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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4월 <오마이뉴스>에 올랐던 김혜원 기자님의 기사 '강남엄마와 그냥엄마'의 전문을 책에 싣도록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강남엄마'가 직접 강남엄마에 대한 왜곡된 일반의 시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강남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터득한 교육 노하우를 나누고 함께 고민해보자라는 내용의 책입니다."

지난 11월 내가 활동하는 동호회 카페 회원에게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자신의 회사에서 출판할 책의 저자가 내 기사를 책 속에 포함시키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달 남짓 후 <아이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강남엄마(이하 강남엄마)>라는 책을 받아볼 수 있었다.

'강남엄마' 자처한 용감한 그녀

▲ <아이의 미래를 디자인 하는 강남엄마>의 저자 김소희씨
ⓒ 김혜원
'강남엄마'를 자처하고 나선 저자가 참으로 용감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회 통념상 강남엄마라며 자랑스럽게 나서기 위해서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한편 '그냥엄마'로서 강남엄마에 대해 호기심이 발동했다. 책이 세상에 나온 지 2주일여가 되는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상상하우스 사무실에서 강남엄마 김소희(40)씨를 만나기로 했다.

김씨를 만나러 가는 길,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쳤다. 강남엄마의 교육 노하우를 담은 책이라는데, 강남엄마에 대한 편치 않은 시각이 담긴 내 기사를 왜 책에 넣으려 했을까?

혹시 그냥 엄마인 나의 기사를 빗대어 강남엄마에 대한 왜곡과 곡해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 했던 것은 아닐까? 내가 쓴 기사와 선명하게 대비되는 책 제목 때문인지 발걸음이 그리 가볍지 않았다.

강남엄마라는 단어에서 떠오르는 일반적인 이미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치맛바람이 센 엄마, 극성맞게 아이들을 들볶는 엄마, 성적지상주의에 푹 빠져 있는 엄마. 아이들 교육에 올인하는 엄마, 아이들의 '로드매니저', 돈 많고 할 일 없으니까 공연히 애들 잡는 엄마, 맹모삼천지교 운운하지만 실제로는 애들 일에는 물불 가리지 않는 맹모(盲母), 공교육을 무시하고 사교육의 불을 붙이는 사교육 맹신론자.

우리가 알고 있는 강남엄마란 대한민국 안에서도 서울시, 서울시 내에서도 서초구와 강남구(좀 더 넓게는 강동구와 송파구까지)에 거주하며 아이들의 교육에 무한한 관심과 열정 그리고 재력을 쏟는 엄마를 말한다.

강남엄마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속에는 그냥엄마나 그냥 아빠들의 부러움과 시샘도 담겨있다. 냉정히 들여다보면 환경과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못 할 뿐 대한민국 모든 엄마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나도 강남엄마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장 궁금했던 건, 자녀의 성적표

20년간 강남 반포에 살면서 동갑내기 남편과 결혼했다는 김소희씨는 현재 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1 학년인 두 자녀를 키우고 있다.

스스로 자랑스러운 강남엄마를 자처하는 김씨에게 가장 궁금했던 것은 특별한 게 아니었다. 다소 저급하지만, 그렇게 철저하게 아이를 분석하고 관찰하며 교육하고 서포트 해 온 결과 아이의 성적이 현재 최상위권이냐 하는 것이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었나 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 성적이요? 중간 정도에요. 제가 아이한테 농담처럼 그런답니다. 네가 공부를 잘 못하는 바람에 뭐가 문제인지 분석하고 연구하다가 오늘날 <강남엄마>라는 책을 쓰기에 이르렀다구요. 아이가 아무 문제없이 공부를 잘 하고 성적도 좋았다면 지금도 직장생활을 계속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럼 아이 교육에 들인 돈은 얼마 정도일까.

"교육비는 지극히 사적인 부분이라 얼마라 말씀드리지는 못하겠지만 가장 많이 나갈 때는 생활비의 70%정도를 지출하기도 했구요. 현재는 40%정도를 교육비로 쓰고 있습니다. 어학연수 같이 목돈이 필요한 경우는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하기도 하구요. 사교육비 마련을 위해 파트타임일도 했거든요. 경제력이 다는 아니지만 교육을 위해 필요한 중요 조건이라는 것에는 틀림없습니다."

아이 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그것으로 삶의 보람까지 얻는다는 강남엄마들의 하루 일과는 어떨까?

"강남엄마들에게 오전시간은 황금과도 같습니다. 아이들의 등교가 끝난 후에 서둘러 집안일을 마쳐야 해요. 아침 운동을 해야 하거든요. 아침운동은 엄마의 건강을 위해서도 필수지만 함께 운동을 하는 엄마들과 주요한 교육정보를 나누는 중요한 장이 되기에 집안일을 미루고라도 꼭 참여하는 스케줄이죠. 주로 한강둔치를 걷는 데 이때 만나는 엄마들과 나누는 수다가 아이를 위해 영양가 있는 정보가 되지요."

아침운동을 끝내고 엄마들끼리 차를 한잔하거나 점심식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이 집에 없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수다로 스트레스도 풀지만 엄마들 각자 가지고 있는 정보도 나누고 각자 배우는 취미활동이나 특기들을 전수해 주는 시간되기도 한단다.

아이들이 학교에 간 오전시간 강남엄마들은 더 바쁜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여러 가지 교육 설명회나 강연도 주로 오전 시간에 열리기 때문이다.

한달에 한번 있는 영어전문서점의 전문가 강연회, 7차 교육과정에 대한 학원설명회, 학습지회사나 출판사의 교육 관련 세미나,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열리는 유학설명회에 모두 참석하려면 직장에 다니는 엄마 못지않은 빡빡한 스케줄로 움직여야 한다.

