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죄 없는 33명의 목숨을 앗아간 버지니아텍 총기난사 사건으로 미 전역이 충격에 빠져있다. 범인이 버지니아텍에 재학중인 한국인 영주권자 조승희씨라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한국도 충격을 받고 있다. 버지니아주에 거주하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한나영씨가 두 딸과 함께 버지니아텍에 가서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중계한다. <편집자주>
▲ 참사가 벌어졌던 노리스 홀 앞에서 만난 팀 그루버. 그는 희생자들이 모두 자신의 가족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한나영
▲ 참극이 벌어졌던 노리스 홀을 멀리서 촬영하고 있는 기자들.
ⓒ 한나영

[3신 : 18일 오전 9시 30분]

"희생자는 모두 가족.... 인종 문제는 아닙니다"


#1. 우리는 모두 가족

"혹시 가족 중에 희생자가 있었나요?"
"모두가 다 제 가족이죠."
"…."
"저는 이 학교 동문인데요. 선배인 만큼 이번 비극의 희생자들이 모두 제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총기 난사사건에서 최고의 희생자가 발생한 강의동 노리스홀에서 한 남자를 만났다.

자신을 토목공학과 선배라고 소개한 팀 그루버는 이 학과 고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VT'라고 적힌 아래 뭔가가 빼곡히 적혀있는 판을 들고 있었다.

'윌리 & 윌슨'이라는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그루버는 그 판이 자신의 회사 직원이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원들 역시 이번 사건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너무나 큰 비극이어서 모든 호키(버지니아텍 애칭)들이 슬픔에 잠겨있지만 잘 이겨낼 수 있을 거에요."

#2. 지금은 누구를 비난할 때가 아니죠

▲ 버지니아텍 캠퍼스 내에 차려진 프레스센터 앞에 늘어선 방송차량들(아래)과 취재진.
ⓒ 한나영
부시 대통령이 참석한 추도집회가 끝난 뒤 이 대학 ROTC인 브라이언 다처리(토목공학과 4년)를 만났다.

- 학교 당국의 늑장 대응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높던데요.
"모두가 학교 당국을 비난하고 있지만 지금은 손가락질을 하거나 욕을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학교로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저는 생각해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과 시간인 것 같아요."

- 이번 일을 저지른 범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사람에 대해 깊은 연민을 느낍니다. 지금은 어떻게 잘 설명할 수 없지만 뭔가가 크게 잘못되었을 거에요. 그 사람의 국적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3. 인종과는 무관한 일입니다

추도집회에 참석하고 돌아서는 남녀 재학생을 만났다.

풋볼 강팀인 버지니아텍의 풋볼 선수인 디메트로스 테일러(범죄수사학 전공 2학년)와 제시카 포프(경영학과 4학년)였다.

"저는 기숙사에 있다가 총격 사건을 접했는데요. 이제 그 상처에 대한 것은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범인이 한국인으로 밝혀졌는데요. 혹시 이번 일로 한국인에 대한 나쁜 감정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건 아니죠. 이번 일은 인종이나 국적을 따질 일은 아니라고 봐요. 이런 불행은 인종과는 무관하게 발생할 수 있는 일이고 전적으로 개인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캠퍼스에서 만난 미국 학생들은 이번 일이 큰 충격이고 슬픔이었지만 속히 회복되어 예전과 같이 끈끈한 정이 넘치는 버지니아텍이 되기를 바랐다.

#4. 미국의 내로라 하는 언론인들 다 모여

미국의 유명 방송사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텔레비전에서 봤던 유명 앵커들의 얼굴도 속속 보이고 있다.

미국 방송 사상 최초의 여성 앵커로 CBS의 간판 ‘이브닝 뉴스’를 맡은 케이티 쿠릭도 저녁 이브닝 뉴스 시간에 맞추어 이곳 버지니아텍에서 생방송을 진행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케이티는 모두에게 아픔이 된 이번 버지니아텍의 비극을 차분히 전했다. 방송을 마치고 프레스센터로 돌아오는 케이티와 함께 사진도 찍었다.

버지니아텍 캠퍼스는 이제 평온을 되찾은 느낌이다. 오전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곳곳에 상주한 경찰들과 수십대의 경찰차들로 인해 긴장이 감돌았던 이곳도 이제 그들 대부분이 철수를 해서 평온한 느낌이다. 분주한 곳은 프레스센터 뿐이다.

버지니아텍 학생들 뿐 아니라 모든 미국인들과 전 세계인들을 경악시켰던 이번 버지니아텍 총기 사건은 이제 잊지 못할 과거의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 추도식이 열린 버지니아텍 캐슬 콜롯세움에 모인 학생들. 이 학교의 상징인 주황색과 자주색 옷을 입었다.
ⓒ 한나영
▲ "사랑으로 아픔을 치유합시다"라는 표지판을 들고 있는 버지니아텍 학생.
ⓒ 한나영

부시 "버지니아텍 참사, 온 나라가 슬픔에 잠긴 날"

▲ 4월 17일(현지 시각), 총기참사가 벌어진 블랙스버그 버지니아 텍에 부시 미 대통령 내외가 조문차 방문했다. 로라 부시 미 영부인이 희생자들을 기리는 꽃을 바치고 있다.
ⓒ AP 연합뉴스

(블랙스버그=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7일 미국 대학사상 최대 참사가 발생한 버지니아공대(버지니아텍)의 캐슬 콜로세움에서 열린 희생자 추도식에 참석, "오늘은 온 나라가 슬픔에 잠긴 날"이라며 깊은 애도를 표시했다.

