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인천공항철도 계양역 게이트. 매우 웅장한 규모와 깔끔한 느낌이 인상적이다.
ⓒ 이준혁
지난 3월 23일 인천국제공항철도(이하 '공항철도')가 개통된 이래 오늘(6월 7일)로 77일을 맞았다. 완공 이후는 물론 건설 당시, 심지어 계획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분야에 걸쳐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현존하는 국내 유일의 민영 여객철도인 인천국제공항철도.

오랫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철도운송산업을 지켜보았고,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여러 매체를 통하여 공항철도에 대하여 애정이 담긴 쓴소리를 몇 차례 써 왔던 사람으로서, 앞으로 공항철도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운행 10주가 지난 현 시점에 몇 마디 언급하고자 한다.

차차 정착되어 가는 일반열차

현 공항철도는 인천국제공항에서 김포공항에 이르는 37.6㎞ 구간만 1차 개통되어 운행 중이며, 미개통구간으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김포공항에서 서울역에 이르는 20.4㎞ 구간을 포함한 총 58.0㎞ 전 구간 운행은 오는 2010년 6월쯤 예정되어 있다.

기존 수도권전철과 환승과 관련한 그 어떠한 메리트도 없음은 물론, 서울에서 가장 서쪽 외곽지역이라 할 수 있는 김포공항까지 구간이어서, 아무리 '기존 철도와 다른 민간 철도'이며 '서울역까지의 전 구간 개통을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라 하더라도 현 시점에서는 대중들에 대한 접근성이 많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1차 개통 전 당초 예상치로 발표됐던 수요에 제대로 부흥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각계각층의 걱정과 우려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인천국제공항철도가 1세대 민간자본유치사업(이하 '민자사업')으로, 현 시점에서 인허가과정이 진행 중인 민자사업과 달리, 애초 확정된 예상수익보다 부족할 경우 일정 부분에 대해 정부에서 손실보조금을 받을 수 있음은 물론 공사 당시부터도 중앙정부의 자금보조와 온갖 협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더욱더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관심을 끌게 되었으며 민자사업자에 대한 특혜 시비 및 정부 예산 낭비라는 점으로까지 확대된 측면도 없지 않았다.

지금까지 인천국제공항철도 이용인원현황을 보면 양호하다고 할 수는 없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역에서 김포공항역 구간에 중간 정차역 없이 무정차로 운행하는 직통열차의 경우 버스의 전세버스에 빗댄 '전세열차'라는 은어마저 생길 정도로 지나치게 승객이 없어 언론의 뭇매를 맞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공항철도 운행구간 중에 설치된 전역을 정차하는 일반열차의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이용 승객이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운행 현황이 기대되는 부문이다.

▲ 주말 오후의 공항철도 일반열차. 김포공항을 출발한 순간부터 만석에 가까운 이용률을 보이고 있어 차후 승객 증가가 기대된다.
ⓒ 이준혁
이러한 일반열차의 발전 이유를 편한 좌석은 아니지만 다수의 공항버스에 비해 동일 구간(인천국제공항~김포공항)에서 저렴한 운임으로 기존 공항버스 승객들을 유인할 수 있었던 점과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은 아니지만 소수요로 예상됐던 검암역 또는 계양역에서 김포공항역까지 구간을 이용하는 승객이 이 일대의 급속한 개발로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실제, 인천국제공항-김포공항 구간을 운행하는 공항철도 일반열차의 운임(3100원)보다 저렴했던 일반시외버스(2900-3000원, 총 8개 노선 54회/일 운행)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안성~공도~평택~송탄~오산~김포공항~인천국제공항'(2900원, 15회/일 운행) 노선이 지난 5월 25일을 기해 일반시외버스에서 우등시외버스(4300원)으로 전환돼 운임이 상대적으로 올랐다.

또 계양역과 검암역 인근 지역의 경우 계양역에서 김포공항역까지 900원으로 5분 만에, 검암역에서 김포공항역까지 1100원으로 11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공항철도 측의 홍보와 이용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널리 알려지며 일반철도 이용승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아직도 갈 길이 먼 직통열차

승객이 많지 않아 적자의 늪에서 고전 중이기는 마찬가지지만 자구적 노력에 외부적 요소가 더해져 조금이나마 발전 가능성이 보이는 일반열차와 달리 직통열차는 아직도 갈 길이 너무도 멀다. 앞서 '전세열차'라는 말처럼, 직통열차의 경우 할인행사 전까지는 객차 한 량 내에 승객이 열 명을 넘는 경우가 드물었으며,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직통열차는 명칭의 문제나 호화로운 역사 건설 등 부수적인 부문에서도 계속 논란거리를 만들어 왔다.

