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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감원 상장 개정안 통과로 생보사 상장이 가시화되고 있다. 사진은 생명보험사 빅3인 삼성생명, 교보생명, 대한생명 사옥.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생명보험사들이 그동안 자사주식을 상장시키기 위해 노력해 온 사실을 높이 산(?) 금감원이 그동안 미루어왔던 상장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드디어 올 연말쯤 일부 생보사가 상장될 예정이라고 한다.

보험회사는 최근 들어 금융권의 영역이 교차되는 종합금융화 추세에 따라 그 구별이 점차 모호해지고 있지만 크게 인적담보를 위주로 한 생명보험회사와 물적담보를 위주로 한 손해보험사로 나누어진다. 손해보험사들은 진즉 상장되었음에도 생명보험사들의 상장은 은행감독원 시절부터 막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손보사보다 덩치가 훨씬 큰 생보사들의 상장을 막아왔던 것일까?

우리나라 생보사는 무늬만 주식회사

그저 피상적으로 내세웠던 이유가 보험금의 지급을 위해 적립할 책임준비율이 기준에 미달한다는 점이었고, 또 한 가지는 생보사가 손보사나 다른 일반주식회사와 본질적으로 그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첫 번째 이유는 이미 상장을 막을 근거가 되지 못하지만 두 번째 이유는 매우 포괄적이지만 생보사가 상장되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점을 밝혀주는데 여전히 중요한 의의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보험회사는 일본이 상호회사제도를 취하고 있는데 반해 미국과 같이 주식회사제도를 택하고 있다. 상호회사란 상법상의 법인이 아니라 보험업법상 법인으로, 주식회사에는 주주가 주인이 되지만 상호회사는 사원, 즉 보험계약자가 주인이 되는 형태라고 보면 된다.

상호회사와 주식회사를 비교하면 양쪽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최소한 상호회사인 경우에는 생보사의 직간접적인 이익을 직접 보험계약자가 누리게 되고 소수주주가 이익을 독점적으로 누릴 수 없다는 점에서 본래 보험제도의 취지에 적합한 형태라고 간주되고 있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는지 우리나라의 생보사들은 한결같이 미국식의 주식회사를 선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이러니컬하게 보험관계자들이라면 모두 우리나라 생보사의 성격은 상호회사의 성격을 가진 주식회사라고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고, 일반 주식회사와 다르다고 하는 것이다.

상장을 한다는 의미는 주주에게 증시에서 자본을 회수할 기회를 주게 된다는 것이고, 거기에 현 생보사의 가치에 따른 프리미엄을 주주들이 누릴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현재 거대기업이 된 생보사의 가치에 대한 그 이익을 주주가 독점적으로 차지하게 된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일반적으로 경영진과 주주들의 노력으로 기업을 성장시켰다면 그 이익을 누리는 것에 대해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현 생보사들의 발전은 단지 생보사나 그 주주들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따라서 그 이익을 주주가 독점적으로 향유하게 하는 것은 분명 부당이익이 되는 것이고 이것을 결정한 금감원의 행위는 그 간 보험업계에 종사해 온 직원이나 보험설계사, 보험계약자에 대해 배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끊임없이 지금까지 생보사 상장에 따라붙어 기존 계약자에 대한 배당이나 영업사원들에 대한 배당문제가 거론되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해방 후 시작된 생보사의 역사는 이미 60년을 헤아린다. 일제강점기 시절 전쟁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착취수단으로 보험을 이용했던 터라 "보험에 들면 돈 떼인다"는 진실 아닌 진실로 인해 초기 생보사들의 어려움은 60년대 당시 다른 주식회사들 이상이었음은 분명하다. 영업사원들 역시 매우 천대받는 직업 중 하나였으니 그 고충은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반면 정부는 사회보장 육성 차원에서 생보사들의 덩치 키우기에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사회보장의 일정 부분을, 가난한 정부 대신 생보사들이 그 역할을 한다는 점이 그 이유였고, 또한 은행과는 달리 단기적인 자본이 아니라 생보사의 장기적인 자본을 축적해 산업의 원동력으로 투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인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은행과 다름없는 거의 저축이었음에도 보험이란 이름 하에 판매된 상품에는 이자소득세를 면제하거나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해약을 해도 면제혜택을 부여해 준 것이 대표적인 예다. 기업종업원퇴직보험에 감면혜택을 준 것도 마찬가지.

