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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부터는 더위가 한층 기승을 부립니다. 실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들락거리는 사람들은 더위를 더위답게 느끼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어딜 가든지 냉방장치가 잘 되어 있어 때로는 춥게 느껴질 때도 있을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더위는 단순히 뜨거운 것 뿐만아니라 습하기도 하고 거기에 공해물질까지 더하니 땀 흘리는 것이 여간 고통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누구라도 냉방장치를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몸은 이러한 냉방장치에 적응하기 힘들어 합니다. 왜 그런지 이해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겨울에 온돌방에 들어가면 온 세상이 훈훈합니다. 그러나 난로가 있는 방에 들어가면 따뜻하기는 하지만 온돌과는 다른 느낌을 받습니다. 또한 여름에 폐광된 동굴에 들어가면 마치 온 세상이 시원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에어컨이 있는 방에 들어가면 시원하기는 한데 역시 동굴과는 다른 느낌을 받습니다. 이 느낌의 차이는 기미론으로 말하면 주위에서 내뿜는 기운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과학적인 표현을 하자면 복사열과 대류열의 차이입니다.

즉 온돌이나 동굴에서 내뿜는 복사열(이런 말은 없지만 복사냉기)은 내 몸 속의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하거나 시원하게 하는 데 비하여 난로나 에어컨에서 나오는 대류열은 공기가 닿는 부위만 그렇게 해주는 것입니다.

1. 원인

눈치 빠른 분들은 이제 냉방병의 원인을 알아차렸을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에어컨에서 나오는 찬 바람은 내 몸의 겉은 시원하게 해줍니다만 내 몸의 오장을 식혀주지는 못합니다.

내 몸의 오장은 주위의 건물이나 자연물들에서 나오는 복사열로 인하여 이미 따뜻해져서 대사기능이 올라가 있는 상태입니다. 대사가 원활하게 돌아가면 그 대사의 결과물인 노폐물이 피부나 구강으로 나가야 되는데 에어컨 바람으로 인하여 피부나 구강 점막이 응결되면 나가지 못하고 근처의 살 속에서 뭉쳐있게 됩니다.

이것이 관절에 뭉치면 관절이 아프고 근육 속에 뭉치면 근육이 아프고 또한 뇌 속에 머물러 있으면 머리가 무겁게 아픕니다. 문제는 이렇게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는 사람들은 당장 몸이 불편하니까 미리 에어컨 바람을 피해 버립니다. 전철을 탈 때도 덜 추운 곳에 타고 학원에서 공부할 때도 에어컨과 좀 더 먼 곳에 앉으려고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2. 예후

문제는 당장 나타나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몸속에서 탁한 기운이 쌓이는 사람들입니다. 더구나 한여름에는 빙과류나 찬기미가 강한 수박이나 참외같은 과일을 많이 먹게되니 비록 오장은 열을 받아도 위장관과 피부 근처는 조금씩 냉해져 한여름이 지나갈 시기가 되면 몸이 무거워지게 됩니다.

아무런 이유없이 몸이 무겁고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어떻다고 말할 수 없지만 몸이 편하지 않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몸에서 조절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만일 몸과 마음에 피로가 쌓여 조절이 되지 않으면 그 사람의 가장 약한 부위에서 병증이 생기게 됩니다. 가장 약한 부위라고 하면 전에 큰 병을 앓았다면 그 부위, 큰 사고를 당했다면 그 상한 부위, 일반적인 경우라면 체질적인 약점이 있는 부위를 말합니다.

예컨대 간열이 심한 사람은 아토피 같은 피부증상이, 심장이 약한 사람들은 갱년기증상과 비슷하게 갑자기 확 땀이 났다가 곧 써늘해지는 증상이,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머리가 무겁거나 속이 미식거리는 증상이, 폐가 약한 사람들은 비염 혹은 만성기침등의 기관지 증상이 심해지거나 신장이 약한 사람은 겉으로 나타나지 않지만 혈압이 조금 오르거나 혹은 결석 등이 두꺼워지는 증상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약한 사람들은 온 몸이 아프기도 합니다.

3. 치료

이에 대한 치료는 사람에 따라 증상도 다르고 체질적인 특성도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시켜 말하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다만 한방으로 말하면 기의 출입이 원활하지 않아서 몸 속에 노폐물이 쌓여서 생긴 것이므로 그 출입을 원활하게 해주면 됩니다. 양방으로 말하면 TCA(오르니틴 회로) 사이클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아서 CO2와 H2O가 피부 근처에 뭉쳐있는 것이니 이것을 원활하게 돌려주면 됩니다.

옛날에는 여름에 일은 많이 하고 그러나 영양식은 못하고 그저 속을 차게하는 푸성귀로 여름을 나니 한여름에는 보신탕이나 삼계탕의 고기로 영양을 보충하고 양념으로 발산시켜서 속이 허냉한 것을 해결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피부 근처에 노폐물이 쌓일 일이 없었으므로 비록 똑같이 관절이 아프더라도 그 원인은 영양이 안 가서 그런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름이 지나면 역시 속을 덮히는 뜨거운 보약으로 가을을 맞이했습니다.

한편 가을이 되어야 돈도 좀 생기고 약재도 유통이 되었으므로 가을에 보약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인데 이러한 습관이 전문가 집단에서 걸러지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한약은 봄 가을에 먹는 것으로, 그리고 한약은 보약이라고 그리고 보약은 몸을 덥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요즘은 영양이 모자라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기운을 돌리고 수액대사를 원활히 해주고 혈액순환을 증가시키는 처방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사람에 따라서 찬 기미를 가진 본초가 필요할 수도 있고 더운 기미를 가진 본초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큰 이치는 기운을 돌려 뭉친 것을 밖으로 몰아내는 것입니다. 이러한 치료법은 옛 사람들이 썼던 보법(補法)과는 달리 사법(瀉法)이라고 합니다.

4. 예방

앞에서 냉방병의 원인을 설명했으므로 예방은 거기에서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즉 속(오장)은 뜨거운데 겉은 차서 노폐물이 빠져 나가지 않으니 오장의 뜨거운 기운이 밖으로 뿜어나가게 해주면 예방이 됩니다.

쉽게 말해서 자주 땀을 흘려주면 몸이 가벼워진다는 것입니다. 낮에는 일을 해야하니 땀내는 것이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밤에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근처 학교 운동장에 가서 열심히 걷기만 하여도 땀을 낼 수 있습니다.

평소에 땀 구멍이 열리지 않아서 땀을 흘리지 못하는 사람은 찜질방에 가서 낮은 온도에서 오랫동안 있으면 조금씩 땀구멍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나서 운동장을 돌면 오장의 기운으로 땀을 낼 수가 있습니다.

옛 사람들도 말하기를(황제내경) 여름에 땀을 흘리지 않으면 가을에 학질(더웠다 추웠다 하는 증상)이 생긴다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학질이라는 증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계절에 맞게 몸의 생리를 풀어주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병이 생긴다는 자연의 이치가 중요한 것입니다.

에어컨만 찾게 되면 기가 막히게 되니 자꾸 짜증만 나게 됩니다. 당장이라도 나가 적극적으로 땀을 내어 보시기를 권유합니다. 그러면 기운이 확 뚫어져 시원하고 또한 기운을 따라 돈도 들어옵니다.

덧붙이는 글 | 할아버지 한의원 사이트에도 올렸습니다.


태그:#냉방병, #땀, #기미, #TCA,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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