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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 빈 광명행 셔틀전철.
ⓒ 이준혁
개통 당시 지나치게 이용객이 적었던 고속철도(KTX) 광명역의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용산역-광명역 간 셔틀전철이 운행된 지도 이제 한 달이 가까워간다(2006년 12월 15일 운행 시작).

하지만 필자가 광명역에서 내리는 사람을 10여 차례 직접 세어본 결과, 현재 용산역-광명역 간 셔틀전철은 이용객이 아주 적다. 철도와 교통 연구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공기수송전철'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용산역-광명역 간 셔틀전철을 도입하게 만든, '철도역은 버스가 아닌 철도로 연결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허언이었을까? 그게 아니라면 광명역은 원래 사람이 없을 수밖에 없는 역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필자는 두 가설 모두 결코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광명역은 원래 사람이 없을 수밖에 없는 역이 아니며, 광명역으로 오는 셔틀전철의 예상 이용자그룹 설정이 잘못됐기 때문에 현재까지 성공하지 못한 것이라고 본다. 용산역-광명역 간 셔틀전철이 현재 왜 그러한 모습을 띠고 있는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가까운 서울역, 용산역 놔두고 광명역까지 갈 이유 있을까

@BRI@셔틀전철은 용산역을 출발해 노량진역, 대방역, 신길역, 영등포역, 신도림역, 구로역, 가산디지털단지역, 독산역, 시흥역에 정차하고 광명역으로 진입한 뒤 회차한다.

그렇다면 셔틀전철이 통과하는 역 근처에 거주하거나 거기서 업무를 볼 사람들은 KTX에서 승차 혹은 하차할 때 광명역을 이용할까?

필자가 신도림역 이후에 언급한 역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면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가까운 곳에 서울역과 용산역이 있는데, 목적지까지 빠르게 이동하고자 KTX를 이용하는 이들이 몇 백원 아끼자고 굳이 먼 광명역까지 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출발지나 목적지가 영등포역보다 북쪽이나 동쪽인 사람에게, 광명역을 이용할 때 장점은 딱 한 가지, 즉 몇 백원 아낄 수 있다는 것뿐이다.

광명역에서 천안아산역까지 가는 승객의 경우 서울역발 열차와 용산역발 열차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서울역에서 출발해 광명역에 서지 않고 천안아산역까지 가는 차량이 광명역에 정차하는 차량보다 더 많다.

이런 상황에서 용산역-독산역 사이를 오가는 단거리 승객으로 연명하는 셔틀전철이 광명역 종점에 오면, 10명 이하의 인원이 하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용산역-광명역 셔틀전철이, 광명역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욕을 앞세우다 상식적인 부분을 간과한 방안임을 말해준다.

셔틀전철의 출발점을 인천으로 바꾸는 건 어떨까

셔틀전철 이용객을 늘려 광명역을 활성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필자는 용산발 광명행 급행전철의 시발점을 인천으로 바꾼 후 승객이 많은 역을 중심으로 '선택정차'하는 방안을 택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한강 이북·영등포 이동 지역 사람들이 KTX를 이용하는 이유는 연계교통편과 편의시설 면에서 편리하다는 점도 있지만, 역까지 가는 데 드는 시간도 덜 걸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용객의 발걸음을 광명역으로 돌리기 위해 '시간'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곳은, 서울역·용산역에 가기 위해선 광명을 거쳐야 하는 안산·시흥·수원·안양·군포·의왕·화성서부 지역과 광명 정도 밖에 없는 것인가? 필자는 해결책을 인천과 부천에서 찾고자 한다.

인천과 부천엔 같은 철도시설관리공단에서 선로를 관리하며 철도공사에서 전철을 운용하고 있는 경인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인구도 많다. 또한 전철의 정차역 현황을 보더라도 구로역부터 용산역까지는 여섯 역(구로역 제외, 용산역 포함), 서울역까지는 여덟 역(구로역 제외, 서울역 포함)인데 비해 광명역까지는 네 역(구로역 제외, 광명역 포함)이다. 시간만 잘 맞춘다면, 셔틀전철은 물론 광명역 자체를 활성화할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하다.

