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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종혁
죽음의 하천 츠치커우 칭수웨시는 이미 죽음의 하천으로 변했다. 칭수웨시와 같은 양쯔강의 수백, 수천개에 달하는 지류는 오염된 물을 양쯔강에 그대로 흘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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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수? 칭수웨시 유출구 바로 옆에 있는 식수원 1급 보호구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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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충칭(重慶)시 샤핑빠(沙坪壩)구 츠치커우(磁器口). 중국 10대 전통마을 중 하나인 이 곳 중앙에는 사핑빠구 주민들의 식수를 책임지는 하천 칭수웨시(淸水溪)가 흐르고 있다.

칭수웨시와 양쯔강(長江)의 가장 큰 지류 중 하나인 자링(嘉陵)강이 만나는 유출구에서 기자는 썩은 물에서 풍겨나오는 역한 냄새에 급히 고개를 돌려야 했다. 충칭시 정부가 지정한 식수원 1급 보호구인 칭수웨시는 이미 썩어 죽음의 하천으로 변해 있었다.

충칭에서 가장 풍광이 아름답고 깨끗하고 맑기로 유명했던 칭수웨시가 검은 하천(黑河)으로 변한 것은 이미 20여 년 전이다. 칭수웨시 주변에는 수백 개의 작은 공장이 오밀조밀하게 들어서 조업을 하고 있다. 여기에서 나오는 공업 폐수는 정제되지 않은 채 그대로 칭수웨이시로 버려진다.

수십 만 가구에서 나오는 생활폐수도 마찬가지다. 날마다 3.3만 In³의 생활 오폐수가 바로 칭수웨시로 유입된다. 이런 칭수웨시의 물은 다시 자링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츠치커우에서 태어나 10여 년 동안 마을의 산수와 민가를 그려온 화가 야오수장은 "인간의 이기와 문명의 혜택이 츠치커우의 자연과 환경을 파괴했다"고 말했다.

그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칭수웨시 물은 츠치커우 주민들의 중요한 식수원이었다"면서 "공장들이 들어서고 생활의 편리함을 위해서 사용되는 화학물질들이 바로 칭수웨시로 버려지면서 이제 칭수웨시는 재생 못할 썩은 하천으로 변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정쩌건 충칭대학 교수는 "펑시허(彭溪河)를 비롯한 양쯔강 상류의 크고 작은 지류는 이미 오염이 심각해서 다시 재생시키려면 수십 년이 걸린다"면서 "죽어버린 하천의 물은 그대로 양쯔강으로 흘러 들어가고 거대한 호수로 변한 싼샤댐 저수지에 흐름이 정체된 채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개혁개방 이래 1세대 해외 유학생으로 1980년 일본에 가 도쿄대학에서 환경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이전에는 중국 내륙지역 최대 공업도시인 충칭에서 배출되는 공업폐수와 생활오수가 양쯔강이 흘러 내려가면서 일정한 자연 정화에 의해 오염도가 낮춰졌지만 싼샤댐이 들어서 뒤로는 양쯔강의 정화 능력이 완전히 상실됐다"면서 "조만간 길이 660㎞, 총면적 632㎢의 싼샤댐 저수지 전체가 죽음의 호수로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 4월 1999년부터 싼샤댐의 수질 변화를 연구해 온 수웨이췬 인민해방군 제2군의대학 교수는 "충칭의 오수 처리율은 20%에 불과하다"면서 "양쯔강에서 101종의 비휘발성 유기오염물질이 검출됐고 이 중 유기염소화합물, 페놀, 벤젠 등 인체에 해로운 물질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양쯔강 상류 주변 주민들의 건강과 생태환경이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안개가 삼켜버린 싼샤댐 싼샤댐 수몰지의 안개 출몰은 주민들의 기관지에 영향을 주고 안전한 선박 운항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 모종혁

양쯔강 유역의 오폐수 배출량

년도

1999

2001

2002

2003

2004

단위(억t)

206.8

220.5

243.4

273.3

288.2

주: 1) 2000년도는 기록 없음. 2005년도는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으나 이미 300억t을 넘었을 것으로 추산됨. 

     2) 현재 양쯔강 오폐수 배출량은 황허 전체 강물의 황해 유출량 300억여t과 비슷한 수치임.

ⓒ 양쯔강 보고서

죽음의 호수로 변하는 660㎞ 싼샤댐 저수지

2006년 5월 20일 후베이(湖北)성 이창(宜昌)시에서 싼샤댐은 12년 6개월여에 걸친 대역사 끝에 준공식을 거행했다.

준공식은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물론 싼샤공정건설위원회 주임을 겸임하고 있는 원자바오 총리나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한 사람도 참석하지 않은 채 10분도 안 되어 끝났다. 그 날 준공식에는 싼샤댐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정계 은퇴 후에 싼샤댐 추진과정과 막후 이야기 등을 일기 형식의 저서로 펴냈던 리펑 전 총리도 참석하지 않았다.

