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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 대추리에 위치한 캠프 험프리의 해괴 구조물이 무엇인지를 추적하고, 이에 관한 글과 사진을 다량 전시 유포한 저의 죄는 무엇입니까. 이깟 것도 예술이라며 평론을 쓴 비평가들의 혐의도 가볍지는 않습니다.
ⓒ 노순택

엊그제, '카메라를 든 불순분자'라는 글로 이시우의 정체를 고발한 뒤, 알 수 없는 찜찜함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순수한가…….'

659쪽에 달하는 이시우 구속영장청구서를 대략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저는 직감했습니다.

'아, 나도 300쪽은 나오겠구나…….'

공안검사님들이 사용하신다는 고무줄자를 냉큼 구해다가, 저의 머리둘레와 가슴둘레 손 발을 모두 재어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400쪽마저 넘을 듯했습니다.

'그래, 자수하자. '자수하여 광명 찾자'는 오래 된 감언이설도 있지 않은가. '정상 참작'이라는 법조계의 미풍양속을 최대한 이용해야 해…….'

그리하여 저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400쪽을 넘나들 재간이 없어 살짝만 진술하오니, 뼈와 살은 그 쪽 전문가를 동원해 붙여주시기 바랍니다.

1. 상기인 노순택은, 지난 2000년 군사시설보호법으로 엄격히 보호되고 있는 매향리 농섬폭격장에 들어가 그곳의 지형지물을 필름에 담아 널리 유포하였습니다. 당시 농섬에 매복하고 있는 화성경찰서 강력계 형사들에게 연행되었다가, 이후 기소되어 벌금을 부과받았지만, 이에 불복, 정식재판을 청구하였고 1심에서 감액, 2심에서 선고유예의 판결을 받았습니다.

상기인은 이 과정에서 전혀 반성의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으며, 매향리 농섬의 처참한 풍경을 여과없이 보도하고, 이 폭격장을 주한미군이 아닌, 미국의 군산복합체 '록히드 마틴' 사가 위탁운영해 오면서 온갖 신무기를 실험한 혐의가 있다는 국가기밀을 폭로하였습니다.

뿐입니까, 이 폭격장을 주한미군뿐만 아니라 멀리 오키나와와 괌에서 출격한 폭격기까지 훈련장으로 애용해 왔다는 사실도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폭로하였습니다. 국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상기인은 이후에도 수차례 매향리 농섬을 취재한 바 있습니다.

매향리 폭격장 폐쇄는 주민들의 간절한 염원이기도 했거니와 반국가단체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장이기도 하였으므로, 북한에 이로울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적극 취재에 임했던 상기인과, 취재를 용인 독려했던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합니다. 아울러 취재에 동행했던 <한겨레> <연합뉴스> KBS·MBC 기자들도 함께 고발합니다.

2. 상기인 노순택은, 지난 2000년부터 최근까지 주둔군지위협정의 상식적 개선을 촉구하며 불법시위를 자행해온 거리의 깡패, 문정현 신부와 그 일당들의 주장을 여과없이 취재 보도하였습니다.

비록 '상식적 개선'이라고 하나, 한국과 미국이 불평등한 협정을 맺고 있다는 국가기밀을 폭로해야만 하는 일이었고, 이는 북한의 주장과도 일치하는 바가 있어, 적국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일이었으므로 명백한 국가보안법 위반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정현 신부와 그 일당들, 그리고 그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글과 사진을 배포한 상기인을 처벌해 주시기 바랍니다.

3. 상기인 노순택은 2002년 여중생 사건 당시, 사건의 전개과정을 낱낱이 취재하였을 뿐만 아니라, 동료 사진가·사진기자들을 선동해 시국성명을 발표하였고, 미대사관 앞에서 카메라 수십 대를 땅에 내려놓은 채 침묵시위를 주도한 바 있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를 분열과 혼란으로 빠뜨리는 데 동조하는 일이었고, 국가망신이자, 북한을 이롭게 할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시국성명에 참여했던 사진가들과 이를 주도한 성남훈·이상엽·노순택 등은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아 마땅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4. 상기인 노순택은 2003년 상지대학교 교양학부 홍성태 교수와 공모, 당대출판사를 통해 <반미가 왜 문제인가>라는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이 책에는 미국의 전생사와 함께 '주한미군 주둔의 역사' '우리의 과제' 등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책의 말미에 도표를 통해 주요주한미군기지와 조직현황, 전세계미군주둔현황 등을 담아 한반도에 미군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가까이 있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는 이미 수많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실이지만, 포괄적 이해와 접근을 가능케 한 불온서적이었고, 결국 북한을 이롭게 할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글을 쓴 홍성태 상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와 사진을 제공한 상기인을 국가보안법으로 엄벌해 주시기 바랍니다.

5. 상기인 노순택은 2004년과 이듬해에 걸쳐 일본사진가 5인, 한국사진가 5인과 함께 오키나와-오사카-도쿄-서울의 갤러리를 순회하며 아시아의 미군문제를 다루는 전시를 진행하였습니다. 오사카 전시 당시, 이시우의 구속영장청구서에도 명기된 바 있는 도유사씨가 전시장을 방문, "참 가슴 아픈 일이며, 의미로운 전시를 해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고, 이에 한국인 사진가들은 "감사하다"는 화답을 하였습니다.