80년대 말부터 대학졸업자들이 '이제 금융은 보험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지만 90년대만 보더라도 쉽게 '보험아줌마'라고 불리는 보험설계사들과 영업소장들의 잔존율은 20-30%를 넘지 못했다. 친지나 이웃을 대상으로 얼굴을 봐서 하나 들어달라는 식의 연고영업이 대부분이었고, '필요에 의했다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보험에 가입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보니 보험금 지급이나 보험계약 해약시 근본적으로 분쟁 소지를 안고 있었다. 홈쇼핑이나 텔레마케팅 등 다양한 판매방식을 도입하고 있는 지금도 주로 연고영업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보험설계사와 가입자 희생으로 보험사 성장

▲ 경실련과 경제개혁연대, 참여연대, 보험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는 계약자의 이익을 반영한 생보사 상장 방안 마련을 요구해 왔다. 사진은 지난 1월 8일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 기자회견.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금은 많이 정비되었지만 생보사가 지금까지 사활을 걸고 주력한 것은 '증원'이다. 증원이란 새로운 보험설계사를 영입하는 것을 말하는데 한 생보사 당 매월 수백명에서 수천명까지 보험설계사를 시작한다. 매달 이렇게 늘어난다면 전 국민의 보험설계사 전환이 십년이면 충분할 듯 하다. 그럼에도 보험설계사의 수는 눈에 띄게 늘어나지 않았고, 현재는 생보사 자체에서 효율적인 측면을 고려해 점차 줄이는 노력으로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뒤집어보면 그동안 보험설계사라고 생보사에 들어와 한두 달, 서너 달 정도 주위의 친지들에게 보험을 가입시키고 더 이상 연고영업이 어려워지면 그만두었다는 것이고(그만두면 기모집한 계약의 수당 역시 감액지급하거나, 아예 지급하지 않는다) 결국 그런 수많은 설계사나 그 친지들의 어쩔 수 없는 희생(?)이 현 보험회사의 성장에 일조를 하였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영업소장이나 보험설계사들의 노조결성에 대해서 생보사들은 필사적으로 막았고, 정부 역시 '영업소장은 사업자 측이고, 보험설계사는 계약직이다'라는 유권해석으로 생보사 편을 들어주었다. 연봉 몇억이니 하는 보험설계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생보사가 성장한 데에는 영업소장이나 보험설계사들의 '희생 아닌 희생'이오, 생보사 측에서는 '착취 아닌 착취' 덕분이라는 점에서는 생보 관계자들도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또 한편으로는 불특정 다수 계약자의 희생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보험제도 특성상 해약을 하게 되면 납입한 보험료도 환급받지 못한다. 물론 생보사 측에서는 미환급분이 회사의 이익이 아니라 보험설계사의 수당 등 사업비로서 지출되었다고 하지만 사업비 역시 생보사의 운영경비임에는 분명하니 회사의 이익이 아니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

기존 계약자, 또한 오래된 계약자뿐 아니라 보험에 가입했던 불특정 다수 국민들의 어쩔 수 없는 희생 역시 현 생보사의 성장 동력이 되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생명보험협회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생보사 전체 총자산액이 2006년 3월 말 현재 243조원에 달하고 운용자산만 해도 188조에 달한다.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상장이 거론되고 있는 빅3 생보사(삼성생명, 교보생명, 대한생명)의 총자산합계액이 180조원를 넘어 전체에서 74%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 생보사가 설립된 지 가장 오래된 회사이고, 정부정책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린 회사들이란 점도 눈여겨볼 사항이다.

생보사에 당기순이익이 없는 까닭

일반주식회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수치는 당기순이익이다. 이익을 얼마나 거두었느냐에 따라 그 회사의 가치를 좌우한다. 회계연도를 매년 4월 1일부터 다음해 3월 31일까지로 하는 생보사들은 2006년 3월 말 현재 생보사 전체의 당기순이익이 2조원(생명보험협회 통계 자료)에 달했지만 2005 회계연도(2005.4.1-2006.3.31)의 당기순이익은 표시되어 있지 않다. 당기순이익이 없어서가 아니라 당기순이익이 발생할 수 없는 생보 제도의 특성 때문이다.

보험은 철저하게 확률에 의거한 제도이다. 확률은 경우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예상과 더 근접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확률에 근거하여 보험금과 보험료를 결정하게 된다. 즉 우리가 납입하는 보험료는 보험기간 동안 발생할 사고율이나 사망률 등 예정률에 근거해 지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보험금에 맞추어 결정하게 된다. 예정률을 정하고 그에 따른 보험료를 결정하는 것으로 보험에서 사용되는 예정률에는 세 가지가 있다.

나이에 따른 사망률이나 사고율 등의 예정위험률, 계약자들이 납입할 보험료를 투자하여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예정이율, 그리고 보험상품을 판매하거나 유지, 관리에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예정사업비율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보험제도의 생래적인 특성으로 인해 예정한 것과 실제 발생한 것과의 차이가 발생하게 되고 후에 반드시 정산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간혹 보험회사의 결산기 후에 계약자 배당이라고 지급되는 것이 바로 이것인데 여기에도 예정사망률(위험률)과 실제사망률 차이에 의한 사차배당, 예정이율과 실제운용이율과의 차이에 의한 이차배당, 예정사업비와 실제사업비의 차이에 의한 비차배당 등 크게 세 가지 종류의 배당이 있다.