중국 국영 CCTV는 준공식을 현장 중계하면서 싼샤댐 건설회사인 창장(長江)싼샤공정개발총공사 리융안 총경리와의 인터뷰, 싼샤댐 프로젝트 추진과정 등을 10여분 동안 방영했다.

높이 185m, 길이 2309m, 너비 15m, 최대 저수량 390억 톤, 최고 수위 175m, 1일 발전량 1820만㎾(연간 847억㎾), 총 공사비 약 300억 달러(약 27조3000억원)…. 만리장성 이래 2300여년 만의 최대 역사(役事), 여러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운 세계 최대의 댐…. 양쯔강 중상류 유역에 거주하는 2억2천만 명 주민들을 홍수로부터 해방시키고 고질적인 전력난을 해소하며, 낙후된 중국 서부지역에 부흥시킬 물류혁명의 주축을 담당할 금세기 최대의 인공건조물…. 어떤 찬사로도 부족할 싼샤댐의 완성치곤 초라한 준공식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16일 CCTV는 흥미로운 프로그램 한 편을 30분 동안 내보냈다. 핫이슈의 중심인물을 직접 만나 인터뷰 하는 '뉴스회견실'(新聞會客廳)이 만난 사람은 옹리다. 상하이에서 태어나서 1978년 이래 중국 수리부 양쯔강수리위원회에서 직무를 시작한 그는 최고직책인 국장을 역임한 뒤 '양쯔강포럼' 의장으로 일하고 있다.

일생을 양쯔강에서 생활하고 양쯔강을 연구해 온 옹 전 국장은 CCTV와의 인터뷰에서 "싼샤댐이 주변 일대 생태환경에 주는 심각한 부작용은 존재한다"면서 "싼샤댐 완공 이후 싼샤 저수지와 양쯔강 중류의 수온과 기후는 이미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중국 수리부와 세계야생생물기금(WWF)이 공동으로 조사, 작성하여 4월 14일 출판한 <양쯔강 보호 및 발전 보고서>(長江保護與發展報告, 이하 '양쯔강보고서')의 책임 편집자이기도 한 옹 전 국장은 "작년 여름 충칭과 쓰촨(四川)에서 발생한 100년 이래 최대의 이상 고온 및 가뭄 현상이 싼샤댐과 분명히 일정한 연관이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싼샤댐으로 인한 기후와 환경 변화는 범위가 그리 크지는 않다"면서도 "지난 1년간의 데이터를 가지고 당장 결론을 내리는 것은 한계가 있고 앞으로 계속 관련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瞭望東方周刊
기상이변의 원인 작년 여름 충칭과 쓰촨은 100년 이래 최악의 이상고온과 가뭄 현상을 맛보았다. 왕홍치는 이것이 싼샤댐으로 인해 생기는 나무통(木桶) 효과에 따른 것이라 주장했다.
ⓒ 瞭望東方周刊

고온·가뭄 등 기후와 지질구조도 변하여 위험 증폭

작년 7, 8월 충칭과 쓰촨 동부지역은 연일 계속되는 기온이 41~45도를 오르내리는 이상 고온으로 100년 이래 최대의 가뭄 피해를 겪었다. 충칭의 대부분 지역은 40일 이상 가뭄이 지속됐고 퉁난(潼南), 펑수이(彭水) 등 14개 구, 현에서는 70일 안팎, 우시(巫溪)에서는 무려 90일 이상 가뭄이 지속됐다.

이에 재야 지리기상학자 왕훙치는 "충칭의 이상 고온 현상은 싼샤댐 건설이 가져다 온 나무통(木桶) 효과에 따른 것"이라며 "싼샤댐이 쓰촨 분지의 냉방기 역할을 해온 산림지와의 거리를 떨어뜨린데다 쓰촨분지의 함몰 정도를 깊게 만들어 더운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장벽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은 "충칭과 쓰촨 분지는 중국 내에서도 가장 특수한 지리지형을 지니고 있다"면서 "본래 양쯔강의 물기운은 하류와 저층지대에서 싼샤 협곡으로 들어오는데 이러한 대기 순환의 흐름마저 싼샤댐이 가로 막는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왕의 이런 주장은 중국 언론매체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양쯔강 중상류의 가뭄이 지속되고 4월부터 충칭에 35도에 가까운 이상 고온이 엄습하면서 왕의 주장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레이헝순 충칭대 명예교수이자 충칭시 고문은 싼샤댐이 가져다 줄 또다른 재앙을 경고한다. 그는 제7, 8기 전국인민대표회의 대표를 역임하면서 1992년 4월에 통과된 싼샤댐 프로젝트 논쟁의 한 복판에 서 있었다.

