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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서녕이 모녀'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를 통해 소개된 이후 서녕이 모녀, 특히 엄마 '김분옥(이후 서녕이 엄마로 표기)'씨의 삶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전화로 안부를 묻는 내게 서녕이 엄마는 "남한 동포들의 뜨거운 관심과 동포애가 우리 모녀가 앞으로 살아가는 데 큰 용기가 되었다"며 "너무나 뜨거운 심정입니다"라고 연신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 동안 고통은 이제 두 모녀가 살아가는 밑거름이 되어...

우선 그 동안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몰랐던 서녕이 엄마의 삶에는 작지만 큰 변화가 생겨났다.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준 성금(대략 40여 만원의 성금이 모아졌다고 한다)으로 서녕이 엄마는 얼마 전부터 자신들이 사는 임대아파트 앞 노상에서 작은 채소 행상을 시작했다.

▲ 집앞 도로에서 채소 노점상을 시작한 서녕이 엄마 김분옥씨.
ⓒ 김영우
서녕이 엄마는 "무엇이든 이제는 우리들의 힘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동포들이 전해준 사랑에 보답하는 것"이라며 "하루 매상이 1∼2만원도 채 안 되지만 내 힘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너무나 감사하고 신기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서녕이 엄마에게서 무더운 여름에 새로운 희망을 열어가려는 의지를 볼 수 있었다.

여전히 밝고 해맑은 서녕이

엄마가 장사하는 동안 서녕이는 아동 복지시설에서 선생님과 또래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10일 오후 5시쯤 찾아간 보육원에서 서녕이는 또래의 아이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어울리느라 아침에 엄마가 땋아준 머리까지 헝클어져 있었다. 그만큼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있었다.

▲ 친구들과 노느라 헝클어진 머리를 손질해주는 선샌님과 서녕이 주위에 개구쟁이 친구들이 함께 있다.
ⓒ 김영우
▲ 노느라 힘들었던지 옷매무새를 만져주는 선생님 앞에서 귀여운 하품을 하는 서녕이.
ⓒ 김영우
서녕이의 담당 보육교사인 최미정 주임선생님은 "(서녕이가) 아직도 낯선 사람을 보면 뭔지 모를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기는 하지만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모습"이라며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이 밝게 어울리는 모습이 요즘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 엄마에게 가기 전 주임선생님(최미정)에 안겨 인사하는 서녕이.
ⓒ 김영우
동네 어른들의 귀염둥이가 된 서녕이

보육원을 마치고 서녕이는 집 앞에서 노점상을 하고 있는 엄마에게로 간다. 집에 가봐야 혼자서 놀아야 하는 서녕이는 엄마가 장사하고 있는 곳에 가면 친손녀처럼 예뻐해 주는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서녕이는 '인기스타'다.

▲ 보육원에서 만든 장남감을 엄마에게 보여주는 서녕이와 흐뭇하게 보이고 있는 서녕이 엄마.
ⓒ 김영우
▲ 동네 할머니의 전동휠체어에 올라탄 서녕이.
ⓒ 김영우
▲ "할머니 달려요~" 전동 휠체어에서 함께 웃고 있는 이웃 할머니와 서녕이.
ⓒ 김영우
내일(11일)이면 서녕이는 수술 부위를 결정하기 위해 다시 병원에 가야 한다. 예전과 달리 서녕이 엄마는 이제는 힘들다고, 절망만 하고 있지 않는다고 한다. 한때 희망을 잃고 절망 속에서 신음하던 서녕이 모녀에게 전해준 동포들의 따듯한 관심이 이들 모녀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힘이 됐다고 한다.

섭씨 36도를 오르내리는 대구의 폭염 속 거리에서 노점상을 하며, 처음으로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기 시작한 서녕이 엄마. 이런 엄마에게 맑은 미소를 보내는 서녕이의 모습에서 앞으로는 서녕이 모녀가 더 외롭지 않고, 최소한 지금보다 밝아질 미래를 예감할 수 있다. 이제 서녕이 모녀 삶의 이야기를 마감하고자 한다.

"이제 서녕이를 아주 오랫동안 아저씨가 못 볼지도 몰라"라고 인사를 건네는 내게 서녕이는 여전히 밝은 미소를 보낸다.

덧붙이는 글 | '서녕이의 이야기'는 8월 중 MBC <가족애(愛) 발견>에 소개될 예정입니다. 서녕이 모녀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리기 위해 방송 소재로 채택해 주신 MBC 관계자분들과 MBC 시사교양국 전영표 프로듀서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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