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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자에게 고소취소를 억지로 강요하는데 그치지 않고, 피해자의 친구들을 찾아가 악성루머를 퍼뜨리는 바람에 성폭행 당한 사실이 주변에 알려져 이중삼중의 고통을 안겨준 대학생에게 법원이 검사가 구형한 형량보다 높은 실형을 선고했다.

 

대학생 김아무개(34)씨는 친구들과 함께 지난 7월 19일 경남 남해군에 있는 한 해수욕장에 놀러갔다가 정아무개(여·22)씨 일행을 우연히 만나 함께 술을 마시며 어울렸다.

 

술자리는 새벽까지 이어졌고, 그러다가 김씨는 정씨와 승용차 안에서 단 둘만의 시간을 갖게 됐다. 승용차 안에서 얘기를 나누던 중 김씨는 갑자기 욕정이 생겨 정씨의 몸을 더듬었다.

 

이에 정씨가 거부하자, 김씨는 손바닥으로 정씨의 뺨을 2회 때리면서 "가만히 있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위협하며 강간했다. 김씨는 고소를 막기 위해 휴대폰으로 성교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이후 정씨가 김씨를 고소하자, 김씨의 가족과 친구들은 정씨에게 고소 취소를 유도하기 위해 합의를 종용했다.

 

하지만 정씨가 합의를 거부하자, 김씨 측은 오히려 정씨의 대학과 친구들을 찾아가 마치 김씨가 피해자인양 악성루머를 퍼뜨렸고, 이로 인해 강간당한 사실이 주변에 달려져 정씨는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었다.

 

창원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김수일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강간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씨에 대해 피해자에게 성적수치심을 가중시켜 이중삼중의 고통을 안겨준 점을 감안해 검사가 구형한 3년보다 높은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강간죄의 경우 피해사실이 공개되는 때에는 피해자의 명예가 손상돼 오히려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성적자기결정권이라는 개인적, 인격적 자유를 주된 보호법익으로 한다는 측면에서 형법은 친고죄로 규정한 것"이라며 "이는 어디까지나 피해자의 의사를 중요시하고 이를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일부 강간 가해자들은 강간죄가 친고죄라는 점을 이용해 강간 후 고소를 저지시키거나 고소를 취소시키기 위한 강요와 종용 등의 후속적 가해행위로, 강간의 소문을 두려워하고 그 기억을 빨리 잊고 싶어하는 피해자들에게 또다른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강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며 용서를 구하고, 어떤 형태로든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 끝에 피해자로부터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고소취소의 의사를 이끌어내는 것을 저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나, 합의를 가장해 피해자에게 또다른 고통을 가하는 행위는 절대로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어쩌면 여름철 해수욕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연애사에 그칠 수도 있었으나, 피고인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강간하고, 또 피고인측 가족과 친구들은 고소취소를 유도하기 위해 합의를 종용하고, 심지어 피해자 학교와 친구들을 찾아가 악성루머를 퍼뜨리며 학업과 일상생활을 힘들게 했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해 강간당한 사실이 알려져 성적 수치심을 가중시키는 등으로 이중삼중의 고통을 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평생 치유되기 어려운 신체적, 정신적인 오욕의 상처를 안기는데 기치지 않고 나아가 고소취소를 종용하는 과정에서 또다른 고통을 가한 점, 술 핑계를 대며 자신의 범행에 대해 진정한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로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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