이시우의 구속영장청구서를 읽어보기 전까지만 해도, 저는 도유사씨가 그런 위험인물이라는 사실을 몰랐지만,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국가 안위를 위해할 수 있는 행위가 용서될 수는 없는 일이므로, 국가보안법상 통신 회합의 혐의로 상기인과 사진가 4인을 고발하는 바입니다.

6. 상기인 노순택은 세계 도처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전략적 유연성'을 향후 과제로 삼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불순한 주장을 인용, 평택미군기지확장 사업이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사실을 유포해 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자무식 대추리 농민들의 주장을 여과없이 취재해 글과 사진을 발표하였고, 포스터와 엽서 책 등을 제작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아울러 국방부가 자신의 땅으로 선포한 대추리 빈집에 가족과 함께 은거하며, 마을주민들의 영정사진을 찍어주는 등 국가사업을 방해하였습니다. 게다가 평택미군기지확장사업과 관련한 한미간 협정과 국회비준과정이 헌법을 위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시행 과정에서 각종 편법과 탈법, 폭력이 자행되었다는 국가기밀을 널리 누설하였습니다.

이는 가수 정태춘·박은옥과 화가 김성수·이종구 등 불온예술가 수백명이 주장한 사실이기도 합니다. 평택미군기지확장 반대의 목소리가 무지랭이 농민들의 간절한 소망이긴 하지만, 북한의 주장과 엇비슷한 구석이 없지 않고, 그들을 이롭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무책임한 선전선동을 일삼은 불온예술가들과 상기인을 국가보안법의 이름으로 엄중히 고발합니다. 이들 불온예술가를 측면 지원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경기문화재단 등도 그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7. 상기인 노순택은 평택 대추리에 위치한 캠프험프리의 해괴 구조물을 촬영하여 '네이버 지식인' 등에 이 구조물의 이름과 용도, 재질 등을 누리꾼에게 물은 바, 기초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허나 이에 그치지 않고 주한미군사령부에 편지를 보내 구체적 사실을 탐지하려 하였고, 응답이 없자 군사전문가의 자문을 얻어 군사기밀에 해당할 지도 모르는 사실을 습득하였습니다. 이것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미국기업이 아무에게나 제공하고 있는 최첨단 '구글 어스'를 사용, 그 좌표와 지형지물을 어림짐작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추적 과정을 담은 원고지 100매 분량의 작업노트를 작성함과 동시에, 그동안 촬영한 수백장의 사진 중 50여점을 골라내 대형 프린트하여, 2006년 서울소재 신한갤러리에서 2주일 동안 전시한 바 있습니다. 뿐입니까. 2007년에는 일본 오사카 도온센터, 독일 슈투트가르트 시립미술관에서도 작업들을 전시, 국제적 망신을 사고 돌아왔습니다.

캠프 험프리의 부대성격과 최첨단 레이돔의 구조와 재질, 용도는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적국을 이롭게 할 수도 있는 국가기밀인 바 이를 전시하고, 조롱한 행위는 법으로 중히 다스려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최첨단 위성시스템으로 캠프 험프리의 위치를 알려준 미국기업 구글과 프린트를 협찬해준 엡손, 전시장을 무료로 빌려준 신한은행을 고발합니다. 아울러 이 따위도 예술일 수 있다며 각종 매체에 평론을 썼던 미술평론가 김준기·류병학·반이정·이대범과 큐레이터 신보슬 등도 함께 고발합니다.

8. 상기인 노순택은 '카메라를 든 불순분자' 이시우를 구명하는 글과 사진을 유포하였으며, 그의 주장 일부가 북한의 주장과 대략 비슷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그렇다면 입 있는 자의 입을 모두 꿰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중상모략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북한이 '1+1=2'라고 주장해온 사실을 알면서도 같은 내용을 담은 불온사상을 아이들에게 세뇌하기도 하였던 것입니다. 이 또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항이 아니고 또 무엇이란 말입니까.

아….
자아비판을 하자니 끝이 없고,
여기서 마무리를 짓자니….
괜히 억울합니다.

그래서 저는 함께 고발하렵니다.

1.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의뢰를 받아 판문점과 민통선·철책·각종 초소를 촬영해 보도한 미국인 사진가 마이클 야마시타를 고발합니다. 앞으로 영구히 그의 입국을 막아주십시오. 아울러 그의 사진과 글을 번역 배포한 시사영어사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합니다.

2. '하늘에서 본 지구'로 유명한 프랑스 사진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를 고발합니다. 그는 휴전 이후 처음으로 중부전선 비행기 운항금지구역에서 DMZ 철책선 지역, 자유의 다리, 노동당사 등 민통선 내부를 항공촬영해 이를 전시 출판하였습니다. 앞으로 영구히 그의 입국을 막아야 합니다.

