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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은 언론생활을 청산하고 새 인생길에 들어선 (사)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
 20년 넘은 언론생활을 청산하고 새 인생길에 들어선 (사)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
ⓒ 양김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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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제주사람들에겐 친숙하지만 타지방 사람들에겐 '올레?'라고 되물을 법 하다. 하지만 이내 그 뜻을 알게 되면 금방 친해질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이름이다.

사단법인 제주올레의 대표를 맡은 서명숙 이사장(전 오마이뉴스 및 시사저널 편집국장).
서귀포 출신으로 누구보다 제주땅에 애정을 갖고 있는 그가 20년이 넘는 언론생활을 정리하고 꿈꾼 것은 제주도에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걷는 길'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제주 모습에 가장 가까운 길, 가장 환경친화적인 길, 자동차와 가장 적게 만나는 길, 느릿느릿 걷기에 좋은 길을 찾는 일이야 말로 '모두가 사는 길'이라고 여겼다.

8일 (사)제주올레를 발족하며 수개월간의 발품끝에 '말미오름에서 섭지코지’까지 첫 길을 내놓은 그에게 '제주올레'가 가는 길을 물어봤다.

성산읍 시흥 두산봉(말미오름)에서 바라본 제주 올레길
 성산읍 시흥 두산봉(말미오름)에서 바라본 제주 올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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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제주만의 길을 만들 생각을 했나?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섬, 제주도의 아름다움은 따로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제주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겠지만, 제주의 속살을 가장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은 뭐니뭐니해도 '천천히 걷기'라고 할 수 있다. 6,70년대 제주에서는 도보여행자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도로망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걷는 길은 점차 밀려나고 깔아뭉개지고 묻혀 버렸고, 도보여행자도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평화의 섬 제주에서 역설적이게도 '빠른 관광'이 주류를 이루게 된 것이다. 아쉽고도 안타까운 일이다."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어떤 단체인지 소개해 달라.
"제주의 옛길, 아름다운 길, 사라진 길을 다시 살릴 수는 없을까. 그 길을 고독한 도보여행자는 물론 가족과 연인과 친구들, 그리고 직장 동료들끼리 어울려 걷을 순 없을까. 제주에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걷는 길'을 만들어 전세계의 관광객을 불러들일 순 없을까. <제주올레>는 그런 꿈을 꾸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비영리 법인단체다."
     

-<제주올레>에 전국 각지 유명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는데..
"이사회는 이사장 1인과 이사 7인으로 구성되었다. 이들 8인은 서울과 제주에서 오랫동안 만나면서 제주에 대한 사랑과 문제인식을 공유해 왔다.

이사진은 문성윤(변호사), 서명숙(전 시사저널 편집장, 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 손석희(언론인. 성신여대 교수), 이유진(시인. 내셔널트러스트 고문), 이창익(제주대 일어일문학과 교수), 정혜신(정신과 의사. 정혜신 심리분석연구소 원장), 조용환(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대표), 허영선(시인. 전 제민일보 편집부국장) 등 일곱 분이다.

이사진 외에도 자문위원단, 올레길 탐사팀이 꾸려지는데, 탐사팀은 코스의 성격과 지역에 따라 그때그때 달리 구성될 것이다. 첫 걷기 행사가 진행되는 8일 이후부터는 올레 회원도 모집할 예정이다. 사단법인 <제주올레>의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은 모두 올레회원이 될 수 있다."

시사만평가로 제법 이름이 알려진 김경수 화백. 서명숙 이사장은 "김 화백이 아니면 모양을 내며 일을 추진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 아름다운 동반자 시사만평가로 제법 이름이 알려진 김경수 화백. 서명숙 이사장은 "김 화백이 아니면 모양을 내며 일을 추진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 양김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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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인 명칭을 <제주올레>로 명명한 이유는.
"올레는 순수한 제주어로 집으로 통하는 골목길을 뜻한다. 제주의 모든 길은 사실상 다 누군가의 올레이다. 오름길, 해녀길, 바당길, 마을길들을 다 이어서 걸을 수 있게 하자는 뜻에서 사단법인 이름을 <제주올레>라 했다.

제주 올레는 제주인, 한국인은 물론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길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외국인들도 쉽게 기억하고 부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올레는 최고의 이름이다. 발음상 '제주에 올래?'라는 이중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이날 현장에서 낭독한 허영선 시인은 서명숙 이사장과 고교시절부터 단짝 친구다.
▲ 허영선 시인의 '우리가 걷고 싶은 길은' 이날 현장에서 낭독한 허영선 시인은 서명숙 이사장과 고교시절부터 단짝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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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코스를 ‘말미오름에서 섭지코스’로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제주 올레>의 1차 탐사팀(서명숙, 서동연, 성호경, 강수부, 고태훈, 김세헌, 강광식, 강광민)은 서귀포시 일원, 즉 동쪽 끝 시흥리에서 서쪽 끝 모슬포까지 한달여의 기간에 걸쳐서 길을 여러 차례 답사했다. 탐사팀은 몇 차례의 회의를 거쳐 제주 올레 코스를 시흥리, 종달리에 걸친 말미오름(두산봉)에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시흥-섭지코스 코스야말로 바당올레와 하늘올레 그리고 마을올레를 한번에 두루 체험할 수 있는데다, 최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성산오름을 여정의 시작에서 끝까지 여러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환상적인 코스였기 때문이다."

