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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돈 관리, 재무설계는 금융기관 이용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서민에게 유난히 높은 금융기관의 문턱과 '부자고객우대'는 박탈감만 느끼게 합니다. 금융소비자가 적극적인 권리 찾기에 나서야 경쟁력있는 금융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서민도 대우받는 건강한 금융시스템, <오마이뉴스>와 희망재무설계가 함께 찾아나섭니다. <편집자주>
▲ 해외펀드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판매직원들이 유럽펀드, 차이나펀드, 일본펀드와 같은 해외펀드를 묻지마식으로 권유하는 경우도 많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 푸둥지구(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김시연

[사례] 경기도 김포에 사는 채아무개씨는 며칠 전 집 근처 은행에 주식형 펀드를 가입하러 갔다. 금융기관에서 펀드 전문가로 근무하는 친지에게 펀드 2개를 추천받아 펀드명을 종이에 적어 창구에 앉았다. 하나는 대표적인 국내 주식형 펀드였으며 다른 하나는 전세계에 골고루 투자하는 글로벌 주식형 펀드였다. 창구에 앉아서 은행직원에게 가입하고자 하는 펀드 이름을 대고 "1년 만기로 가입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뜻밖의 대답을 창구직원에게 들은 채씨는 당황했다.

은행 창구 직원은 채씨에게 "요새는 국내펀드에 가입 안 하세요, 옛날에는 국내펀드를 추천도 하고 가입도 했는데 지금은 다 해외펀드에 가입하십니다"하면서 해외펀드 3개를 채씨에게 추천해주었다. 유럽배당주 펀드와 차이나 펀드, 그리고 일본 펀드 등 3가지 해외 주식형 펀드였다. 모두 해당은행 계열사에서 운용하는 펀드였다.

게다가 채씨는 1년 단위(만기)로 펀드에 가입하려 했으나 직원은 기본 만기가 3년이라며 1년 만기로 펀드에 가입할 수 없다고 했다. 어찌할 바를 모르던 채씨는 잠깐 자리를 뜨고 난 후 펀드 선택과 조언을 해주었던 친지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였다. 친지의 도움을 받아 다른 고참 직원에게 항의한 채씨는 원하는 대로 국내형 펀드와 전세계에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에 각각 가입할 수 있었고 만기도 원하는 대로 1년으로 정할 수 있었다.


사례의 채씨는 펀드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적은 돈으로 은행 적금에 넣어서는 큰돈이 될 것 같지가 않아 요즘 펀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고 얼마 전 만난 친지에게서 펀드 2개를 추천받았다.

펀드에 대해 잘 아는 친지는 최근의 무분별한 해외펀드 가입이 향후 문제가 될 거라고 충고하면서 국내 펀드를 기본적으로 가입하고 초보자에게는 특정 국가에 집중되는 펀드보다 전 세계에 골고루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가 위험 부담이 적다고 조언해 주었다.

하지만 창구 직원은 일방적으로 해외펀드만 추천해 준 것이다. 더군다나 계열사에서 운용하는 해외펀드만을 이야기했다

해외펀드, 판매는 그렇다 치고 사후관리는?

재미있는 건 채씨가 애당초 가입하려 했던 글로벌 펀드 역시 해외펀드라는 점이다. 은행직원은 본인이 추천한 펀드만 해외펀드인 줄 착각하는 잘못을 범했다. 채씨가 원하는 글로벌 펀드 역시 해외에 투자하는 펀드인데도 그 직원은 펀드 이름에 '코리아'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국내펀드로 착각했던 것이다.

최근 정부는 해외에 투자하더라도 역내 해외펀드는 주식차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추진하고 있다. 비록 국회 통과가 지연되고 있긴 하지만 역외펀드와 달리 역내펀드는 주식차익 비과세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많은 역외펀드 운용사들이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 한국 현지법인에서 운용하는 해외펀드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펀드는 대부분 외국 운용사 이름 뒤에 '코리아'가 붙는 경우가 많다. 한국 현지법인에서 운용한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다.

