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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차이나 프리 운동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뉴스에서 '차이나 프리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식품을 중심으로 공산품까지 중국산을 되도록 쓰지 말자는 운동인 모양이었다. 그 뉴스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너희들은 차이나 프리, 난 어쨌든 차이나 유즈' 이런 말이 떠올랐다. 중국에 살고 있는 나로서 중국산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남들은 '차이나 프리'할 때 어차피 중국에 살고 있으니 '차이나 유즈' 일기를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기록도 되고 남들에게 좋은 참고도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시작한 '차이나 유즈' 일기, 첫 번째 제품은 바로 대걸레이다. <기자주>

"가격이 싼 줄 알았는데 대걸레는 꽤 비싸네.'

얼마 전 청소 도구를 사려고 중국 대형 마트에 갔습니다. 빗자루, 대걸레 등 두 개를 합쳐도 가격이 중국 돈 50원이 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대걸레 하나만도 100원이 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돈으로 치면 만원 조금 넘는 돈이었지만, 중국 물가를 생각해보면 결코 싼 가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림으로 보았을 때 걸레가 상당히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대걸레 포장지 그림으로 보았을 때 걸레가 상당히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양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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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지갑 경제를 위해 대걸레 하나에 100원이나 주고 살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싼 것을 사자니 품질이 조악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100원보다 1원 싼 99원에 대걸레 하나를 샀습니다. 빗자루 등 다른 청소 용품까지 다 산 합계액이 126.7원이었으니 그래도 대걸레가 꽤 비싼 편이었습니다.

예상 외로 청소도구를 사는 데 돈이 많이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집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 투자는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드디어 집으로 돌아와 청소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빗자루를 들고 집안 구석구석을 깨끗이 쓸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잘 쓸립니다.

빗자루는 100점 만점!

그러나 세세한 먼지와 얼룩까지 빗자루가 깨끗하게 닦아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이제 대걸레를 이용해 방안 곳곳을 깨끗하게 닦아주면 집 안이 반짝반짝 윤이 날 것이라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자, 드디어 청소 용품 중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대걸레를 꺼낼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포장을 풀어보니 걸레, 걸레와 대걸레 자루를 이어주는 것, 대걸레 자루 이렇게 3개로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조립을 해야겠군."

세 개를 합치면 이제 멋진 걸레가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삼단 분리 변신 여의봉 걸레! 세 개를 합치면 이제 멋진 걸레가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양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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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머니 아프실 때 집안 청소를 종종 해봐서 걸레 조립 정도는 설명서를 보지 않고도 할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첫 번째 조립부터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걸레 가운데가 쑥 올라와 있는 것입니다. 왜 그런지 자세히 생각해보지도 않고 저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올 뻔했습니다.

"아, 하여간 중국은 제품을 이상하게 만들어."

그러나 가만히 살펴보니 제가 걸레를 거꾸로 끼운 것이었습니다. 주의 깊지 못한 제 잘못이었는데 괜히 중국산이라서 이상하다는 탓만 하려 했던 것입니다. 다시 제자리를 찾아 걸레를 끼우고 이제 대걸레 자루를 끼울 차례입니다. 열심히 돌립니다. 여기까지는 모든 일이 순조로웠습니다.

그런데 대걸레치고 크기가 좀 작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트에서 진열된 것은 분명히 긴 모양이고, 제품 포장지 겉면에 나와 있는 모습도 길었습니다.

앗, 여의봉 대걸레 자루네!

'어떻게 된 거지?' 아, 자세히 살펴보니 이 대걸레 자루는 여의봉처럼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늘어나라 여의봉!' 대걸레 자루 한쪽을 당기니 쑥 늘어납니다. '아이들도 쓸 수 있고, 어른들도 쓸 수 있겠네. 하 거 참 괜찮네.'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대걸레 자루가 다시 아래로 쑥 들어갑니다.

'헉!' 이러면 늘어났다가 줄어드는 것이 아무런 소용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 키에 맞아야 제가 걸레질을 하는데 편한데 긴 상태로 유지가 안 된다면 대걸레 자루가 여의봉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다시 대걸레 자루를 쑥 잡아당깁니다. 자세히 살피니 중간 부분에 파란색 원형 모양이 보입니다.