하지만 보험에서의 배당이란 부분은 주식회사의 주주가 받는 배당과는 그 성격에 있어 현저하게 다르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보험회사에서의 배당은 예정한 것과 실제 발생한 것의 차이로 인한 정산의 성격이고, 계약자 측에서 보면 실제 사용된 보험료보다 더 많은 예정보험료를 납입했기 때문에 그 차액을 환급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익을 내려는 생보사의 노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우량한 피보험자 집단을 선별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거나, 자산의 운용을 잘하지 못하면, 그리고 사업비를 낭비한다면 차익이 발생하지 않아 배당을 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예정률이란 것이 언뜻 생각하면 매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어떤 자료나 통계를 예정률로 선택하느냐, 그리고 얼마나 합리적으로 조정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매우 달라질 수 있음을 간과하면 안 된다.

예컨대 최근 들어서는 예정사망률로 사용한 제4회 경험생명표에서 제5회 경험생명표로 변경되면서 기존 보험계약자에 대한 보험료 인하 등이 이루어졌지만 90년대 말까지도 경험생명표 변동으로 인한 기존 계약자에 대한 배려는 거의 없었다. 이것 역시 부당이득이었음은 분명하다.

이렇듯 예정률은 보험계약이 장기임에 비추어 매우 안정적으로 산정되고 대부분 차익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 차익이 보험회사의 이익이 아니라 계약자가 실제 내야 할 보험료보다 더 많이 납입한 보험료를 환급받는 것이라는 점에서 생보사 주주총회에서 배당액과 배당률을 자의적으로 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산재평가차익은 계약자 몫

▲ 계약자 보상을 배제한 생보사 상장 방안에 항의하는 시민단체 회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바로 생보사의 보이지 않는, 단기간에 발생하거나 매년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이익은 어떻게 환급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자산재평가차익이다. 생보사의 경우 부동산 등을 포함한 자산은 천문학적인 금액에 달하고 이를 현실화된 가격으로 평가해 남은 차익은 과연 생보사의 이익이냐 하는 것이다.

당해 부동산을 구입한 비용 역시 계약자의 보험료로 충당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자산운용계정이었든 사업비 부분이었든 분명 생보사의 자금은 계약자의 보험료를 재원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그 부분에서 이익이 발생했다면 계약자에게 이차배당이든 비차배당이든 해야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자산재평가가 그 부동산을 구입할 때와는 달리 오랜 시간이 지난 후 평가익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미 그 부동산을 매수할 때 사용된 보험계약자와 재평가차익이 발생할 때의 계약자가 다르다는 점에서 누구에게 배당을 해야 하느냐의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분명 회사가 아닌 계약자의 몫이 분명한데 주인 없는 이익이 발생한 셈이다. 계약자가 불특정다수인이고 시기에 따라 계약당사자와 수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해결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심각한 문제는 생보사가 상장되면 그 주식을 소유한 주주들의 배당요구가 거세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결국 주주들의 요구에 부응하려면 이익을 추구하려는 경영노력과 더불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해 질 것이다. 지금까지 공공성을 내세웠던 생보사들의 겉치레가 이제는 단순한 주식회사임을 강조하는 쪽으로 변질될 것이다.

부당이익 사회환원 뒤 상장 논의 이뤄져야

은행이나 체신 등에서도 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생보사와 손보사간 고유영역도 이미 남아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 보험상품에서도 예정률과의 차액을 정산하지 않겠다는 무배당보험이 선보인 지 10년이 넘고 변액보험이니, 유니버설보험이니 하는 회사의 경영에 그 손익이 좌우되는 상품들도 유행처럼 생산되고 있다. 외국보험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도 위협적이다.

현실적으로 생보사의 상장을 막을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반대로는 생보사나 그 관계자, 정부기관의 끊임없는 노력 덕분(?)이라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의 생보사 상장은 안 된다. 공공성을 강조한 정부의 배려 덕분으로, 50년간 보험업계에 종사한 직원들은 그렇다 해도 보험설계사들의 눈에 보이지 않은 희생과, 수치화되기 어려워 계산되지 않는 불특정다수인이 가져가야 할 주인 없는 이익을 아무런 방안 없이 소수의 주주들이 독점하도록 하는 것은 분명 배임이오, 횡령이다.

지금 생보사 상장은 시기상조다. 국민(과거와 현재의 보험계약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시행하거나 최소한 생보사가 얻은 부당이익을 사회로 환원하는 조치가 있고 난 다음에야 정당하게 상장을 논의해야 한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이제 집단소송이나 관계자들의 형사고발까지도 생각해 보아야 할 때다.

태그:#생명보험회사, #경실련, #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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