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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4년 10월 26일 오후 윤광웅 국방장관과 주한미군 선임장교 자격인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은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2층 대회의실에서 용산기지 이전 포괄협정(UA) 및 이행합의서(IA), LPP 개정안 등 3개 협정에 대해 서명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이 지난달 18일 외신기자 클럽 강연에서 "서울 북부의 미 2사단 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하는 돈의 절반은 방위비 분담금에서 나올 것"이라고 발언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서울 용산 기지의 평택 이전은 우리가 먼저 요구했으니 한국이 부담하고, 한강 이북의 미 2사단 기지의 평택 이전은 미군이 먼저 요구했으니 미 정부가 부담한다고 말해왔다.

@BRI@더구나 BTL방식(민간 건설업자가 자기 자금이나 은행 차임금 등으로 건물을 먼저 완공한 뒤 나중에 일정 기간 임대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편집자 주)으로 건설되는 미군 아파트 임대비 및 건물 유지보수비도 나중에 방위비 분담금에서 지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미군기지 이전 비용 10조원은 모두 한국 부담이 될 것이라는 시민단체들의 우려가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벨 사령관은 1월 18일 외신기자 클럽에서 방위비 분담금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쓰이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군들의 봉급은 모두 미 행정부가 댄다. 한국이 제공하는 방위비 분담금은 크게 3가지 부류로 나뉘어 쓰인다. 첫째는 미군기지에 근무하는 1만 명의 한국 근로자들을 고용한다. 둘째는 각종 병참 지원 물자와 용역을 한국에서 구입한다. 세 번째는 우리가 미 2사단을 서울 북부에서 평택으로 이전하는 비용의 절반이 방위비 분담금이 될 것이다. 즉 방위비 분담금은 모두 한국에서 사용되며, 한국 경제에 직접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미국 부담은 6%에 불과" 라포트 발언 실현될 듯

▲ 서울 용산미군기지. 주한미군은 이 기지를 포함해 한강 이북의 주한 미 2사단 기지 이전,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른 군소 기지 통폐합 등을 진행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난해 12월초 국방부가 열린우리당에 보냈고 지난달 10일 <오마이뉴스>가 단독 입수해 보도한 '미군기지 이전 시설종합계획(MP) 협상결과'라는 문건을 보면 미군기지 이전 총 사업비는 10조원이다.

이 가운데 한국 쪽 부담은 4조5700억 원(부지 매입비를 포함하면 5조5805억 원)으로 되어있으나 나머지 5조4300억 원이 미국 부담이라는 명시적인 표현은 없다. 단 국방부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당시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연히 한국 부담 이외의 나머지는 미국 부담"이라고 주장했다.

벨 사령관의 외신기자클럽 강연은 이른바 '미국 부담'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밝혀줬다. MP협상결과 문건으로 추정한 미국 부담액 5조4300억 원의 절반인 2조7000억 원 정도가 한국 정부가 준 방위비 분담금으로 지불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올해 방위비 분담금은 7255억 원인데 2년마다 하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은 10% 이상의 증액을 요구해왔다. 방위비 분담금 가운데 40% 정도를 차지하는 군사건설(Millitary Contstruction)과 연합방위증강(CDIP) 항목의 금액이 미군기지 이전 비용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애초 우리가 정부가 주장했던 미군기지 총 이전 비용의 한국 부담액은 50%에서 75%로 높아지는 셈이다. 그러면 나머지 25%는 미국이 자기 돈으로 부담할 것인가? 이것도 의문이다. 지난 2005년 3월 10일 리언 라포트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은 미 하원 세출위원회 증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주한미군을 항구적인 시설로 이전하는데 80억 달러가 들것으로 계획되어 있다. 현재 분석에 따르면, 한국 정부 부담은 전체의 53%(42억4000만 달러), 민간 업자에 의한 임대 건물 건설 투자금(private industry-financed build-to-lease investment)이 20%(16억 달러),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21%(16억8000만 달러), 미군 시설 예산 6%(4억8000만 달러) 등이다"

그는 이어 "주한 미군 기지 이전 전체 비용 가운데 미군시설 예산 부담은 6%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이 정도 지출도 미국이 한국과 한미 동맹을 위해 지속적인 군사적 기여를 하겠다는 주요한 신호로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는 MP가 완성되지 않을 때여서 인지 라포트 사령관은 미군기지 이전 비용을 8조원(80억달러)이라고 의회에 보고했다. 단 자금 지출의 구성 용도를 살펴볼 수 있다. 민간 업자에 의한 임대건물 건설 투자금, 즉 BTL방식으로 건설되는 아파트 비용 등이 미군기지 이전 총 비용의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MP협상결과' 문건에 나오는 총 10조원 비용으로 계산하면 20억 달러다. BTL에 의한 아파트 건설은 2007년에 시작해 2012년에 끝난다. 미국은 2013년 이후 이 건물의 임대료와 건물 유지 보수비 등을 방위비 분담금에서 빼서 주면 되는 것이다.

라포트 사령관의 말대로 용산 미군기지와 미 2사단을 평택으로 이전하는데 미국 부담은 6%에 불과하다는 말이 실현되는 것이다.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미국의 필요에 따라 주한미군 기지를 이동·배치하면서 부시 행정부는 돈을 거의 안들이고 해내게 된다.

미군은 줄어 주는데 방위비 분담금이 늘어난 이유

▲ 평통사는 29일 외교통상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지원을 위한 방위비 분담 협상 전면 중단’을 촉구하고 외교통상부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 이철우

지난 2004년 6월 용산 미군기지 안에 2400만 달러를 들여 완공한 아파트의 경우 원래 한미 양국은 미군 예산으로 지을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나중에 공사비 전액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으로 채워진 사실이 드러났었다.

이런 논란이 일 때마다 정부 관리들은 "방위비 분담금은 미국이 쓰라고 준 돈이다. 돈의 출처는 한국이지만 미 행정부가 지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 돈"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허점이 많다. 우선 주한 미군 숫자는 2003년 말 3만7000명에서 2006년 말 2만7000명으로 줄었고 기지도 통폐합되고 있다. 또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주한 미군은 동북아 기동군으로 변화한다. 이를 위해 용산 미군기지와 미 2사단을 평택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은 한국 방위에 대한 미군 기여에 대한 보상이라는 차원에서 제공되었다.

미군 숫자가 계속 줄어들고 주한미군의 성격도 변해 한국 방위에 대한 기여도가 약화된 만큼 이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해 방위비 분담금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되레 늘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은 2005년과 2006년 해마다 6804억 원이었는데 올해는 7255억 원이다. 2년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하는데 미국은 계속 10% 이상의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의 유영재 사무처장은 "미군 숫자가 줄었는데 방위비 분담금이 늘어난 것은 결국 미 2사단 재배치 비용을 한국에 떠넘기기 위한 것 아니냐"면서 "방위비 분담금으로 미군기지 이전 비용을 보장하는 사례는 지금까지 전례도 없고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 우려되는 것은 비슷한 사례가 앞으로 계속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 행정부가 부담해야할 시설이나 장비도 미군은 방위비 분담금으로 채우려고 할 것이며, 한국 정부는 겉으로는 '미국 부담'이라고 하면서 뒷돈을 대주는 행동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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