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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용산미군기지. 주한미군은 이 기지를 포함해 한강 이북의 주한 미 2사단 기지 이전,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른 군소 기지 통폐합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기지 이전비용을 포함해 오염 정화 비용이 양국간 쟁점이 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주한미군 기지의 오산·평택으로의 이전 비용은 모두 10조원 안팎이며 이 가운데 한국의 공식 부담액은 4조5700억원(부지매입비를 포함 5조5805억원)에 이른다고 지난해 12월 초 국방부가 여당에게 보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가 10일 단독입수한 '주한미군기지시설종합계획(MP·마스터플랜) 협상결과'라는 문건에 따르면 당시 국방부는 이같이 전달하면서 기지 이전 공사는 2008년 6월에 시작되어 2012년 전후까지 끝내는 등 미군기지 이전이 지난 2004년 한미가 합의했던 2008년이 아니라 2013년으로 연기될 것임을 명확하게 밝혔다.

주한미군 기지 이전 비용과 지연 시기 등과 관련한 대강의 수치는 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을 통해 알려졌으나 문건을 통해 정확한 숫자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MP협상결과' 문건은 지난해 11월30일 작성되었다. 12월1일 국방부는 "주한미군기지이전 사업과 관련한 마스터 플랜이 완료되었다, 비공개 당정협의를 12월 4~5일에 열자"며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원장을 수신자로 해 이 문건을 보냈다. 그러나 문건이 배포된 직후 "미국과 협의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갑자기 당정협의회는 취소됐고 문건은 회수되었다.

그 뒤 지난해 12월 말부터 미국 쪽 인사들이 기지 이전 지연에 대해 자신들은 동의한 적이 없다고 이의를 제기하더니 급기야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은 9일 "기지이전이 예산상 또는 정치적 결정으로 중단된다면 이에 대해 싸울 것"이라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같이 미군기지 이전 사업 지연이 한미간 갈등 양상으로 전개되는 데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마스터플랜은 미군의 지침을 받아 미국 용역회사가 작성한 뒤 한국 쪽에 넘겨진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기지 이전이 2013년으로 연기되는 것을 몰랐을리 없으며 이제와서 이를 문제삼는 것은 한국의 부담액을 높이기 위한 성동격서(聲東擊西)식 전술이라는 것이다.

단지 비용문제 뿐 아니라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기지 이전 사업 연기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시기를 늦추는 수단으로 사용하려는데 대한 강한 불만의 표시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은 전시작전통제권을 오는 2009년에 반환하려고 하고, 한국은 2012년에 받겠다는 입장이다.

C4I비용 480억원에서 3816억원으로 급증

▲ '미군 기지이전 시설종합계획(MP) 협상결과' 보고서에 나오는 미군기지의 각 시설별 공사 기간. 2013년 전 공정이 완료되는 것으로 되어있다.
총 7쪽으로 이뤄진 'MP협상결과' 문건의 맨 첫장에는 "현재 추진중인 주한미군이전 사업중 시설종합계획(MP)이 완료됨에 따라 비공개 당정협의회를 요청하오니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있다.

현재 정부는 마스터플랜을 놓고 한미간에 최종 조율중이라고 설명하는데 비해 이 문건은 시설종합계획의 최종단계(4단계)가 다 끝났다고 표현하고 있다. 정부의 설명과 다르다.

문건은 총 7쪽이지만 기지 이전과 관련한 핵심 내용이 들어있다. 총 사업비는 약 10조원 내외며 한국 쪽이 부담할 건설비는 약 4조5700억원이다. 구체적으로 건축비 2조4634억원, 토목 8000억원, 설계비 3000억원, 사업관리비 2300억원 등이다.

특히 지난 2004년 정부가 국회에 보고할 때 480억원으로 추산했던 C4I(전술지휘통제체계) 비용이 현재에는 3816억원으로 급증했다. 문건은 "이전에는 한국의 C4I에 대한 정보가 제한되어 적게 계산했다, 현재는 미국 용역회사에 의거해 미국 가격기준으로 비용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부지 매입비는 총 사업비에 포함시키지 않고 따로 계산해 1조105억원을 계상했다. 이에따라 한국 부담의 총계는 5조5805억원이었다. 시설부지는 총 285만평으로 478동(연면적 84만평)의 건물이 들어서며 4만3599명이 거주한다.

문건의 4쪽에는 각 시설물의 구체적인 공사기간이 명시되어 있다. 연합사·유엔사·주한미군사 지휘본부 복합시설은 2007~2010년, 공동설비 및 인프라는 2007~2013년, 병원시설 2007~2012년, 아파트 2007~2012년, 연합사 한국측 지원시설 2008년 중반기~2010년, 2사단지역·훈련지역·철도 등은 2011년 중반기~2013년 등이다.

문건은 앞으로의 계획과 관련, 올 3월 중 '종합사업관리 용역업체'(PMC)를 선정하며 설계는 2007년 1월부터 2008년 6월까지, 시공은 2008년 6월에 시작해 2012년 전후에 완공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한국 언론보도 보고 미군기지 이전 지연 알았다니...

