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양털 깎기(Shearing)는 양 농장에서 1년에 한 번만하는 추수 같은 것이다. 그래서 농장 주인에게 이 시기는 아주 중요하며 의미 있는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농가마다 그 시기는 다른데, 이 파인 포인트 스테이션(Pine Point Station)은 매년 5월 초에 약 2주간 양털을 깎는다. 하지만 호주의 겨울인 6,7월 2개월 동안은 그 어떤 농가도 양털을 깎지 않는다. 그 시기에 양털을 깎으면 양이 추위를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양털 깎기 시작 전 몇 가지 준비과정

이 기간이 시작되기 전, 양 농가에서는 몇 가지 준비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일단 양털을 깎는 곳인 커다란 창고(Shearing Shed)를 다시 정비하고 양털 깎는 사람들(Shearer)이 묵는 숙소를 청소해야 한다. 그 다음에 들판에서 자유롭게 사는 양들을 몰아서 창고 옆 우리에 넣어야 한다.

▲ 양털깍기 창고 안. 이곳에서 총 4명이 양털을 깍을 수 있다. 털이 다 깍인 양들은 저 작은 문으로 밖에 나갈 수 있다.
ⓒ 김하영
▲ 양털깍기 창고 밖 울타리. 양털이 깍인 양들이 창고에서 밖으로 나오면 다시 울타리가 있다.
ⓒ 김하영
이 창고 안에서 양털을 깎는 데, 사진에서도 보이듯 총 4명이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저 작은 구멍은 털이 다 깎인 양이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만든 문으로 그 구멍 밖에는 우리가 있다. 또 창고 안에는 깎인 양털을 정리하고 보관할 수 있는 기계와 공간이 있다. 작년에 사용한 흔적으로 보이는 짧은 양털들이 창고 바닥 군데군데에 모여 있었다.

양털을 깎을 수 있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양털은 아무나 깎을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고 아주 특별한 기술을 요하는 힘든 직업이다. 그곳에 가기 전까지는, 농장 주인이 양의 털도 깎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틀린 생각이었다. 농장주인 톰(가명 60세)의 말에 따르면 양털을 깎는 사람들은 조를 짜서 같이 다니는 데, 일이 있는 곳이라면 호주 어디든지 간다고 한다. 이번에 오는 조가 작년에도 여기에 왔던 총 9명으로 그중 4명이 양털 깎는 사람들이고 그 밖에 매니저와 요리사, 양털 깎는 사람들의 보조들이 있다. 이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하자.

▲ 양털깍이들이 머무는 숙소로 1년에 한 번만 사용한다. 이 사진은 양털깍이들이 도착한 이후에 촬영한 것으로 사진에 보이는 차와 캐러반은 그들의 것이다.
ⓒ 김하영
양털 깎는 사람들이 묶는 숙소는 1년에 한 번만 사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허름한 편이다. 1인용 침대 2개가 있는 작은 방이 총 6개가 있는 건물에 부엌이 붙어 있었다. 그 건너편에 매니저가 묶는 작은 방과 요리사가 묶는 방이 따로 있었다.

그곳 청소는 내가 했는데 1년 동안 아무도 쓰지 않았기 때문에 묵은 먼지가 깊이 쌓여있었다. 그리고 쥐똥처럼 보이는 누군가의 배설물들이 침대 위며 조리대 위에 잔뜩 있었는데, 대부분은 게코(Geko)라고 하는 도마뱀의 것이라고 한다. 호주에는 참 여러 종류의 도마뱀이 있는데 이 게코라고 하는 놈은 집안 곳곳 음침한 곳에서 살면서 밤에만 활동을 한다고 한다. 방에는 침대, 탁자, 스탠드, 침대 시트와 베개가 있고 부엌에는 모든 조리도구와 식기가 있었다.

이제 양들을 몰아서 양털 깎는 창고 옆 울타리에 넣으면 되는데 이 일은 양털 깎기가 시작되기 하루 전에 해야 하는 일이다. 너무 먼저 양들을 울타리에 넣으면 먹이와 물 공급이 힘들기 때문에 양들이 지칠 수 있다. 양 몰이는 아주 힘든 일로 톰 혼자 할 수 없다. 그래서 이 기간에만 그를 도와줄 일꾼 한 명을 부른다. 또 톰의 아들 론(Ron, 가명 19세)은 이 기간에 큰 힘이 된다고 한다. 그는 그 당시에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목화 농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양털 깎는 기간이 되기 전에 집으로 돌아 올 거라고 했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착착 돼가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김하영 기자는 2005년 9월 22부터 2006년 7월 1일까지(총 9개월 반) 호주에서 생활하였습니다. 그중 8개월 동안 우프(WWOOF;Willing Worker On Oganic Farm)를 경험하였고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바탕으로 호주 문화에 대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본 기사에 첨부 된 사진의 저작권은 김하영 기자에게 있으며 기자가 허락하지 않는 이상 다른 곳에서 쓰일 수 없습니다. 
기사에 등장하는 우프 호스트들의 이름은 그들의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모두 가명으로 처리하였음을 알립니다.


태그: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