아울러 전시를 주도한 경기도와 "긴장감이 감도는 판문점 일대의 생생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어 흥미롭다"며 "이를 통해 DMZ의 역사적인 의미와 미래의 비전을 보다 선명하게 이해하실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고무찬양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국가보안법으로 고발합니다.

3. 대통령 탄핵이 남한 사회를 갈등과 혼란에 빠뜨리고, 이러한 일이 북한에 이로울 수 있다는 상식적인 사실을 모르지 않았으면서도, 탄핵을 주도했던 조순형 민주당 의원과 한나라당 의원 전원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합니다.

4. 전시작전통제권이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있다는 국가기밀을 널리 유포(이는 이시우씨의 구속영장청구서에도 적시되어 있는 불법행위임)해 국론을 분열시키고,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 한미동맹의 약화를 초래해, 궁극적으로 북한을 이롭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국가적 논란거리로 비약시킨 장본인, 노무현 대통령을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해 주시기 바랍니다.

5. 북한의 항일무장 투쟁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곧 그들의 정통성을 인정하는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동아일보판 '보천보 전투' 호외를 순금으로 제작해 북한 수뇌부에 전달하며 "북한을 우리와 동등한 실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망발을 일삼은 김병관 <동아일보> 회장을 국가보안법으로 고발합니다. 아울러 자신들이 전달한 선물이 북한 국제친선전람관에 전시되어 북한체제를 선전옹호하는 상납품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온갖 선물증정을 일삼은 여야 고위 정치인, 대기업 대표 등을 모두 고발합니다.

6. 식량난으로 영양부족에 처한 북한어린이들에게 구호식량을 전달할 경우, 이 아이들이 자라나 북한체제를 유지하는 정치인, 군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북녘어린이돕기 운동을 벌인 각종 인권단체 구호단체를 국가보안법으로 고발합니다.

7.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담은 장면들이 유포될 경우, 북한의 군사적 선전과 전략에 이용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으면서도, 국방부와 주한미군사령부의 초대를 받아 훈련장면을 촬영 보도한 모든 방송국·신문사·통신사 임직원과 기자를 고발합니다.

8. 이시우의 온갖 불온사상과 퇴폐사진이 집대성되어 있는 <민통선 평화기행>을 출간한 '창작과 비평'사를 고발합니다. 그들은 이시우의 책이 '조작과 불평'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창작과 비평'의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아울러 이시우의 책을 '한국을 대표하는 책 100권'에 선정해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번역, 출품을 주도한 대한민국 문화관광부 장관과 임원들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합니다. 이 책을 수집·탐독한 이들 역시 처벌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9. 당장 광화문 네거리 일민미술관으로 달려가 보십시오. '딜레마의 뿔'이란 이름으로 전시 열람되고 있는 숱한 불온서적들, 아무리 예술가들이라지만, 명백한 국가보안법 위반입니다. 이 전시를 허락한 일민미술관 임직원들과 작가들을 국가보안법으로 엄벌해 주시기 바랍니다.

10. 끝으로, 국가보안법의 남발이 우리사회를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넣어 결국에 적을 이롭게 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앞뒤 가리지 않고 남발한 공안당국자들이야말로 가장 먼저 국가보안법의 처벌대상이란 사실을 통지해 드립니다.

문정현 신부는 말합니다.

"만인이 알아야 할 것을 알게 한 자에게 올가미를 씌워 죽이려는 이 국가보안법이야말로 국가보안법의 이름으로 처벌해야 할 대상"이라고요.

감옥에 갇혀 21일째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이시우씨는 장문의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낯선 것을 온가슴으로 포옹하여 한 시대의 '결'을 만들어내는 자로서의 예술가의 본성은 마치 잠수함에 독가스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넣어지는 토끼의 운명과 비슷합니다. 낯선 것이 위기와 도전과 고난일 때도 있기에 시대의 위험을 감지하고 끌어안는 예술가의 혼으로 인해 한 시대는 위기를 예감하고 준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부디 저의 사건이 이 시대의 위기를 예고하는 사건이 아니길 바랍니다."

저는 이시우 씨의 말을 이렇게 요약하려고 합니다. “방구는 똥을 예견한다!”

똥을 싸지르는 지경이 되어야만, 방구의 향취를 거슬러 기억할 수 있는 것일까요?
차라리 똥을 싸지르는 것이, 똥을 치우는 빠른 방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똥을 싸지릅시다. 저를 국가보안법의 이름으로 구속해 주십시오. 제가 열거한 다수의 사람들 역시 구속해 주시기 바랍니다. 증거는 얼마든 지 있고, 고무줄자는 언제든지 준비되어 있는 것 아닙니까?

이 글을 읽는 누리꾼 여러분은 국가보안법을 얼마나 위반하셨는지요?
설마 전시작통권이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있다는 초특급 국가기밀을 탐지, 숙독하고, 대화 나눈 일마저 없다고는 아니 하시겠지요?
모두 처벌대상입니다. 이시우가 처벌받아야 한다면....

태그:#이시우, #국가보안법, #사진,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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