-앞으로 <제주올레>는 무슨 일을 할 것인가.
"먼저 코스를 개척한다. 사라진 옛길을 찾아내어 본디 모습으로 되살리고, 끊어진 길을 잇고, 올레와 올레 사이를 연결하는 코스를 만들어낸다. (걷기 코스는 '바당올레 하늘올레'로 부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공의 손길은 전적으로 배제하고, 생태계와 환경을 전적으로 존중하고 보존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다. 그런만큼 코스 개발에는 오랜 시간과 섬세한 노력이 투입될 것이다. 제주도 전역을 걸어서 연결시키는 데 십년이 더 걸릴지도 모르겠다.

또 사인 부착 캠페인을 벌인다. 개발된 코스에 '올레 사인'을 표시한다. '올레 사인'은 제주를 처음 찾는 국내외 도보여행자들도 쉽게 코스를 완주할 수 있도록, 식별이 쉽고 간단한 만국 공통의 기호를 채택했다."

-제주의 길을 표시하는 홍보팜플릿도 제작한다는데.
"일명 '간세다리'를 발간한다. 걷기 코스가 개발될 때마다 그 코스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담은 브러셔 <간세다리의 바당올레 하늘올레>를 내놓는다. 간세다리는 숱한 국내외 홍보 팜플렛과 차별화를 꾀하고, 젊은 도보여행자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도록, 가급적 만화 형태로 제작할 예정이다. 첫 회분 '말미오름에서 섭지코지까지'는 9월 말에 발간할 예정이다. 올해는 한국어판만 내놓지만, 재정이 확보되는 대로 도보여행자가 많은 영어권 국가와 인접 국가인 일본과 중국을 겨냥한 영어판, 일본어판, 중국어판도 발간할 계획이다. "

제주출신 영화배우 김부선과  최열 환경재단 대표와 함께 성산읍 '말미오름' 정상에서 .
 제주출신 영화배우 김부선과 최열 환경재단 대표와 함께 성산읍 '말미오름' 정상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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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물 이름을 '간세다리'라고 붙인 이유가 있나
"간세다리는 제주어로 게으름 피는 사람을 뜻한다. 적어도 이 걷는 길에서만큼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게으름을 피우거나 여유를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홍보 책자 이름을 간세다리로 붙였다. 제주올레의 여행 컨셉은 한마디로 '열심히 일한 당신, 간세다리가 되어도 좋다!'이다. 김경수 화백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그외 제주올레를 알리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홈페이지 '제주 올레'를 구축해 도보여행자들에게 제주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홈페이지에는 일급 호텔에서 싼값으로 재워주는 마을회관에 이르기까지 여러 형태의 숙소와, 대형 횟집에서 재래시장 먹거리 골목까지 망라하는 제주 먹거리 정보가 꼼꼼하게 업데이트될 것이다. 2008년초부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제주 올레 추천 숙소와 맛집 그리고 가볼 곳'이 이용자들 사이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보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꼼꼼하고도 신중한 자료를 제공할 계획이다. 관련 분야의 추천위원단을 구성하려 한다."

- 쉽진 않겠지만 <제주올레>가 제주 관광에 어떤 파급효과를 줄 수 있다고 보나?
"한마디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당장의 관광객 급증이나 관광수입 증대보다는 제주 관광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금 제주관광은 기로에 서 있다. 볼 거리, 즐길 거리는 빈약하고 비용만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관광객들의 불평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가지 요금을 없애자는 최근의 자정운동이 반성의 표현이라면, 제주올레의 '걷는 관광'은 새로운 대안 모색이다. 이 캠페인을 통해 제주인들은 고향 제주를 새롭게 발견하게 될 것이며, 국내외 관광객들은 제주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게 될 것이다.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막대한 이미지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관광수익 창출까지 도움을 줄 것이다"

-정말 관광 수익 창출까지 할 수 있다고 보나?
"물론이다. 장기적으로는 관광수입 증대에도 크게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제주는 머문 만큼 느낄 수 있고, 체험한 만큼 만족도가 높아지는 곳이다. 천천히 걸으면서 제주의 속살을 들여다본 도보여행자라면 제주를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며, 훗날 기회가 닿을 때마다 이곳을 되찾게 될 것이다. 걷는 관광이야말로 재방문율을 높일 최고의 프로그램이라고 제주올레는 확신한다.

머무는 시간이 길다는 것은 빠른 관광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숙박업과 식당업에 활로가 열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각해 보라. 자동차를 타고 하루 이틀만에 제주를 도는 관광객과 배낭을 메고 일주일 동안 제주를 걷는 관광객 중 누가 더 주머니를 많이 열게 될 것이며, 토착 자본이 운영하는 소규모 숙소와 식당의 고객이 되어 줄 것인지를...."

제주올레 길을 걷는 사람들
 제주올레 길을 걷는 사람들
ⓒ 양김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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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주의 소리'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제주올레, #서명숙 , #김경수, #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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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대자(大者)는 그의 어린마음을 잃지않는 者이다' 프리랜서를 꿈꾸며 12년 동안 걸었던 언론노동자의 길. 앞으로도 변치않을 꿈, 자유로운 영혼...불혹 즈음 제2인생을 위한 방점을 찍고 제주땅에서 느릿~느릿~~. 하지만 뚜벅뚜벅 걸어가는 세 아이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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