채씨가 가입하고자 했던 글로벌 펀드도 비과세혜택을 받기 위해 해외운용사가 국내법인에서 운용하는 형식을 띤 해외 펀드였다. 하지만 계열사 해외펀드는 자신있게(?) 추천한 창구 직원이 채씨가 원했던 펀드 이름에 '코리아'가 들어있다고 내용도 확인하지 않고 국내펀드 취급을 했던 사항을 감안하면 펀드 판매 교본에 나와있는 "선량한 펀드 판매인의 자질"을 의심하게 한다.

펀드 가입자들이 또 하나 유의해야 할 사항은 펀드는 가입 시점보다 환매시점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는 점이다.

해외펀드는 위험 분산차원에서 국내펀드를 보완해 줄 수 있다. 하지만 해외펀드 투자시 유의할 점은 환위험(물론 헷지가 가능하다)과 주식차익 과세(역내펀드 비과세 안건은 현재 국회를 통과 못하고 있다) 문제는 물론이고 투자국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가 우선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 더군다나 환매 시 돈이 입금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국내펀드가 4일인 데 비해 일주일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국내 상황에 따라 그럭저럭 대처한다고 하지만 해외펀드의 경우 신속하고 정확하게 환매시점을 잡기가 쉽지 않다. 며칠 늦장 판단으로 큰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과연 판매한 창구직원들이 해외 정보는 물론 합리적인 펀드 매매시점을 제대로 조언해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소비자가 깐깐해야 판매자가 신중해진다

▲ 간접투자가 늘고있지만 잘못된 가입은 직접투자 만큼의 위험을 초래한다. 사진은 여의도 한 증권사의 객장.(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사례와 같이 해외펀드를 추천하는 창구직원들은 많지만 추천한 펀드가 정확히 어떤 기업에 투자하는지를 아는 직원은 거의 없다. 이른바 묻지마 투자권유인 것이다.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알 필요도 없다. 회사도 직원들에게 교육하지 않고 고객들도 물어보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중국에 투자하는 펀드를 추천하면서 투자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에 대해 대략이라도 알고 있는 직원이라면 그나마 신뢰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단지 어느 지역이 요새 뜬다거나 최근 수익률이 좋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 소속 금융기관 내부에서 판매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가입을 권유한다. 고객의 입장이 아닌 판매자의 입장인 경우가 많다.

지난해 말 기준 주요은행들의 순이익 규모를 보면 대부분 1조를 상회한다. 과거 예대마진 수익에서 IMF 외환위기 이후 수수료 수익이 은행 순이익에 기여하는 바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큰 위험 없이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좋은 분야가 수수료 수익 부분인 것이다. 여기엔 펀드 판매수수료와 판매보수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이 돈은 모두 소비자인 펀드 가입자가 부담하는 몫이다.

판매자의 일방적인 묻지마 펀드 가입 권유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가입자들이 나서야 한다. 가입시 깐깐하게 물어보고 절대 주눅 들지 말아야 한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가입 시 즉시 물어보고 사후 관리를 어떻게 해주는지도 판매직원에게 확인해야 한다. 사후관리에 대한 믿음을 주지 못하는 직원를 통해 펀드 가입을 한다면 아까운 판매수수료와 보수만 헌납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펀드 가입자들도 스스로 자산관리를 위해 틈틈이 공부해야 하지만 금융기관 직원들도 판매 교육을 정확히 받아야 한다. 향후 자질 없이 판매하는 직원들에 대한 사내 교육을 개선하지 않는 금융기관은 소비자들이 일깨워줄 필요가 있다. 절대 직원들이 권유하는 대로 무작정 가입하지 말자. 펀드판매 직원들이 무지하게 판매하는 것을 제대로 알게 해주는 것도 금융소비자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시민기자 기획취재단' 응모기사


태그:#금융소비자 권리, #해외 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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