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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올해 중학교에 진학한 자녀를 둔 학부모 손아무개(47)씨는 얼마 전 학교 교사로부터 '학교운영지원비(옛 육성회비)'를 내라는 독촉전화를 받고 심한 불쾌감을 느꼈다. 더구나 중학교는 '의무교육'이라는데 왜 '공납금'을 내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해마다 학년 초가 되면 불법찬조금과 더불어 새로 중학생이 된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한번씩 겪는 일이다.

전북 중학교 연간 약 15만원 '학교운영지원비'... 사실상 '공납금'

학교운영지원비는 과거의 기성회비, 육성회비가 그 명칭을 바꾼 것이다. 초·중등교육법은 제30조의2에서 국·공립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및 특수학교의 학교회계 수입 세원으로 교육비특별회계 전입금, 학교발전기금, 학부모 수익자부담경비 등과 함께 학교운영지원비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32조에서 학교운영지원비의 조성과 운용에 대한 사항은 학교운영위원회 심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전북지역에서도 2005학년도까지 도 교육청에서 학교운영지원비 상한액을 제시해오다가 2006학년도부터 수업료 인상률을 상한율로 단위 학교에서 학교운영위원회가 심의·결정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별로 구체적인 액수는 다르지만 현재 중학교의 경우 연간 15만원정도, 고등학교는 20만원 선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이 의무교육으로 운영되고 있다. 헌법 제31조는 모든 국민이 자녀들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의무교육을 받도록 할 의무를 규정하면서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교육기본법은 다시 초등학교 6년 과정과 중학교 3년 과정을 의무교육과정으로 규정하면서 의무교육을 '권리'로 못 박고 있다. 하지만 초·중등교육법은 초·중·고 모든 교육과정의 학교회계 수입세원으로 학교운영지원비를 규정했을 뿐 의무교육과정에 대한 별도규정이 없어 해석상 논란의 여지를 만들고 있다.

따라서 현재 중학교 과정에서 사실상 '공납금'인 학교운영지원비를 내는 것은 현행 법규정끼리도 충돌이 되는 부분이 있다. 물론 헌법의 무상의무교육정신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학교운영지원비는 교직원 인건비에 충당한다?

학교운영지원비는 학교 교직원들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사실상 학생들이 교육을 받는데 대한 부담비용인 셈이다.

고교의 경우 의무교육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해석상 무리가 없어 보이나, 중학교의 경우 무상으로 실시되는 의무교육을 받으면서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꼴이다. 의무교육 과정에 참여하는 교직원들의 인건비는 전적으로 국가가 부담해야 옳기 때문이다.

2006학년도 전북 공립중학교 학교회계 세입예산 567억8302만원 가운데 학교운영지원비는 78억4369만원(14%)이다. 그러나 현장학습이나 학생 수련활동, 급식비 등 수익자부담경비를 제외한 순수 예산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26%까지 높아진다.

그만큼 의무교육인 중학교 과정에서도 여전히 학부모의 비용부담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학교운영지원비의 성격이 중학교의 경우 의무교육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법령에 정해진 '공납금'이 아닌 학부모들의 '자발적 후원금' 성격으로 바꿔 해석해야 한다. 이럴 경우 학교발전기금과의 구별이 모호해지게 된다.

교육부는 무상의무교육의 범위에 대해 입학금, 수업료, 교과서대금으로 한정해 해석하면서 학교운영지원비에 대해서는 향후 국가재정이 뒤받침 되면 국가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중학교 의무교육에서 수업료는 사라졌지만 학교운영지원비가 그대로 남아 있는 원인은 부실한 지방교육재정 탓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대선과정에서부터 GDP 6% 교육재정 확보를 부르짖었지만, 이제 와서는 국민의 정부시절 3% 수준보다 아래로 떨어졌다. 국가 차원의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는 헌법에서 정한 무상의무교육 정신의 변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실에 대해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이창엽 시민감시국장은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운영지원비를 '0원'으로 결정할 수도 있지만 교육당국은 절대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한율을 제시해 해마다 올려 받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또 "학교운영지원비가 사라지면 학교예산에 큰 충격이 불가피한 현실은 의무교육이 겉돌고 있다는 것"이라며 "상위법과 충돌로 혼란을 일으키는 법률을 재정비하고, 교육재정확보를 위한 전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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