의 음식은 찾기 힘들었고, 대부분의 음식은 HK30$ 이하를 보이고 있었다. 특히 오전 시각대에만 파는 메뉴의 경우 HK20$ 이하의 메뉴도 많았다.

각자의 음식을 기다리며 "그러니까 홍콩 사람들은 외식이 일상이지"라는 얘기를 했다. 마침내 각자의 음식(바비큐 덮밥 2, 바비큐-치킨 덮밥 1, 갈비탕수육 1)이 나오는 순간, 우리는 더 놀랐다. 혹시 '싼 게 비지떡' 식의 음식이면 어쩌려나 했지만,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비록 '날림쌀'이긴 하지만 밥과 비벼먹을 수 있는 양념과 밥과 함께 먹기 적당한 야채가 함께 하는 덮밥은 도저히 이게 3000원 미만 가격의 음식라고 믿겨지지 않았다. 뼈가 많은 점이 아쉬웠지만 탕수육 역시 매콤달콤한 양념이 내게 딱 맞았다.

홍콩에서 맛보게 된 갈비탕수육. 매콤달콤한 양념이 한국에서는 맛보기 힘든 독특한 맛을 냈다. 매우 맛있게 먹었지만 뼈가 반 이상이라는 점이 아쉬웠다.
▲ 홍콩의 갈비탕수육 홍콩에서 맛보게 된 갈비탕수육. 매콤달콤한 양념이 한국에서는 맛보기 힘든 독특한 맛을 냈다. 매우 맛있게 먹었지만 뼈가 반 이상이라는 점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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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출발한 그들을 만나다

시간이 다른 두 비행기로 나눠 온 우리는, 식사를 하던 중에도 한국에서 로밍 절차를 거친 온 폰을 통해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다. 늦은 비행기를 타고 온 두 명이 13시 05분에 첵랍콕국제공항에 도착했고, 우리는 13시 10분에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기에, 결국 나를 포함하여 먼저 온 넷이 식사를 마치고 호텔에서 양치를 마칠 무렵에 늦게 온 둘이 도착하게 되었다.

짧은 1박 3일의 도깨비여행에서 첫 날 일정을 어떻게 짤까 고민했다. 그러다가, 인천국제공항과 집이 멀어 04시 30분 이전에 일어나 새벽에 출발한 데다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려 기내에서도 숙면을 취하지 못한 국희와 예은이가 잠시 쉬고 싶다 하며, 늦게 온 영호(김영호) 형과 종규도 기내식을 먹었음에도 배가 고파 식사를 하고 싶다 하여 결국 이른 오후는 각자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시각으로 보내게 됐다.

HK23$(약 한화 2,900원 정도)의 식사. 홍콩에서 대중적인 분위기의 식당은, 음식값이 대부분 HK25$ 전후의 가격대를 보였다.
▲ 3천원 이하의 볶음밥 HK23$(약 한화 2,900원 정도)의 식사. 홍콩에서 대중적인 분위기의 식당은, 음식값이 대부분 HK25$ 전후의 가격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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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희와 예은이가 숙소에서 단잠을 청하는 동안, 나와 성경(황성경)이는 늦게 온 둘의 식사를 따라 다시 아까 찾았던 식당에 가게 되었다. 14시가 넘는 시각이지만 손님이 참 많았다. 토요일 오후답게 가족 단위로 온 손님은 물론 외관으로 추정컨대 관광객으로 보이는 손님도 많이 보였다. 메뉴가 많아서 그런지 대부분 다른 음식이지만 자세히 보면 비슷한 것 같았다.

둘 역시 3천원 미만의 저렴한 볶음밥류 음식을 시켰고 맛있게 먹었다. 아무리 맛있는 양념의 음식이었지만 뼈가 반 이상인 탕수육을 먹어야 했던 나는 또 먹을까 고민했지만, 참았다. 오후와 저녁에 여행하며 계속 이 곳의 간식을 주워 먹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미리 뱃속을 가득 채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이는 다양한 간식을 먹을 기회로 돌아와 입이 즐거운 홍콩 여행이 되는 데 한 몫 했다.

홍콩 화폐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은행 한 곳에서 화폐를 발행하는 것과 달리, 홍콩에서는 세 곳의 은행에서 각각 다른 디자인의 화폐를 발행한다. HSBC 은행(The HongKong and Shanhai Bank), 스탠다드챠터드 은행(Standard Chatered Bank), 중국 은행(Bank of China)가 그 세 곳으로, 같은 가치를 지닌 홍콩 화폐이지만 각각 다른 디자인으로 발행한다. 이처럼 다른 홍콩 화폐를 비교하는 것도 은근히 재미있다.
홍콩의 통화 단위는 홍콩달러(HK$)이다. 센트(Cent) 단위인 10, 20, 50 및 달러(Dollar) 단위인 1, 2, 5, 10, 10, 20, 50, 100, 500, 1000 등의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이중 HK2$ 이하의 금액에 해당하는 화폐는 동전, HK5$ 이상의 금액에 해당하는 화폐는 지폐로 되어 있다.

환율은 약간의 변동은 있지만 보통 HK1$에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한국 돈 120~130원 선을 오간다. 필자는 다양한 노력으로 우대환율을 적용받아 HK1$당 120원의 환율로 환전했으며, 다른 친구들은 HK1$당 122~123원의 환율로 환전했다.

홍콩에서는, 은행에 비해 시내 곳곳에 있는 환전소의 환율이 더 나으며, 신용카드 사용이 환율 차이와 캐시백 등의 효과가 더해져 현찰 사용보다 나은 경우도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 기사는 20대를 위한 지식정보포털사이트 영삼성닷컴(www.youngsamsung.com) 및 내일여행 투어호스트 홈페이지(www.naeiltour.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홍콩, #침사추이, #캔터니즈, #홍콩 식당, #홍콩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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