부시 대통령은 "슬픔에 가득 찬 가슴으로 오늘 블랙스버그에 왔다"면서 "오늘은 버지니아텍 커뮤니티를 애도하는 날이며 온 나라가 슬픔에 잠긴 날"이라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런 비통한 때에 이 나라의 모든 국민은 여러분을 생각하고 있고 고통받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평안함이 깃들 수 있기를 하느님께 간구하고 있다는 것을 여러분이 반드시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버지니아텍의 생활이 평온을 되찾는 그런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강조하고 "그날이 왔을 때 여러분은 어제 희생된 친구와 교수님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과 그들이 살고자 했던 삶을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날 추도식은 삼엄한 경비속에서 수천 명의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대학원생인 게리 시먼스는 학생들을 대표해 읽은 추도사를 통해 "나는 희생자들을 후원하고 그들과 함께 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추도식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날 학생들은 버지니아텍의 상징인 주황색 셔츠를 입고 추도식장으로 들어오면서 눈물을 글썽이면서 서로 껴안고 위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앞서 부시 대통령은 추도식으로 출발하기 앞서 버지니아텍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조기를 정부기관 건물에 22일까지 게양하라고 지시했다.


[2신 : 18일 새벽 1시 30분] 한국 학생들 "신분 위협 느낀다"

버지니아텍 당국이 이번주말까지 휴학령을 내림에 따라 캠퍼스 곳곳에는 짐을 싸서 집으로 떠나는 학생들을 볼 수 있다.

그중 자신의 집이 있는 노던 버지니아로 간다는 1학년생 브리트니 존스(애니멀 포토사이언스 전공)는 "이번 사건으로 내 친구도 1명 죽었다"며 "너무나 슬프고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어디서 왔냐는 그녀의 질문에 기자가 머뭇거리며 "한국에서 왔다, 미안하다"고 말하자, 그녀는 오히려 "네 잘못이 아니다, 괜찮다"고 위로하기도 했다. 그녀는 집에 갔다가 이번주 토요일 돌아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집으로 떠나는 학생들 중에는 한국 학생들도 여럿 눈에 띄였다.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한다는 1학년생 고진우씨는 "범인 조승희씨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고씨는 "사건이 일어난 16일 아침 수업준비를 하다가 컴퓨터를 열어보니 '사고가 났으니 문을 걸어잠그고 나오지 말라'는 이메일이 와 있어서 학교에 심각한 일이 일어난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엔지니어링을 전공하는 황동민씨는 경기도 과천에 사는 부모님으로부터 사건 직후인 11시 반경에 안부를 묻는 전화가 왔었으며, 범인이 한국인임이 밝혀진 직후에도 "몸조심하라"는 전화가 왔었다고 전했다.

두 한국인 학생은 모두 학교 내에서 신변의 위협을 느낄 수 있었다며 발길을 재촉했다.

다른 곳에 모여있는 한국인 학생 4명을 만났는데, 이들은 모두 범인 조씨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며 "그가 4학년인데도 우리 모두 모른다는 것을 보면 조씨가 사회성이 없는 학생인 듯 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오후 2시부터 애도집회가 열리는 교내 캐슬 콜롯시움 빌딩에는 버지니아텍의 상징인 주황색 T셔츠를 입고 기다리는 학생들의 줄이 수십m 늘어서 있다. 이 집회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로라 부시 부부도 참가할 예정이다.


[1신 : 17일 밤 11시 50분] 버지니아텍에 도착하다

▲ "평화롭게 잠드소서. 리마 & 에밀리, 우린 널 사랑해."
ⓒ 한나영
▲ 추도집회가 열린 캐슬 콜롯세움.
ⓒ 한나영
기자가 거주하는 버지니아주 해리슨버그를 출발한지 2시간반만인 미국 현지시각 17일 오전 10시 30분경 버지니아주 블랙스버그시에 위치한 버지니아텍(버지니아 공대) 주차장에 도착했다.

메인캠퍼스의 주차장에 진입하려고 했으나 주차 사무소가 'Emergency(비상)' 상황이라며 주차증을 발급하지 않아 주변을 10분간 헤매다가 인근의 다른 주차장에 가까스로 주차하는데 성공했다.

캠퍼스 인근에는 NBC, FOX를 포함한 주요 방송국 차량들이 여러 대 눈에 들어와 심상찮은 사건이 벌어진 곳임을 느끼게 해줬다.

짐을 싸서 교문을 나가거나 한 차에 여러 명씩 타고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곳까지 오는 차 속에서 들은 공영방송 NPR뉴스에 따르면, 버지니아텍은 이번주 모두 휴교에 들어갔다고 한다. 사고가 났던 공대 빌딩에선 이번 학기 동안 수업을 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사건의 충격으로) 상담이 필요한 학생들은 '카운셀링 서비스'에서 늦은 시간까지 서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안내방송도 나왔다.

▲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진 뒤 버지니아텍 맥브라이드홀 입구에서 학생들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 AP 연합뉴스

태그:#버지니아텍, #총기난사, #조승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