인천발로 바꿨을 때 문제점은 없을까

▲ 광명역 내부. 당초 수도권지역 시발역사로 지정돼 상당한 건설비를 들여 화려하게 건설한 역사이지만, 시발역사를 서울·용산역으로 넘긴 후로는 웅장한 역사와 달리 한산한 모습이다.
ⓒ 이준혁
지금까지 용산역-광명역 간 셔틀전철의 시발점을 용산에서 인천·부천 권역으로 바꿨을 때 긍정적인 면만 봤는데, 혹시 개통 후 부정적인 측면이나 개통과정의 문제점은 없을까?

굳이 꼽자면, 두 가지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첫째, 경부선 철로 중 서울-시흥 구간은 선로과밀도가 100%를 넘어갈 정도이기에, 동시에 진입할 경우 전철보다 우선적으로 처리하도록 규정돼 있는 무궁화호 이상의 열차가 줄기차게 올 경우 전철 도착 시간이 늦어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둘째, 경인선-경부선 연계 문제에서 가리봉에서 개봉 방향은 쉽지만 개봉에서 가리봉 방향은 선로 구조상 기술적으로 어렵다.

첫번째 문제와 관련, 광명역행(혹은 광명역발) 셔틀전철의 목적이 KTX와 연계하는 것임을 감안해, 선로 과밀로 한 차량이 늦게 출발해야 할 상황 등의 경우엔 예외적으로 셔틀전철을 KTX와 같은 등급으로 놓았으면 한다.

두번째 문제의 경우 운행시간이 1~3분 정도 더 걸릴지라도 구로역을 거쳤다 가는 방법을 택하면 해결된다고 본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과 구로구 신도림동은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인구가 많은데, 이 두 지역에서는 광명역까지 가는 거리와 서울역까지 가는 거리가 거의 비슷하다.

따라서 이 두 지역 주민들을 구로역으로 끌어들여 셔틀전철과 광명역을 이용하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로역을 거치는 것이 결코 '손해 보는 장사'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역사가 화려한 광명역. 배후인구가 상당히 많은데도 이용객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 이준혁
생각을 바꾸면 더 나은 길이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철도공사에서 광명역을 전철로 연결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만큼은 정말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대중교통으로 가든, 자가용으로 가든 교통 혼잡이 심한 시흥대로와 소하동 일대를 거치지 않고는 서울에서 광명역으로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빨리 가자'는 생각으로 비싼 운임을 지불하고 KTX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KTX를 탈 때까지 느린 접속을 견딜 수 있을까?

하지만 셔틀전철을 용산발로 만든 건 분명 실책이다. 인천·부천 쪽에서 구로역에 도착한 이용객들이 정차역을 두 곳 줄이기 위해 소지품을 챙기고 계단을 넘어, 언제 올지도 모르는 광명역행 전철이 정차하는 플랫폼으로 옮겨갈까?

대다수는 두 정거장 더 가더라도, 편히 갈 수 있는 용산역이나 서울역을 이용할 것이다. 이는 이미 '열차 한 량당 탑승객 1명(혹은 그 이하)'이라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많은 자금과 노력을 쏟아 거대하고 세련되게 지은 광명역을 폐쇄할 생각이 아니라면, 광명역을 이용할 만한 수요를 찾아 그에 맞는 마케팅을 펼쳐 이용객을 늘려야 할 것이다.

셔틀전철을 인천·부천 지역의 잠재적인 이용객에게 접근하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하면, 광명역을 활성화하는 한편 서울역과 용산역의 혼잡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국정브리핑(korea.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광명역, #고속철도, #셔틀전철, #광명~용산, #철도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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