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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돌천 내 정경
ⓒ 이웅래
우리나라와 가장 인접한 산동성은 중국 쪽에서야 물론 부인을 하겠지만 과거 백제의 영향권에 있었던 터라 우리에게 친근한 곳이다. 산동성의 해안 쪽에 있는 청도시 등은 한국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는 곳.

제남시는 그 산동성의 성도(省都)다. 제남에는 관광할 만한 곳이 몇 군데 있다. '물의 도시'라 일컬어지는 제남은 분수처럼 솟구치는 72개의 샘으로 인해 유명한 곳이다.

건륭황제도 칭찬한 표돌천 물맛

청의 건륭황제가 남방을 순시 중에 제남을 들렀다가 제남시 중심에 솟아나는 표돌천의 물로 차를 마셔보니 달고 맛있다며 '제남에는 72천이 있는데 표돌천이 으뜸이라' 하고는 거창하게 '천하제일천(天下第一泉)'이라고 이름 붙여 놓았다. 어느 산을 가더라도 맑은 샘이 솟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평지가 많은 중국에서 물이 솟구쳐 오르는 샘에 경탄을 했으리라는 짐작이 간다.

▲ 여류시인 이청조 기념관의 입상
ⓒ 이웅래
표돌천의 입장료는 중국 돈 15위안(약 1850원). 들어가 보니 그 넓이만 10.5㏊란다. 표돌천 공원 안에는 관란정, 봉산구적방, 백설루, 만죽원 등 많은 곳이 있지만 그 중 가장 눈에 띠는 것이 송나라 때 여류시인인 이청조 기념당이다. 제남 사람으로 송나라 때 사(詞)에 능한 여류시인을 기린 곳으로 표돌천을 갔다면 들러 볼만한 곳이다.

▲ 표돌천의 모습. 호 속에서 솟아오르는 물줄기가 보인다.
ⓒ 이웅래
여기저기 샘이 솟는다. 샘 하나에 각기 이름을 붙여 놓았다. 물이 맑아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이고 금붕어나 잉어들이 떼 지어 유영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래도 그 중 제일은 표돌천이다. 물이 많은 때에는 위로 1~2m까지 치솟았다 하니 장관이었을 듯싶다.

▲ 마음대로 이름붙인 제남의 청계천
ⓒ 이웅래
그곳을 나오니 표돌천과 연결된 천(川)이 제남의 중심부 천성로(泉城路)를 따라 흐른다. 통역을 해 주시는 분이 복원된 한국의 청계천이 아니냐고 한다. 한국에 자주 오시는 분이니 그런 느낌을 가질 만하고 나 역시 동감했다. 시민들도 많이 찾고 여유로운 놀이공간이어서 제남시에서도 비교적 깔끔하게 꾸며 놓았다.

제남의 청계천, 그런데 이름이 없네

▲ 샘이 솟는 곳에서는 물을 길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 이웅래
곳곳에 제남의 72천 중 일부 샘이 솟아나는 모습이 보인다. 여기에도 흑호천(黑虎泉)이니 복천(福泉)이니 하면서 이름을 붙여 놓았다. 그런데 정작 이 천(川)의 이름이 무어냐고 물으니 그 분이 모르고 있는지 이름이 없는 것 같다고 대답한다.

이상한 일이다. 샘에는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놓고 정작 그것이 합류되어 흐르는 천의 이름은 없다니…, 표돌천의 물이 흘러나오고 여기저기서 샘이 솟아 합쳐져서 그런지 물은 바닥까지 드러나 보인다.

▲ 결혼을 앞두고 야외촬영을 나온 예비신랑신부를 몇 쌍 보았다.
ⓒ 이웅래
우리나라 약수터처럼 물통을 가져와 물을 받아가는 사람들도 많이 눈에 띈다. 옆에 가 물 한 잔 얻어먹으니 우리나라 약수터의 물맛과는 왠지 다르다. 오리배도 보이고, 결혼을 앞 둔 신랑신부들의 기념 촬영도 한창이다. 시민들의 산책로이자 야외공원인 셈이다.

조금 걷다보니 음료수를 파는 가게가 보인다. 도심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외국 체인점이어서 그런지 음료수 한 잔 값이 장난이 아니다. 싼 것이 20위안 정도. 그래도 과일을 갈아 쉐이크처럼 만든 것을 마시니 시원해진다.

▲ 서구식의 이 가게는 LUNA다.
ⓒ 이웅래
특이한 것은 제남에서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한국식당이 있었던 점. 이미 식사는 했지만 호기심에 들어가 보니 젊은 남녀가 몇 쌍이 식사를 하고 있다.

주로 메뉴는 삼겹살 구이. 상추나 야채가 그대로 나오는 것을 보니 한국식당이 맞긴 하다. 혹시 한국 사람이나 아니면 동포가 운영하는 곳이 아닌가 싶어 주인을 만나보니 젊은 중국아가씨가 반갑게 맞아준다. 음식문화에 있어서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중국에 우리나라 음식이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는 느낌이다.

산책하기에도 적당

▲ 조그만 가게지만 깔끔했다.
ⓒ 이웅래
천천히 한 시간 넘게 걸었던 것 같다. 아직 많이 남아 있었지만 더 이상 볼거리는 남아 있지 않은 듯하여 그늘 밑에 쉬면서 다시 한 번 제남의 청계천을 바라보았다. 이제 중국인들도 여유를 찾기 시작한 것일까? 밝게 웃으며 어울리는 그들의 모습에서 과거와는 다른 여유가 엿보인다.

▲ 천성로의 야경. 나무에 불을 밝혀 놓았다.
ⓒ 이웅래
제남을 들를 기회가 있는 분이라면 표돌천이나 대명호만 보고 지나치기 쉽지만 한 번쯤 이곳을 찾아보는 것이 어떤가 싶다. 입장료도 없는 곳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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