빨간 부분을 돌리면 긴 상태로 고정시킬 수 있습니다.
▲ 이 곳을 고정하면 긴 걸레! 빨간 부분을 돌리면 긴 상태로 고정시킬 수 있습니다.
ⓒ 양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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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랬습니다. 저 부분을 돌려서 고정시키라는 것일 게입니다. 돌립니다. 점점 고정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다 고정이 되었다고 생각할 무렵 더 확실히 하기 위해 한 번 더 힘을 주었습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또 돌아갑니다. 그래서 다시 돌렸습니다. 똑같은 일을 몇 번이나 계속해서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무한도전 멤버도 아니고 언제까지 대걸레 자루를 돌리고 또 돌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고정된 느낌이 들자 청소를 하기로 시작했습니다.

'룰루랄라!' 청소를 하면 마음도 깨끗해진다고 누가 그랬던가요? 저도 제 마음을 청소하는 기분으로 신나게 청소를 하기 시작합니다.

늘어나지는 않고 줄기만 하는 여의봉 대걸레 자루!

'어이쿠!' 그런데 난데없이 이 여의봉 대걸레 자루가 아래로 쑥 작아지는 것입니다. 아무런 대비가 없었던 저는 대걸레 자루를 따라 허리가 저절로 낮추어졌습니다. 몸이 유연하지 못한지라 갑작스런 상황에 근육들이 살짝 놀란 모양입니다.

'허 이거 참!' 아까 꽉 돌리지 않아 고정시켜야 할 부분을 고정시키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한 번 돌려 고정시켰습니다. 그런데 또 줄어듭니다. 아, 이제 서서히 성질이 나기 시작합니다.

'그래, 살살 잡고 하자.' 제가 힘을 너무 세게 주어서 대걸레 자루가 줄어든다고 생각하고 살살 잡고 하기 시작합니다. 몇 초가 지났을까? 애써 다시 잡아 빼어 길게 만든 대걸레 자루가 또 아래로 쑥 내려갑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오려고 했습니다.

'참자. 참아. 내가 사용법을 제대로 몰라서 그런 것일게야.' 그리고 생각해낸 방법이 대걸레 자루를 늘려서 고정시키는 부분을 한 손으로 잡고 걸레질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야, 역시 똑똑해!' 스스로 자신에게 만족한 것도 잠시, 또 다시 얼마 후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이번에는 대걸레 자루를 늘인 상태로 고정시키는 부분이 아닌 걸레에 대걸레 자루를 꼽는 부분이 빠진 것이었습니다. 이 일을 어찌할 것입니까. 중국 물가를 고려해 보았을 때 적지 않은 돈을 주고 산 제품인데 나를 이렇게 애먹이다니!

결국 분노 폭발하다

"안 해! 청소 안 해!"

결국 성질이 난 저는 청소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더러운 방을 보니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다시 대걸레를 집었습니다. 이제는 키에 맞추려고 대걸레 자루를 늘리지도 않고 처음 포장지 안에 들어 있던 그 작은 모양채로 열심히 방바닥을 닦았습니다. 그랬더니 그래도 깨끗하게 잘 닦였습니다.

길게 늘렸으나 계속 줄어 들어 결국 이 상태로 청소했습니다.
▲ 잡아당기지 않은 짧은 상태의 걸레 길게 늘렸으나 계속 줄어 들어 결국 이 상태로 청소했습니다.
ⓒ 양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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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뭐 깨끗하게 잘 닦이면 되지. 뭐!"

아, 그런데 가만 뭔가 이상합니다. 대걸레가 방을 깨끗하게 잘 닦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이긴 합니다. 하지만 제가 비싼 돈 주고 이 여의봉 대걸레를 산 것은 허리 굽히고 대걸레질하기 싫어서 아니었던가요?

뭐, 어쨌든 집을 청소한다는 임무는 해냈으니 대걸레에게 과도한 비난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고생했지 않습니까.

또 빗자루는 중국산이라도 자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냈고. 그러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하는 중국산 제품 사용 일기 첫 번째 날을 평가하자면 '절반의 성공' 정도는 되겠습니다.

아닌 것 같다고요? 으음, 그렇다면 다음부터는 좀 더 주의 깊게 제품을 골라 더 좋은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래서 값싸지만 좋은 중국산 제품들을 찾아 소개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믿어주세요!

<2번째 제품 사용기를 기대해주세요.>

덧붙이는 글 | 여러분도 중국산을 사용해도 괜찮을지 궁금한 제품이 있으시다면 댓글이나 쪽지 남겨주십시오. 자금 사정과 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선에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니 제 글로 인해 중국 제품이 나쁘다는 오해는 하시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중국산도 잘 고르면 좋은 거 많이 있습니다.



태그:#차이나 프리, #중국, #양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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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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