▲ '미군기지이전 시설종합계획(MP) 협상 결과' 보고서에 나오는 한국의 비용 부담액. 그러나 총 사업비 10조원 가운데 한국 부담액 4조57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미군 부담이라고 적시해놓지는 않았다.
벨 주한미군 사령관은 9일 기자회견에서 "미군기지 이전이 2008년까지 불가능하다는 한국 언론보도를 보고 놀랐다"면서 "이는 나에게 새로운 소식이자 한미 간 합의한 일정도 아니다, 지연 보도를 우려한다"고 주장했다.

이와관련 국방부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의 한 고위 관계자는 1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정협의회를 위해 준비했던 문건은 최종 마스터플랜의 전 단계를 기초로 해서 만든 것"이라며 "미국과 최종 합의가 안되었는데 준비했다가 취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최후의 단계에서 마지막 면밀한 검토를 하고 있는 중이다, 큰 사항은 합의되었는데 아주 구체적인 부분은 한미간 조율중"이라며 "사실 한미 실무자간에는 기지 이전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있으나 윗 차원에서는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국방부는 당정협의회를 위해 'MP협상결과' 문건을 보내면서 "마스터플랜이 완료되었다"고 표현했고 문건의 4쪽에는 '최종결과'라는 큰 제목 밑에 시설부지·건물동수·거주인원·각 시설별 사업기간 등이 명시되어 있다.

또 <한겨레21>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7일 미 극동공병단은 한국의 서희건설과 '캠프 험프리'(이전 예정 주한미군 기지, 총면적 349만평)의 부지 조성공사 계약을 맺었다. 서희건설의 성토(盛土)작업 면적은 약 28만 평인데 공사완료 시한이 2010년 3월이다. 전 기지 면적의 10분의1도 안되는 땅의 성토작업을 이 때 끝내도록 계약한 미군 당국이 기지 이전 연기 사실을 한국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와관련 시민단체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의 유영재 사무처장은 "'MP협상결과' 문건에 기지 이전 시기가 나올 정도면 한미간 합의는 다 끝났다고 봐야 한다"며 "그런데 미국이 이제와서 기지 이전의 지연을 문제삼는 것은 결국 비용문제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 처장은 "총 10조원의 사업비 가운데 한국 부담 공식액 4조57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의 상당액 또는 대부분을 한국 정부에 떠넘기기 위해 시기를 문제삼는 성동격서식 전술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은 특히 방위비 분담금을 늘려 미국 부담을 최소화하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위비 분담금은 돈의 출처는 한국이면서도 지출자는 미국으로 잡힌다.

▲ 용산미군기지 1번 출입문.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전작권 환수 늦추려는 한국 정부에 불만?

한 예로 지난 2004년 6월 용산 미군기지안에 2400만 달러를 들여 완공한 아파트의 경우 원래 한미 양국은 미군 예산으로 지을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나중에 공사비 전액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으로 채워졌다. 논란이 일자 당시 국방부 관계자는 "방위비 분담금이든 미군 예산이든 결과적으로 미군이 지출한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벨 사령관도 9일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12월) 방위비 분담금 협상 때 미국은 8320억 원을 제시했으나 한국은 7255억 원을 제시했다"며 "올 해 1000억원 이상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한가지 주목되는 것은 국방부의 'MP협상결과' 문건에 '총 사업비는 약 10조내외, 한국측 부담 4조5700억원' 이라고 되어있으나 나머지 차액이 미국 부담이라고 적시되어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국방부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 관계자는 1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총 사업비 가운데 한국측 부담을 제외한 나머지는 당연히 미국측 부담"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제까지 미군 쪽에서는 단 한번도 자신들이 그처럼 많은 액수를 부담하겠다고 밝힌 적이 없다.

되레 지난 2005년 3월10일 당시 리언 라포트 주한 미군 사령관은 미 하원 세출위원회에 출석해 "주한미군 기지 이전비용 총액은 80억 달러로 이 가운데 미군 부담은 6%(4억8000만달러)에 불과하다"면서 "한국은 이 정도 지출도 미국이 한미 동맹을 위해 지속적인 군사적 기여를 하겠다는 주요한 신호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외교·안보 소식통은 "국방부가 지난 2004년부터 공언했던 한국의 기지이전 부담액 5조5000억원선에 맞춰 12월 초에 당정협의를 계획했다가 미군 쪽에서 한미간 비용 분담액에 대해 항의하니까 갑자기 (당정협의회를) 취소했고 이후 한미간 갈등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미국 쪽이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비용문제 뿐 아니라 주한미군 기지 이전이 2013년까지 늦어지는 것을 한국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시기를 2012년으로 늦추려는 시도에 활용하려는 것에 대한 강력한 견제라는 분석도 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는 지난해 28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기지이전 지연이 전작권 이양 시기와 연계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벨 사령관이 9일 기자회견에서 "기지 이전 문제가 정치적 또는 재정적 문제로 연기되는 어떤 결정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가 말한 '정치적 문제'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부담액 증가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미국이 일부러 반발하는 듯한 연기를 한다는 냉소적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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