수도권전철에서 사용하는 객차와 유사한 일반열차와 달리, 직통열차는 KTX 객차와 유사한 고급 차량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현재 운행 중인 1단계 구간 내에서는 중간 정차역이 한 곳도 없기에(전 구간 완공 시 '인천국제공항-김포공항-서울역'으로 운행) 정말 편하고 빠르게 갈 수 있다.

그렇다면 직통열차 승객이 은근히 많이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크게 다르다. 공항철도의 선로가 큰 굴곡 없이 직선화되어 건설된 데다, 수도권전철과 달리 중간 정차하는 역의 수가 계양·검암·운서·공항화물청사로 총 4개소뿐이고, 역간 거리 또한 길어 가속 및 감속에 드는 시간이 적어 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구간이 많기에, 일반열차 또한 크게 느리지 않아 소요시간 차이는 5분(28분과 33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30분 정도는 대중교통 이동에서 별로 긴 시간은 아니다. 실제, 현존하는 고속버스 차량 가운데가 상당수가 우등고속버스 차량이지만 1시간 정도 짧은 구간에서는 일반고속버스 차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대중교통 이용 승객이 1시간 정도는 조금 불편한 좌석이라고 참을 수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다. 결국 30분 정도 거리에 5분 차이로 2배 이상(일반 3100원, 직통 7800원) 운임이 차이 난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그렇기에 연말까지로 한시적이긴 하지만 지난 5월 25일에 단행된 직통열차의 일반열차 수준 운임 할인(3100원)을 환영한다. 현재는 물론 2010년 6월로 예정된 전 구간 운행 후에도 일반열차와 직통열차의 짧은 운행시간 차이(45분과 53분으로 8분) 때문에 빈 차량으로 운행하는 상황에서 일반열차는 물론 공항버스 승객들까지 이끌 좋은 방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통열차'라는 명칭 문제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지적될 것이다. 직통과 급행의 의미가 엄연하게 차이 나며 한국철도공사도 이미 이 문제로 한 차례 명칭 변경의 수순을 거친 상황에서 세계인들의 대한민국을 향한 얼굴이 될 철도인 공항철도의 표기 관련 문제점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급행열차'나 '직행열차' 등으로 당장에라도 바꾸어야 맞지만, 늦어도 공항철도 체계가 상당수 바뀔 2단계 개통 때에는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적자 해소를 위한 역세권 개발 나서야

▲ 공항철도 김포공항역. 1단계 공사구간의 마지막 역이자 차후 직통열차의 전 구간 운행시에도 정차하는 유일한 역사로, 공항철도 전용 점유부문만 하더라도 그 규모가 상당히 웅장하고 넓다. 이 중에는 사용하지 않을 공간도 많은데 다양한 편의시설 및 공항철도의 특성을 활용한 회의시설 등을 설치하면 어떨까 싶다.
ⓒ 이준혁
철도대국으로 소문난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역사 내부는 물론 역사 주위 지역에도 철도운영기관에서 직접 운영하는 각종 상업시설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한국철도공사에서 대형 역사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편의점·매점·식당 등은 물론, 호텔·백화점·초밥전문점·술집·커피전문점 등 '이러한 분야의 업종으로 설마 운영할까?' 싶은 분야까지도 직영 혹은 계열사 설립·인수 등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낼 인접 분야의 사업을 영위 중이다.

도쿄메트로·한큐 등 일본 민영 철도가 한국 민영철도의 적자 해소 및 부채 감축 활동과 가장 차이 나는 것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없이 건설·운영된다는 점과 부대사업 이익금으로 적자를 최소화한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이 방법이 경기 변동을 비롯, 다양한 외적인 요인을 통해 안정적으로 꾸준한 흑자를 내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해도 말이다.