싼샤댐 건설안은 당시 전인대 전체회의에서 투표 참가자 2608명 가운데 1767명만이 찬성하고 33%에 이른 841명이 반대하거나 기권했다. 전인대 역사상 가장 많은 반대표와 기권표가 나온 결과로, 지금도 그 기록은 깨어지지 않고 있다.

당시 반대표를 던진 레이 교수는 "싼샤댐 저수지의 지질 구조는 매우 부서지고 파괴되기 쉽다"면서 "오늘날에도 지형 구조의 변화는 지속되어 크고 작은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싼샤 지대에서 싼샤댐이나 수몰지 연변 도시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레이 교수는 "싼샤는 히말라야산맥의 조산 운동에 따라 형성되었다고 하지만 그 때만 해도 중국에서 가장 높은 지대는 히말라야가 아닌 싼샤 일대였다"면서 "싼샤댐에 담겨진 총 저수량 390억 톤에 달하는 거대한 물은 지질 구조의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염의 원인 중국정부는 싼샤댐 수몰지 양쯔강변의 오염 유출공장을 모두 폐쇄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환경오염과 유해성이 큰 시멘트공장은 여전히 생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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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무너지고 지질 구조의 변화와 무분별한 신도시 건설, 도로 개설 등으로 토사가 양쯔강으로 유출되고 있다. 이러한 토사가 상류에서 떠내려 온 진흙, 쓰레기와 더불어 싼샤댐에 쌓이면서 싼샤댐의 홍수예방과 발전생산 기능을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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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대형댐을 반대한 이들이 옳음을 증명한다"

1950년부터 평생을 충칭에서 지내면서 30년 가까이 싼샤댐 관련 지역에 대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해온 레이 교수의 이러한 주장은 '양쯔강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양쯔강보고서'는 "싼샤 지대는 중국에서도 지질 재해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 중 하나"라며 "이주 사업에 따른 신도시 건설과 싼샤댐 수위가 점차 상승하면서 지질 재해도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쯔강보고서'는 "2003년 싼샤댐이 저수를 시작한 이래 싼샤 지대에서 지진 활동은 현저히 증가했다"면서 "싼샤댐 일대에서 기반이 붕괴되거나 산사태가 일어나는 곳만 해도 4719곳에 달하고 그 중 627곳은 싼샤댐의 수위 상승에 따른 영향 때문"이라고 밝혔다.

기자가 우산(巫山)현에서 만난 량츠웨이(47)도 "현 내에서 2004년 3층 건물이 붕괴되어 수십 명의 사상자가 나고 2005년에는 산사태로 여러 가구가 매몰되는 사고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신도시가 지반이 불안정한 산변에 급조되면서 계속 붕괴사고가 일어나지만 신문, 방송 등 언론매체에서도 단 한 차례도 보도되지 않는다"면서 "고지대에 무분별하게 들어선 고층건물 바로 밑에 사는 주민들은 극도로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싼샤댐 건설의 가장 큰 목적인 홍수 방지에도 점차 회의가 일고 있다. 지난 2001년 사망한 중국의 대표적인 수리학자인 황완리 칭화(淸華)대학 교수는 "싼샤댐의 담수량이 많다고 하지만 양쯔강 전체 유량의 4% 정도에 불과해서 홍수조절기능이 지극히 제한적"이라며 "양쯔강 상류에서 내려오는 토사가 매년 1억t 가량의 쌓이면 오히려 댐 기능은 상실되고 대홍수까지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이라고 지적했었다.

'양쯔강보고서' 또한 "싼샤댐이 홍수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싼샤댐 건설이 양쯔강 중하류의 흐름을 변동시켜 양쯔강 및 지류, 호수의 축적과 분산 역학 관계에 영향을 주어 홍수를 예방 조절하는데 더욱 애로점을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황 교수는 1957년 황허(黃河) 중류의 싼먼샤(三門峽) 건설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반대하다가 마오쩌둥에 의해 우파로 몰려 박해를 받았었다.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 싼먼샤댐이 댐으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고 실패하여 그의 주장이 정확했음을 증명했다.

1992년 1월 중국 전국정치협상회의 회의석상에서 당시 80대 고령의 장광떠우 중국공정원 원사이자 중국수리학회 부이사장은 다음과 같이 호소하며 역사에 경종을 울렸다.

"1950년대 싼먼샤댐 건설시 대다수의 사람들이 대형댐 건설을 찬성하고 극소수의 사람들이 반대했다. 지금 반대했던 사람들이 맞고 찬성했던 사람들이 틀렸음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싼샤댐을 건설해야 하는지 건설할 능력이 있는지 건설 이후 어떤 결과를 야기할지 등 여러 문제에 대해 철저히 고민하고 토의해야 한다."

죽음의 호수 싼샤 협곡이 시작되는 취탕샤(瞿塘峽)의 물 흐름은 이미 정지되어 있다. 싼샤댐은 길이 660㎞, 저수량 390억 톤의 거대한 호수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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