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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제, 문화, 예술, 교육 등 모든 부분에서 서울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각 지역의 문화ㆍ예술이 독자적인 자립 영역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진단을 통해 지역 문화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기자 주.

▲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지난 1월 29일까지 진남문예회관과 오동도 일원에서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이 열렸다. 사진은 진남문예회관
ⓒ 임현철

지역 문화ㆍ예술의 현주소

서울은 예술의 전당을 비롯하여 많은 사설 전시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각종 공연과 전시회 등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주어진다. 그러나 지역에선 전시시설이 부족하고 각종 행사를 접할 기회도 적다. 지역에서 전시회를 추진할 경우 초청비를 포함한 부대 경비가 많이 산정될 수밖에 없다.

여수 또한 이 범주에 벗어날 수 없다. 심지어 여수보다 재정과 규모가 작은 도시도 문화예술회관 전시장 시설이나 위치 등이 여수보다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는 곳도 많다. 또 창작기반시설도 잘 갖춰 가는 추세다. 그러나 여수는 진남문예회관 하나뿐인 전시장도 시설이 열악하여 국제전을 열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는 형편이다.

이런 현실에도 여수의 미술을 포함한 문화ㆍ예술 활동력은 타 도시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다. 민미협여수지부는 “평소 관람인구가 10명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푸념이다. 이렇듯 전시회의 기본 축인 관객과 전시장, 창작환경, 예술 인구자원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현실을 접할 수 있다.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개요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은 여수시가 2012세계박람회 개최지 확정을 위한 BIE 실사단 방문에 대비해 ▲국내ㆍ외 홍보역량 확보 ▲국제 예술도시로 발전 계기 마련 ▲국내ㆍ외 유명 작가들이 만나는 예술적 교류 ▲수준 높은 작품 수집으로 문화도시 발전 기반 구축 ▲여수를 찾은 실사단에게 작품 선물 등의 목적으로 기획됐다.

이 행사는 1억5천만 원의 예산으로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올 1월 29일까지 32일 동안 회화와 조각 작품을 전시했다. 회화는 국내 69명, 일본ㆍ중국ㆍ대만ㆍ우즈베키스탄ㆍ방글라데시ㆍ필리핀 등 6개국 17명 등 총 86명의 작가가, 조각은 29명의 국내 작가가 참여해 진남문예회관과 오동도 일원에서 진행했다.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은 4부로 나눠 진행됐다. 제1부는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지난 1월 11일까지 진남문예회관에서 국내ㆍ외 한국화와 서양화 작가 초대전으로 열렸다. 제2부 ‘오동도 야외조각전’은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올 1월 29일까지 32일간 국내 조각가 29명 작품 야외전시로 관광객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진남문예회관에서 열린 제3부 ‘남해바다 여수 물결전’은 지난 1월 12일부터 20일까지 8일간 지역을 연고로 한 작가 초대전으로 진행됐다. 제4부 ‘그림으로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는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지난 1월 20일까지 오동도에서 1ㆍ2ㆍ3부 참여 작가 중 희망 작가들을 대상으로 작품 구입을 원하는 이들에게 판매를 겸한 행사였다.

진행 경과를 보면 지난해 9월에 열린 제92회 여수시의회 정례회에서 예산안 통과 후 06년 10월초 행사 의뢰, 11월 행사 추진위원회 결성, 12월 중순 행사 홍보 등 급박하게 행사가 준비됐다. 이에 따라 외국 작가들을 초청, 주제 전시회를 기획했던 당초 의도와는 달리 사전 준비기간이 부족으로 행사를 위한 행사로 추진될 수밖에 없었다.

▲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제1부 국제전과 제2부 ‘오동도 야외조각전’(좌)
ⓒ 임현철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평가

행사장을 찾은 권인홍(42) 씨는 “문화 여건이 열악한 여수에서 이런 국제전이 있어 국제적인 작품들을 볼 수 기회가 돼 좋았고, 오동도 야외 조각전은 오동도를 찾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볼거리 제공 측면에서 호응이 좋았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민미협 여수지부 정채열 지부장은 “국제전의 짧은 준비기간과 비공개 밀실 집행, 예산 부족으로 주제와 작가 선정의 열악성을 초래했다.”면서 이로 인해 “작가가 작품을 통해 보여주려는 것을 알 수 없었다”고 평해 행사개최 목적에 대한 주제의 불명확성과 철학 및 미학 부재를 지적했다.