부족한 아이들의 사교육비 충당을 위해 부업을 하기도 한다. 김소희씨 역시 부업으로 번역과 교육서 출판사 세일즈일을 했다고. 하지만 부업에도 원칙이 있다. 철저히 아이들의 교육에 투자되는 시간외의 자투리 시간만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본격적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강남엄마'가 된다. 매주 받아오는 '주간학습계획서'를 잘 챙겨보고 수업준비나 자료를 미리 챙겨야 한다.

정기적으로 시간을 정해 독서를 하도록 독려하는 것도 중요한 일과 중 하나이며 방학 역시 강남엄마에게는 노는 시간이 아니다. 부족한 과목에 대한 보충 어학연수, 박물관 견학, 여행, 캠프, 음악회나 미술관 견학, 취미생활 등을 하다보면 두달여의 겨울방학도 짧게만 느껴진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보람과 행복 찾습니다"

아이의 교육을 위해 하루 24시간을 바쳐도 모자랄 듯 한 강남엄마. 혹시 아이의 미래와 자신의 미래를 혼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녀의 생각이 궁금했다.

"저는 자녀교육에 올인하는 엄마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올인하지 않았다는 것은 결과에 대한 기대를 버렸다는 것과 다르지 않아요. 아이에게 자신을 투영하거나 아이를 통해 대리 만족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고 아이와 함께 노력하는 과정에서 보람과 행복을 찾는 것입니다. 물론 저도 사람이니까 욕심이 생기지요. 하지만 매일같이 엄마로서의 욕심을 버리고 또 버리는 노력을 합니다. 어느 대학을 가야한다거나, 특별히 내 아이가 어떤 직업을 갖길 바란다는 욕심은 없어요."

이미 두 아들의 대학입시를 경험한 나로서는 성적을 올리기 위해 돈과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었던 그 시절들이 그리 만족스럽게 떠오르지는 않는다. 아이들의 바람이나 행복보다 엄마의 욕심이 더 많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런 나로서는 '욕심을 비운다'거나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김씨의 이야기가 먼 나라 이야기로만 들린다. 이래서 그냥엄마인가?

경험을 통해 노하우를 얻는다는 그녀는 7차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 없이 아이의 교육을 시작했다가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 덕분에 7차 교육과정의 목표와 내용에 대해서는 교사보다도 다 잘 이해하고 있다는 그녀. 선생님조차 자신의 과목 외에는 잘 알지 못한다는 7차 교육과정 전체를 분석하고 이해해서 그것을 바탕으로 아이를 지도한다는 대목에서는 그녀의 열성에 두손 두발을 다 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녀의 노력은 현재 진행형

▲ 출판사인 상상하우스에서 '강남엄마' 김소희씨를 만났다.
ⓒ 김혜원
아이들 교육이야기는 해도 해도 끝이없다. 강남엄마와 3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부럽다거나 질투가 난다거나 하는 생각보다, '내가 그냥엄마인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세간의 지탄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그녀가 부지런하며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열정적인 엄마라는 것이다.

강남엄마를 만나고 오는 발걸음은 그녀를 만나러 갈 때 보다 더욱 무거웠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엔 김소희씨와 같은 소수의 강남엄마와 대다수의 그냥엄마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

내가 '강남엄마와 그냥엄마의 차이'라는 기사를 쓴지 2년이 지났지만 우리의 교육현실은 여전히 '강남'과 '그냥'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2년 전 내가 만났던 강남엄마는 여전히 강남엄마로 살고 있으며 그 당시 알고 지냈던 그냥엄마는 지금도 마트에서 일을 하고 있다. 달라졌다면 그냥엄마가 좀 더 높은 수당을 받는 매장반장이 되었다는 것이 고작이다.

강남엄마 김소희씨와 교육의 불균형과 지역차 해소에 대해 긴 시간 격론을 나누었지만 해답을 얻지 못했다. 그녀 역시 자신의 책을 통해 교육의 불균형이 조금은 해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디에 살든, 무엇을 하든 열심히만 살면 부모와 자녀가 모두 행복해 질 수 있는 교육정책에 대한 갈증은 여전하다.

고작 강남학군을 없앤다는 것을 교육 불균형 해소의 정책이라며 내놓는 지금의 현실은 여전히 많은 숙제를 남겨놓은 것 같다.

<아이의 미래를 디자인 하는 강남엄마>

ⓒ 상상하우스
<아이의 미래를 디자인 하는 강남엄마>(상상하우스)는 '강남엄마식' 자녀 교육 지침서다.

1부 '나는 강남엄마다!'에서는 강남엄마들의 생활을 가감 없이 보여줌으로서 세간에 떠도는 강남엄마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려고 시도했다.

2부 '이것이 강남엄마의 교육 노하우다'에서는 저자가 지난 10년간 아이들을 키우며 쌓아온 교육 노하우를 초등교육, 영어교육, 독서 교육, 방학생활등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7차 교육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자녀가 해당교육과정에 있는 부모라면 관심을 가져 볼만 하다.

3부 '아이의 미래에 나를 투자한다'에서는 자신의 인생 속에서 지금의 강남엄마의 역할이 어떤 의미이며 앞으로는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지를 소개했다. 아이와 함께 미래를 꿈꾸는 그녀의 미래설계 역시 담겨 있다.

덧붙이는 글 | '시민기자 기획취재단' 기자가 작성한 기사입니다.


아이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강남엄마

김소희 지음, 상상하우스(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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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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