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인·서·체! 보아라. 아빠가 너희에게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한 사건을 이야기하고 싶구나.

28년 전, 아빠가 중학교 2학년 때 일어났던 옛이야기다. 28년 전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슨 '사태'라는 말을 항상 듣고 살았어. '사북사태', '광주사태'라는 말을 매일 신문과 텔레비전에서 읽고, 보았다. 그런데 항상 여기에는 '빨갱이', '폭도', '폭동'이라는 말이 따라다녔다.

아빠 역시 저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이구나, 우리나라를 해하려고 하는 사람들로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신문과 텔레비전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알게 되었고, 아빠가 얼마나 속아 살아왔는지 가슴이 찢어지도록 깨달았다.

28년간 우리나라는 정말 많이 변했다. 28년 전 이야기를 옛이야기로 말하여도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 내 사랑, 사북
ⓒ 사계절 출판사
아빠가 얼마 전에 <내 사랑, 사북>이라는 책을 읽었다. 28년 전 '사북사태'라는 사건이 일어난 동네의 이야기였다. 사북은 강원도 정선군에 있는 동네 이름이다.

사북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석탄을 캐는 동네였다. 석탄을 캐기 위하여 지하에 수천 미터까지 내려가야 했다. 사람들이 어떻게 수천 미터를 내려갈 수 있는 너희도 궁금하지, 아빠도 마찬가지이다. 수천 미터에 들어간 사람들은 생명을 존귀함을 아마 우리보다 더 많이 알 것이고 다른 사람의 생명을 해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으로 아빠는 생각하고 있다.

위험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광부'라고 한다. 광부 아저씨들은 정말 생명을 언제 잃을지 모르는 작업을 하지만 돈을 조금만 받았고, '진폐증'이라는 무서운 병으로 고통을 당했다. 진폐증에 걸린 광부 아저씨들은 오래전에 석탄을 캐는 일을 그만두었지만 아직도 병원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다.

광부 아저씨들은 더이상 사람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자신들을 발견하고 외치기 시작했다. 그래 우리도 '사람이다!', '사람답게 살아보자!' 이런 마음을 가지고 데모를 하였다.

모든 사람은 자기 행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자격과 권리가 있다. 그러나 광부 아저씨들은 생명의 위협까지 받아 가면서 행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했다. 아빠는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우선이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와 국가, 집단은 분명 잘못되었다. <내 사랑 사북>과 '사북 사태'는 이것을 고발하고 있다.

그래, 우리도 '사람이다!'

28년 전 광산의 사장들과 경찰과 공무원들로 구성 권력집단, 어용 노조는 광부 아저씨들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광부 아저씨들을 빨갱이, 간첩, 폭도로 만들었다. 그때에는 '빨갱이' 하면 모든 것이 끝나는 때였다. 너희는 상상이 가지 않지. 아빠는 그런 시대를 살아왔다. 사람 사는 곳이 아니었다.

사람답게 살지 못한 사북과 '사북사태'에도 사랑은 있었음을 <내 사랑 사북>은 말하고 있다. '사랑'은 아빠가 생각하기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을 한 단어로 나타내라고 하면 아빠는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없는 사북에서 사람답게 살아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내 사랑 사북>이다.

그 사람들 중에 '김수하'라는 누나가 있다. 나이는 16살. 작가가 왜 수하 누나의 나이를 16살이라고 했을까? 아마 사람이 태어나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는 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인간이 인간으로,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는 유일한 나이일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너희도 16살이 되면 수하 누나와 같은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접하지 않는 거대 자본과 권력집단을 향하여 외치는 광부 아저씨들의 딸이 수하 누나이다. 수하 누나는 정욱 오빠를 사랑하면서 사북의 광부 아저씨들도 사람임을 증명하고 있다.

수하 누나는 사북이 싫었다. 자기 앞을 가로막고 있는 지장산. 자기를 따라다니는 광호, 엄마의 꾸중은 정욱 오빠를 만나기 전까지 결코 사랑할 수 없는 사북이었다. 수하 누나는 인간의 존엄한 가치를 반하는 사북이 싫은 것이 아니라 자기 주위를 맴돌고 있는 환경이 싫은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물가에 물을 긷는 순간 오빠를 만나게 되면서 수하 누나의 삶은 완전히 변화를 이룬다. 오빠는 수하 누나의 모든 것이 되었다. 사북 탄광에서,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 노력은 하지만 사장들과 권력자들은 사람답게 대우를 하지 않으려는 사북을 알게 되었고, 오빠를 통하여 수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경험하고 사북이 안고 있는 인간을 반하는 근본적 악을 알게 되었다. 이 사북을 수하 누나는 사랑한다.

'사랑'은 수하 누나가 자신이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였다. 사람이 태어나서 사람임을 알게 되는 것이 가장 위대한 인생의 전환점이다. 어떤 사람은 평생, 이 진리를 깨닫게 알지 못하고 죽어갈 수도 있다. 그중에 사북의 권력집단, 사장, 어용 노조가 사람임을 모르고 평생을 살아온 자들이다. 너희는 결코 그런 삶을 살아가서는 안 된다.

수하 누나는 아빠가 갱도 안에서 사고를 당한 후,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왜 아빠와 사북의 광부들은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아빠가 '사람답게 살아 보자'라고 외칠 때 아빠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오빠를 만나고, 사랑을 알고, 아빠의 사고를 경험하고 사람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이다.

너희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면서 살기를 바란다

나의 아이들아! 그래 너희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면서 살기를 아빠는 바란다. 수하 누나처럼 말이다. 비록 사북의 광부아저씨들이 그때에는 좌절했지만 시간이 지난 후 오늘, 우리는 그래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이룬 것은 바로 수하누나와 정욱 오빠, 그리고 아빠가 사람답게 살아보자 외쳤기 때문임을 기억하기를 아빠는 원한다.

덧붙이는 글 | 세 아이에게 쓴 편지입니다. 

예스24 저의 블로그에도 실었습니다. http://blog.yes24.com/kdssae


내 사랑, 사북

이옥수 지음, 사계절(2005)


태그:#이옥수, #내 사랑, 사북, #사계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