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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후보가 뜨지 않는 까닭

곡절 끝에 이루어진 통합민주신당의 대선 예비 후보 첫날 토론은 누가 봐도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토론에 나선 예비후보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한나라당 후보에 비해 형편없이 낮은 지지율을 의식한 탓인지 후보토론은 민주신당의 대통령 후보가 아닌 이명박 후보의 저격수를 뽑는 경연장 같았다.

이명박씨가 한나라당 후보로 결정된 만큼 지지율에서 압도적 열세인 민주신당이 후보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 이명박 후보를 의식하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나치게 상대를 의식하게 되면 그 만큼 자신이 가진 장점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위축되게 할뿐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의식의 대상은 더욱 더 거대하고 넘을 수 없는 장벽이 되는 것이 세상사이다.

통합민주신당은 두개의 큰 가치를 기치로 하여 출범하였다. 첫째는 차기 대선에서 수구정당의 집권을 막기 위한 반수구연대의 가치이며, 두 번째는 정체성의 혼돈에 빠진 민주정당의 적통을 재건하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명분이 있었기에 참여정부초기 분당과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이어졌던 민주세력의 분열주의를 극복하고 여권의 재결집을 가능하게 하였고, 참여정부의 업적에 대한 엇갈린 평가에서 비롯된 비노·친노의 대립 구도를 후보경선이라는 경쟁의 장으로 바꾸는 데 성공한 것이다. 사실 복잡한 이해와 첨예한 갈등으로 참여정부 임기 내내 대립각을 세워온 범여권인사들이 통합을 이루어낸 것은 그 사실 하나 만으로도 높게 평가 받을만하다.

하지만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잠들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4년 내내 실망과 안타까움으로 애를 태워 온 지지자들의 입장에서 민주개혁세력이 기왕에 어려운 통합을 이루어냈으니 내친 김에 한나라당 후보와 멋진 승부를 연출하여 또 다시 민주세력의 승리를 이루기를 염원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통합신당의 경선이 군소후보들의 도토리 키재기에 의한 선명성 싸움이나 자격시비가 아니라, 향후 5년간 개혁과 발전을 동시에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설득력 있는 청사진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솔직하게 말해서 민주신당의 누가 후보가 된다고 할지라도 도덕적 자질에서는 한나라당 후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결한 것이 사실 아닌가?

하지만 통합신당의 여러 후보들이 오늘날 수많은 도덕적 허물을 가진 인물이 수구정당의 후보로 당선되고 대중들이 그에게 환호하는 것을 두고 '대중들이 그의 도덕적 허물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착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오늘날 대중이 이명박 후보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갖가지 의혹을 모른 체 하는 것은 그들이 무지해서가 아니다.

지난 5년간 개혁을 가열차게 외쳤지만 막상 피부로는 잘 느껴지지 않는 개혁의 결과물에 대해서 대중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결과이며, 부동산이나 각종 경제지표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구쳐도 서민의 살림살이는 점차 궁핍해져가는 양극화 현상을 적극적으로 해소하지 못한 정부 여당의 나약함을 '무능'으로 평가하였기 때문이다.


당신들의 의지를 보여달라

일례를 들자면 바로 어제(27일)이다. 27일 중앙일보 서승욱 기자의 <당직인선서 선보일 '이명박 용병술은'>이란 기사는 이 후보의 인사스타일을 소개하는 형식을 갖추었지만 누가 보아도 서 기자가 언급한 이 후보의 인사 7계명의 내용은 이후보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킨 사실상의 선전기사였다. 하지만, 이 기사를 접하는 독자들 상당수는 기사의 편파성 여부를 따지기 보다는 이 후보의 인사스타일을 자연스럽게 이 후보의 통치스타일로 받아들이고 드러난 그의 여러 가지 비리 의혹을 큰 문제로 여기지 않게 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 27일 중앙일보기사
ⓒ 기사캡쳐

왜 그럴까? 이것은 '오늘날 다수 대중이 지도자의 도덕성 보다 경영능력을 압도적 우위에 둘 만큼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과 무관치 않다. 즉 대중이 '개혁이란 말만 들어도 신물난다'며 개혁을 외면하는 것은 개혁 자체가 싫어서가 아니라 구호로만 외쳐지고 대립만을 부추기다 정작 실천은 따르지 않거나 효과는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갈팡질팡하는 개혁의지에 실증이 났다는 뜻이다.

따라서 통합신당의 후보 경선이 냉담해진 지지자와 국민 대중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서 반드시 보여줘야 할 것은, 신당이 날로 심각해지는 서민경제의 위기를 효과적으로 타개할 확고한 의지와 실천 가능한 정책적 수단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이와 별개로 한나라당이 이제까지 주장하고 추구해온 정책 대부분이 투기자본이나 재벌 친화적인 반서민 정책이며, 이 후보가 이익을 대변하는 세력은 결코 서민 대중이 아니라는 사실을 유권자로 하여금 깨닫도록 하는 일일 것이다. 즉, 신당이 추구하는 정책이 궁극적으로 서민대중에게 이익이 된다는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필자의 주장이 어렵사리 통합을 이루고 겨우 첫 토론을 마친 후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문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지만, 위에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 통합신당에 밝은 미래는 없다고 감히 확언한다. 통합신당후보경선이 지지자와 국민에게 감동과 설득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한겨레,다음,더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통합민주신당, #민주신당후보토론회, #이명박,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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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음악 오디오 사진 야구를 사랑하는 시민, 가장 중시하는 덕목은 다양성의 존중, 표현의 자유 억압은 절대 못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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