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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사 CMA에 맞서 은행들이 월급통장 혜택을 늘리고 있지만 아직 생색내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 김시연
최근 은행들이 급여통장에 대해 파격적인 혜택을 부여한다는 기사들이 신문에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혜택 내용들을 보면 예전의 생색내기보다는 다소 개선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과연 파격적이냐 하는 물음에는, 여전히 겉으로만 대단하게 보이는 혜택들로 유인하려는 마케팅 전략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증권사의 CMA(하루만 돈을 맡겨도 연 4%대의 이자를 주는 수시입출금 상품)로 돈이 몰리고 급여통장을 CMA로 바꾸는 일이 많아지자 은행들도 바뀌기 시작한 게 사실이다. 그동안 너무 편하게 장사했던 은행들이 증권사 CMA 덕분에(?) 정신을 차린 것은 맞다. 하지만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게 느껴진다.

은행이 내거는 파격적이거나 쏠쏠하다고 하는 월급통장 혜택은 수수료 면제와 대출시 이자할인 또는 예적금 이자율 우대이다. 하지만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혜택에 대한 이득이 얼마나 되는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먼저 수수료 부분이다. 대부분 은행이 급여 이체를 하면 ATM 입출금시 또는 인터넷 뱅킹 수수료를 완전 면제해 주거나 일정 횟수에 한해 면제해 준다. 은행 영업시간 외 출금 수수료는 대략 500원, 그리고 인터넷 뱅킹 송금수수료 또한 500원 정도다. 입출금과 송금거래가 빈번한 일부 고객들을 제외하고는 금전적인 혜택은 크지 않다. 오히려 내 돈을 송금하거나 인출할 때 왜 수수료를 내는지 억울한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나태한 은행의 수수료 전가

이러한 억울함은 은행들의 이기적인 영업관행 때문이다. 즉 자기들한테 유리한 것은 조용히 이득을 취하고 비용이 발생하는 불리한 것들은 고객에게 전가시켜 왔다. 여태껏 은행들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에 대해서는 이자를 거의 주지 않았으며 이에 대해 고객들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자도 거의 받지 않고 돈을 은행에 맡겨두었던 고마운 고객들을 은행은 등급별로 차별화했다. 이른바 VIP 또는 상위 등급에 해당되는 고객들을 제외한 대부분 고객들에게는 언제부턴가 수수료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은행 이용시 수수료를 고객들이 왜 부담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그동안 수많은 고객들이 이자도 제대로 안 받고 넣어둔 보통예금과 저축예금 등을 통해 이득을 취한 부분에 대해서는 고객들에게 되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비용이 발생하는 부분에서는 전산망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이나 기타 투자비용 등을 거론하며 수수료 고객부담의 당위성을 얘기한다. 하지만 은행 스스로 긴 안목의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이러한 비용을 효율적인 자산운용과 비용절감 등 자체적으로 흡수하는 노력을 해왔는지 묻고 싶다.

많은 부분들에서 은행이 자신의 영업을 위해 투자하는 비용들을 고객부담용과 은행부담용으로 명확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수수료를 고객이 부담해야 하는 논리라면 은행이 자기 돈을 들여서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모든 것에 다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은행이 자체적인 노력으로 충분히 흡수할 비용을 고객에게 쉽게 전가시킨 후 일부 고객들에게 면제시켜 준다며 생색을 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월급통장에 대한 뒷북 선심도 증권사 CMA로 자금이동이 없었다면 은행들은 생각조차 안 했을 가능성이 높다. 참고로 일부 증권사들은 CMA에 가입만 하면 아예 이체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다음으로 대출이자율과 예적금 이자율 우대혜택이다. 대부분 은행들은 급여이체를 하는 고객들에게 대출금리 연 0.2%포인트 내외 할인, 예적금 금리 0.2%포인트 정도의 우대이율을 적용해준다고 홍보한다. 그것도 급여이체 금액이나 통장유지잔액에 대한 최소한의 금액조건이 붙는다.

우대혜택을 금액으로 환산해보면 1000만원 정기예금 가입시 연 1만6920원(세후)의 혜택이며 1000만원 대출시 2만원의 이자 감면 혜택이다. 혜택을 볼 수 있는 금액 자체도 그리 크지 않다. 예적금의 경우 은행보다 1%포인트 가까이 높은 이자를 주는 상호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것이 은행의 우대금리를 받는 것보다 유리하다.

또한 대출이자 우대에 대한 함정에도 주의해야 한다. 급여이체를 하는 주거래은행이 금리할인혜택을 준다 하더라도 다른 은행이 보다 좋은 대출금리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지점망이 열악한 외국은행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시중은행에 비해 좋은 금리조건으로 대출해주는 경우가 많다. 어차피 신용등급상 대출자격이 안되는 고객이라면 대부분의 경우 주거래 은행에서도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애처로워 보이는 은행들의 고객 잡기

따라서 주변에 은행 외에 다른 금융회사가 없거나 불가피한 이유로 은행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겉으로 보이는 은행들의 생색내기에 현혹될 필요가 없다. 게다가 2009년 2월부터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은행이 수수료를 가지고 생색을 낼 수도 없게 된다. 증권사 계좌를 통해서도 은행과 동일하게 이체와 송금이 가능해 지기 때문이며 수수료 부담도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모든 금융회사들은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다. 은행은 많은 지점망을 통해 고객들에게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증권사 등 제2금융권은 은행에 비해 열세인 영업망을 극복하기 위해 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동안 은행들은 정부의 지원과 금융소비자들의 저이자 예금 등으로 많은 수혜를 누려왔다. 그렇다면 은행 자신의 노력이 아닌 불로소득 성격의 이득은 소비자들에게 돌려줄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일례로 일부 고객들이 아닌 모든 은행 고객들에 대한 수수료 면제를 시행해도 좋지 않을까 한다.

뒤늦게 급여통장에 대해 파격적인 혜택을 부여한다며 고객들을 잡아두려는 은행들의 안간힘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은행들은 증권사나 상호저축은행으로의 고객이탈을 겁낼 게 아니라 손쉽게 수수료를 통해 고객들에게 비용을 전가시키는 관행에서 벗어나 효율적인 자산운용과 비용절감 등 근본적인 금융서비스 개선노력을 통해 소비자들을 만족시켜 주었으면 한다.

아울러 금융소비자들도 냉철한 안목으로 본인에게 유리한 금융회사와 금융상품들을 비교, 선택하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질좋은 금융서비스는 결국 수준 높은 금융소비자들의 요청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경제와 금융은 우리 생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정보의 홍수속에 잘못된 경제지식이나 상품정보는 오히려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올바른 경제지식과 건전한 생활 속 금융상식을 통해 모두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경제 문화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태그:#월급통장, #은행, #C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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