특히 정채열 지부장은 “국제전이 국외 작가 보다 국내 작가가 더 많아 구색 맞추기 형식의 국외 작가 끼워 넣기가 되었고, 국내ㆍ외 참여 작가의 지명도에 대한 이해가 될 작품 소개나 작가 소개가 미진했고, 작가선정이 주제나 목적의 부재로 인해 인맥관계로 선정되는 초대전으로 국제전에 걸맞은 기획력 부재”를 아쉬워했다.

이밖에도 전시 작품 명제표도 작가명과 국적만 표시되었을 뿐 재료 등의 설명이 부족했고, 전문가이드가 없어 관람객들의 작품이해를 끌어내지 못했다. 4부전으로 나누어진 작품 파티션도 연계성이 없이 잡화점 형식의 작품 전시, 허술한 작품 관리, 조각품 파손 등 부정적인 평가도 따랐다.

이와 관련, 행사를 주관했던 미협 여수지부 문경섭 사무국장은 “전시여건의 열악성, 짧은 준비기간으로 인한 행사점검 부족, 예산부족으로 유명작가 지역초청 작품 완성 후 전시라는 당초 의도와 배치, 지역 미술인의 결속 미비 등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면서 “더 좋은 외국 작가를 참여시켜야 했고, 부족한 전시공간으로 인해 제한적 전시라는 아쉬움이 있으나 전국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든 부분의 전시였다“고 자평했다.

▲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전시작품. (좌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율배 작 '기억-꿈-사랑'(Acrylic on Canvas), 강종래 작 '설화의 재인식'(혼합재료), 작품명과 재료가 나타나지 않고 작가와 국적만 있는 명제표, 강종열 작 '동티모르의 성당'(혼합재료)
ⓒ 임현철

▲ 김형준 작 '귀거래사' 앞에서 포즈를 취한 아이들(좌), 작품명과 다른 명제표(우 상), 떨어져 나간 명제표(우 하). 오동도 조각전은 호응이 좋아 연장 전시되었다.
ⓒ 임현철

국제 행사의 추후 과제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은 2012 여수세계박람회 개최 의지 홍보와 국제적인 문화예술도시 이미지 구축이라는 취지는 좋으나 공개적인 협의구조 부재, 촉박한 준비기간, 국제전 규모로 부족한 예산, 홍보 부족 등이 노출되었지만 이런 점을 극복하고 다음을 준비한다면 점진적인 효과가 낳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 같은 문제점은 각 지역이 대동소이하다. 열악한 문화ㆍ예술의 엄연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과제를 살펴보면,

첫째, 책임성과 집행력 있는 조직기구가 필요하다. 국제전은 일차적으로 지역 예술인의 관심과 열정이 집약될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인맥ㆍ학맥ㆍ지연을 떠나 지역사회와 한국미술에 영향력이 있는 전시가 되도록 사전 협의속에 책임성과 집행력이 있는 상설조직기구를 만들어 진행돼야 한다.

둘째, 행사의 가치 실현 목적과 주제가 뚜렷해야 한다. 경제는 투자해서 이익을 창출하지만, 문화는 투자해서 가치를 실현하는 시너지 효과가 있다. 국제전은 규모에 알맞은 예산과 예산의 적절한 투입으로 지역발전과 화합에 이바지 돼야 한다. 이에 따라 국제전은 철학을 밑바탕으로 명확한 주제와 목적의 제시가 필요하다.

셋째,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일회성은 예산 낭비가 되지만, 지속성은 잠재적 가치를 실현하여 국제적 문화도시로 변화될 수 있다. 첫 시도를 경험 부족의 반성 기회로 삼아 사전에 준비된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면 지역문화의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

이상으로 볼 때, 문화예술 정책은 작은 것부터 풀어가려는 의지와 독단적 탁상행정이 아닌 공개적 장기적 문화정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도시벽화 등 공공미술사업, 폐교활용 창작기반 조성, 시립미술관 건립, 미술문화센터 등 지역 문화ㆍ예술 기반 조성을 통한 예술 인프라 구축은 공개적인 정책 아래 장기비전으로 실천함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한 번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지역문화ㆍ예술이 꽃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래본다.

▲ 오동도 조각전의 이경우 작 '별똥별'(브론즈)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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