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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출시된 미래에셋의 인사이트 펀드는 많은 기대를 안고 출발했다.  출시한지 한 달도 안 돼서 4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리며 다른 자산운용사들의 부러움과 질투도 받았다.  당시에는 중국펀드로의 자금 쏠림이 극에 달한 시점이어서 중국 주식시장에 대한 과열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인사이트 펀드가 큰 관심을 끌자 미래에셋 그룹의 박현주 회장은 언론사들과 인터뷰도 했다. 당시 박 회장은 중국증시가 단기적으로는 과열이라고 언급하면서 인사이트 펀드출시로 인해 중국펀드로 몰리는 자금이 분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중국과열을 우려했나?

하지만 최근 공개된 분기운용보고서(운용시기 2007년 10월말~2008년 1월말)를 보면 실제로 박 회장이 중국시장의 단기과열을 우려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인사이트 펀드 자산운용보고서에 따르면 국가별 투자비중은 중국이 40.28%로 가장 높았다. 그 뒤로 러시아 16.55%, 브라질 13.80%, 한국 7.92% 등에 주로 투자하였고 스위스, 독일, 말레이시아, 인도, 미국, 일본 등에도 골고루 투자한 것으로 나타난다. 수익률은 설정일인 2007년 10월 31일 이후 지난 2월 28일 현재 -19.67%로 부진했다.

아무리 유능한 펀드매니저들도 투자시기를 매번 정확히 예측할 수 없고 매번 높은 수익을 거둘 수는 없다. 따라서 현재 나타난 인사이트 펀드의 수익률만을 가지고 언급하는 것은 장기적인 투자성과가 나타나기 전에 섣부른 비판이 될 수 있다. 최근 전세계적인 주식시장의 하락분위기에서 자유로운 펀드 또한 드물다. 

하지만 문제는 투자시기와 투자대상이다.  당시에도 서브 프라임 사태에 대한 파장이 감지되고 있었고 특히 중국은 단기간에 급등한 상태로 과열이 우려되던 상황이었다.  굳이 서둘러서 중국주식을 사들이지 않았어도 괜찮았다는 의미다.

더군다나 인사이트 펀드는 주식형펀드가 아니다. 따라서 주식편입비율에 대한 부담도 없다.  투자대상도 주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종목을 투자대상으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인사이트 펀드의 주식편입비율은 매우 공격적이어서 설정 이후 단기간에 주식편입 비율을 늘려왔으며 12월 중에는 97%가 넘기도 했다. 특히 중국주식의 비율이 가장 높다.

과거 실적에 대한 자만은 금물

결과적으로 과거의 자신감에 도취되어 너무 조급히 투자를 집행하지 않았나 하는 우려가 든다. 내부적으로는 작년 말부터 경상수지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가장 큰 이유는 원유를 비롯한 수입원자재 가격의 급등이다.  전 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추세로 굳어지기 시작하고 글로벌 경기의 약세가 지속되는 상황이 예측되었다면 투자시기를 조절했어야 했다.  아니면 이러한 상황에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원자재나 금 등 실물자산에 일부분 투자를 할 수도 있었다. 인사이트 펀드가 내세운 것이 “신속하고 적극적인 자산배분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사이트 펀드는 고집스럽게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마켓에 빠르고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객관적인 경제적 지표의 시그널을 과소평가 하는 대신 자신들의 인사이트를 믿었다.  이머징 시장이 세계 성장을 이끌고 있고 그 중에서도 중국 시장이 핵심지역이라는 믿음에서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중국 내 물가상승이 우려되고 중국 주식시장의 공급과잉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투자타이밍의 적절성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가 없다. 아무리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시장이라도 단기적으로 하락과 조정은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매매타이밍에 대한 적절한 조절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중국은 전 세계 물가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다.  싼 제품을 전 세계에 공급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중국은 원유를 비롯해 전 세계의 원자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여서 가격을 상승시키고 있다.  결과적으로 전 세계적인 인플레를 야기 시켜 많은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다. 

인플레를 가볍게 보지 말아야...

많은 사람들이 원자재 가격에서 시작되는 인플레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일시적이 아니라 장기간 추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인플레가 장기화된다면 주식을 비롯한 자산시장은 일정기간 상승에 제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된다면 얼마 전 방한한 투자의 대가 짐 로저스가 언급한 데로 장기간 주식보다는 실물투자가 안정적인 투자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인사이트 펀드는 진행 중이다.  인사이트 펀드를 비난하거나 결과론적으로 투자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투자는 장기이고 향후 수익률은 언제나 역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와 유능한 자산운용사의 차이는 경제흐름의 큰 줄기를 보는 능력에서 나온다. 인사이트 펀드에 많은 투자자들이 몰렸던 것은 미래에셋이 그 동안 보여주었던 운용능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믿음이 호황기가 아닌 불황기에도 들어맞기를 바랄 뿐이다.

작년 말 미래에셋이 야심차게 인사이트 펀드를 출시했을 때 내심 큰 기대를 했다. 기존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다른 펀드 복사하기 습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투자형태는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아울러 새로운 시도를 하는 펀드라면 투자대상과 방법도 새로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인사이트 펀드는 기존 중국펀드와 솔로몬 AP컨슈머 펀드의 변형된 형태이거나 국내펀드와 일부 해외펀드를 조합해놓은 펀드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 절하한다면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일까? 향후 인사이트 펀드의 Insight(통찰력)가 다이아몬드와 같이 반짝여서 국내 유수의 자산운용사들이 세계 투자시장을 이끌어나가길 기대해본다.


태그:#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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