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자청소년(17세 이하) 대표팀이 지난 18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8개국 초청 국제청소년축구대회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후반에 터진 최전방 공격수 배천석(포철공고)의 연속 2골로 북중미의 복병 아이티를 2-0으로 누르고 첫 승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의 승리로 한국은 1승 1패를 기록하며 승점 3점을 챙겼지만, 앞선 경기에서 가나와 브라질이 1-1로 비기는 바람에 양 팀 모두 1승 1무를 기록하며 중간순위 3위에 만족해야 했다. 한편 골득실에서 앞서는 가나(+3점)는 브라질(+2점)을 제치고 조 선두에 올라섰다.

이로써 한국은 남은 20일 가나 전에서 반드시 승리를 해야 3/4위전이나 결승전 진출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중원을 장악한 한국, 아쉬운 마무리

한국은 초반부터 경기 주도권을 장악하며 활발하게 아이티의 문전을 두드렸다. 한국은 지난 브라질전과 다르게 미드필더들의 세밀한 패스 플레이가 살아나며 아이티의 문전을 위협했지만, 공격수로 이어지는 부정확한 패스와 아이티 선수들의 벌떼 수비에 막혀 정확한 마무리가 이어지지 않았다.

반면 아이티는 수비벽을 두껍게 쌓으며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구사했고, 단조로운 중거리슛을 남발했다. 하지만 대표팀의 어린 선수들은 브라질전과 다르게 아이티의 벌떼 수비 앞에서 이렇다 할 공격 루트를 마련하지 못하고 마무리 부재로 전반을 0-0으로 마쳐야 했다.

후반전에 변화를 꾀한 한국은 저돌적 오버래핑을 펼치는 구자명(중동고)을 대신해 U-17 대표팀에서 '한국의 램퍼드'라고 불리는 최진수(현대고)를 투입하여 변화를 주었다.

하지만 전반전의 전술과 같이 수비벽을 두껍게 쌓은 아이티는 좀처럼 수비라인을 끌어올리지 않았고, 오히려 넘어질때마다 최대한 시간을 끌며 한국의 공격 템포를 끊었다. 최진수의 투입으로도 아이티의 그물 수비에 효과를 보지 못하자 박경훈 감독은 후반 13분 한국영(문성고)과 후반 21분 김의범(신갈고)을 연속으로 투입하며 공세를 강화했다.

그러나 아이티 선수들의 거친 태클과 걷어내기에 고전을 면치 못하며 승부는 이대로 끝나는 듯 했다. 오히려 후반 30분경 아이티의 역습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해 아이티의 헤롤드 주니어에게 위협적인 프리킥을 허용하며 간담을 쓸어내려야 했다.

중원을 장악하고도 좀체 해결점을 찾지 못하던 한국이 승기를 잡은 것은 후반 33분이었다. 계속해서 공세를 펼치면서 기회를 엿보던 한국은 후반 33분에 수비 뒷공간을 침투하는 배천석에게 절묘한 스루패스가 연결됐고, 기회를 잡은 배천석은 침착하게 오른발 슛으로 깔끔한 마무리 슈팅을 작렬하며 선제골을 뽑아낸 것. 박경훈 감독이 ‘앙리’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배천석의 감각적인 골 감각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이후 아이티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에게 거친 태클을 가하며 공세로 나왔지만 체력적으로 우세를 보인 한국 선수들이 오히려 뒷공간이 생긴 아이티 진영을 감각적 패스를 바탕으로 침투하며 기회를 엿봤다. 그러나 후반 40분 아이티의 헤롤드 주니어에게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에서 결정적 돌파를 당하며 실점 위기를 맞는 등 한국의 수비는 불안한 장면을 보였다.

하지만 계속 기회를 엿보던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번개 같은 역습을 강행했다. 문전 쇄도하던 배천석은 상대 골키퍼가 걷어낸다는 것이 수비수 맞고 흐르자 그대로 추가골로 연결해 2-0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이날 승리를 깔끔하게 마무리 짓기에는 좀 껄끄러운 장면이 있었다. 후반 극적으로 터진 '앙리' 배천석의 첫 득점상황이 그랬다.

배천석의 선제골이 터지기 전 이미 한국 진영에서 아이티 선수 한명이 부상을 당해 그라운드에 누워있었지만, 태국 주심은 그대로 경기를 진행했고, 바로 이 진행 상황에서 배천석의 득점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아이티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에게 거친 항의를 했고, 경기는 중단되었다. 그러나 태국 주심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배천석의 득점을 인정했고 경기를 재개했다. 비록 경기가 재개되긴 했지만, 이후 한국 선수들은 아이티 선수들의 감정적인 태클에 몸을 아껴야했다.

가나와의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국은 이날 경기에서 간판 스트라이커 배천석이 브라질전의 부진을 만회하며 2골을 기록해 득점 감각을 조율했고, 미드필더들의 앞선 경기력을 바탕으로 아이티와의 경기를 지배했다.

하지만 지난 15일 밤 입국해서 바로 다음날 가나와의 경기를 펼쳐 체력이 고갈된 아이티를 상대로 후반 중반까지 상대팀의 벌떼 수비를 뚫기 위한 이렇다 할 공격 루트를 개척하지 못하고 허둥거린 점은 지적할만한 점이었다. 또한 실점을 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대표팀의 고질적인 수비문제는 브라질과 같은 강팀을 상대할 때 주의해야 할 점으로 지적된다.

4강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 대표팀은 남은 기간 동안 다양한 공격 루트의 개발과 견고한 수비벽을 중점적으로 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예전 대표팀과 다르게 첫 골을 도움 준 절묘한 찔러주기 패스를 구사하는 윤빛가람(부경고)이나 구자명, 최진수 등의 미드필더들은 브라질과의 중원 싸움에서도 대등한 경기력을 보였고, 18일 벌어진 아이티와의 경기에서도 상대를 압도하는 등 많은 가능성을 보여준 점은 높게 평가 할만하다.

한국은 20일 가나와의 마지막 조별 경기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이 아이티에게 패하지 않는 한, 반드시 가나를 잡아야 최소한 3/4위전에 진출할 수 있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덧붙이는 글 | U-17 8개국 친선대회: 한국-가나(20일 19시.천안종합) 
각조 1위가 결승 진출, 2위가 3/4위전 진출.

2007-06-19 11:06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U-17 8개국 친선대회: 한국-가나(20일 19시.천안종합) 
각조 1위가 결승 진출, 2위가 3/4위전 진출.
U-17 청소년 축구 배천석 아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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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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