공항철도의 경우, 30년 후에 정부로 소유권이 이전되며, 운영 중에도 예상수익보다 부족할 경우 정부에서 손실보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공격적인 적자해소방안이 없다는 사실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커피숍·식당·제과점 등 인천국제공항 및 김포공항에 입점한 시중보다 비싼 부대시설보다 저렴하고 질 좋은 식음료 부대시설을 운영할 수도 있고, 넓고 화려하게 지은 공간을 활용하여 회의실 임대를 시행할 수도 있으며, 세탁소·환전소 등 인천국제공항에서도 포화 상태인 시설을 설치하여 쾌적하게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 인근 유휴부지가 많은 검암역과 계양역의 경우는 주수입(운임)과 부수입을 함께 거둘 수 있는 환승주차장 사업 등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인천국제공항 내 주차문제가 각종 불법주차로 매스컴에도 등장할 정도의 상황에서 잘만 운영된다면,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국외 출국 손님을 장기주차 형태로 확보하여 운임과 장기주차료를 함께 받는 시스템이 될 수 있으며, 더불어 전 구간 완공시 서울로 출퇴근하는 검암·계양역 이용 승객들도 확보할 수 있으리라 본다.

필자의 제언이 공항철도의 운영을 '문어발 경영' 형태로 하라는 것은 물론 아니다. 공항철도의 운영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에 대해 진출하여 얻은 부차적 수입을 통해 주수입원에서의 적자를 조금이라도 만회하여 국민 혈세의 지출을 최소화했으면 좋겠다는 의미이다.

교통 약자 위한 시설 보완해야

▲ 승차권 자동정산기. 휠체어가 하부로 들어갈 공간이 없어 지체장애인의 이동이 불편하며,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되어 있어 점자를 첨부할 수 없어 시각장애인 이용도 어렵다.
ⓒ 이준혁
공항철도 역사(驛舍)를 보면 기존 도시철도와 다른 외관상 차이를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고급스러운 형태의 내·외관, 너무 먼 미래를 바라본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드넓은 공간 등은, 공항철도가 우리나라의 토목기술은 물론 역사 건축 또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고 해도 이의가 없을 정도이다. 이는, 가장 최근 시기에 지어진 만큼 최신 디자인과 좋은 건축자재를 썼기 때문이라고 본다.

더군다나 공항철도의 경우, 입구에서부터 장애인·노인·임산부·유아 등 교통 약자를 위한 시설들이 갖춰져 있어 그들의 역사 접근에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교통 약자를 위한 시설 보완의 문제는 그 이후이다. 역사에 진입한 이후로 교통 약자들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한다.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 시행규칙을 살펴볼 경우 승차권자동발매기는 85~120㎝ 이내의 높이를 적용하여 설치하게 되어 있으며,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을 살펴보더라도 승차권자동발매기는 40~130㎝ 이내에서 설치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현재 승차권자동발매기는 140㎝ 높이여서 어느 법률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는, 법률상 문제를 넘어 교통 약자에게 실질적으로 불편함을 주고 있기도 하다. 특히 지체장애인의 경우, 휠체어 이용시 하부에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이 없어, 승차권 자동발매기 터치스크린에 손이 닿을 수 없다.

또한 승차권자동발매기는 점자부착이 불가능한 터치스크린 방식이어서 시각장애인도 자동발매기 이용이 불가능하다. 물론, 공항철도 측은 직원이 항시 대기하기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더불어, 일반열차의 5번 차량, 직통열차의 4번 차량에는 휠체어석이 있는데, 저상버스에도 설치된, 휠체어 고정 안전장치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공항철도가 달리는 선로가 직선형이며 첨단 철도시스템을 도입했다 해도 안전사고는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것인 만큼 빠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 공항철도는 개통 당시부터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어 교통약자는 물론 비장애인의 안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열차 안으로 가면 휠체어 고정 안전벨트가 없어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의 사고가 우려된다.
ⓒ 이준혁
예나 지금이나 '역'은 사람이 모이고 흩어지는 곳으로 그 지역의 중심지 역할을 한다. 그리고 국가의 대표 국제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은 대한민국의 관문이자 모든 계층이 이용하는 공항이다.

공항철도가 많은 사람의 이용을 유도하여 부채를 해소하고 적자를 최소화하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자신의 혁신 노력일 것이다. 또 많은 사람을 이용을 유도하는 데 있어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교통 약자에 대한 배려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기획취재기자단 기사입니다.


태그:#공항철도, #AREX, #인천공항, #공항, #민자사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