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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함께하는시민행동과 오마이뉴스가 '세상을 바꿔가는 현장보고서-희망버스의 16일간의 전국일주'에 나선 첫날입니다.

오후 2시, 화엄사로 유명한 구례의 KT수련관에서는 지리산권시민단체협의회와 지리산생명연대 주최로 '지리산 희망씨앗-우리의 역량을 강화하자!'라는 주제의 워크숍이 진행되었습니다.

남원·하동·구례·함양 지역에 살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과 농민운동가, 정당관계자, 공무원들이 모이고 서울과 경기에서 풀뿌리 지역운동과 공동체 운동을 오랫동안 연구하고 고민해온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이렇게 모인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바로 지리산권의 희망을 공동으로 찾아보자는 이유 때문입니다.

물론 좀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그 이면에는 지리산도 역시 개발을 해야만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사람들을 우리의 대안을 가지고 설득하기 위해서이고, 그런 무분별한 개발 움직임을 공동으로 막아보자는 절박함도 있습니다.

워크숍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시민행동 오관영 사무처장의 글오마이뉴스 기사, 그리고 우석훈 박사의 글을 읽어보시면 자세히 아실 수 있을 것 같고요. 저는 그날 저녁 워크숍이 끝난 이후 소주 한 잔과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내가 저렇게 사람을 만나본 적이 있었나

워크숍 장소에 조금 일찍 도착하여 지리산생명연대 사무처 식구들의 준비작업을 도와주던 중 오늘 워크숍에 몇명이나 오느냐고 물어봤습니다. 대략 35명쯤 올 거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습관처럼…. 정말 너무나 당연하게도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럼 실제로는 25명쯤 오겠네….'

그런데 예상인원보다 많이 오셨더라고요. 지리산을,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을 진정으로 사랑하시는 분이 참 많구나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단순한 생각은 잠시 후 반성과 부끄러움으로 변했습니다.

지리산권시민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이시고 구례에서 농사를 짓고 계신 김봉용씨께서 그러시더군요.

"오늘 여기 온 사람들 정말 바쁜 사람들이거든요. 농사짓는 일도 그렇고, 애들도 키워야 하고, 농민회 활동도 하고 정말 바쁜 때인데…. 제가요, 여기 오자고 한 사람 한 사람씩 다 만났어요. 오늘 자리를 하게 된 취지와 내용, 이후에 함께하고 싶은 일들을 한두시간씩 다 설명했거든요. 그만큼 귀한 시간 내서 오셨으니까 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무엇을 반성하고 무엇 때문에 부끄러웠을까요. 수년간 시민운동을 하면서 많은 워크숍과 토론회 등을 준비해봤고, 최근에는 회원모임도 진행해봤습니다. 그런데 저는 한번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저런 자세로 사람들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아니, 저런 생각 자체도 못했던 거 같습니다.

제 머리 속에 있는 계획들을 잘 포장해서 홍보용 자료를 만들고, 보도자료를 내고, 회원들에게 메일 보내고 하면 끝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그것이 홍보가 부족했거나 주제가 너무 재미없어서라고…. 그렇게 자위하면서 지내왔는데…. 김봉용씨의 한 마디에 모든 게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깨달은 게 있었으니 한편으로는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공간적 의미로 지역이 중요한 게 아니다!

지역이 희망이라고 합니다. 풀뿌리 운동이 희망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막연하게는 알 수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이 희망이고, 진실인지 잘은 몰랐습니다. 오늘은 서울을 떠난 지 3일째 되는 날입니다. 막연하게나마 이제야 우리가 왜 떠났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같이 동행한 오관영 처장이 말합니다.

"공간적인 의미로 서울에 있다, 지역에 있다가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물론 서울도 당연히 지역이지만요. 즉, 우리가 지리적인 위치로 따져서 지역을 배우자는 것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희망의 사례를 찾아보자는 것도 그 주제를 배우자는 게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풀뿌리 운동가들이 사람들을 만나는 방식, 마음가짐,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 등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자 옆에 계신 분이 "그러니까요, 서울에 있지 않다고 다 풀뿌리 운동이 아닌데. 그냥 지역에서 운동하면 다 풀뿌리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시민운동의 위기라고 합니다. 참 어렵다고들 합니다. 예전처럼 시민들이 호응해주지도 않고, 왠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는 거 같다고도 합니다. 이곳 저곳에서 원인 진단을 합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역시 같이 이야기를 나누시는 분이 말씀해주십니다. 그 분은 운동을 하면서 뭔가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냐고 물으셨습니다. 모두가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합니다. 답답했으니까요. 그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스스로 미래에 대한, 희망에 대한 확신을 가진다면 실천할 수 있는 힘이 생겨요. 그리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이게 됩니다. 서울에 있는 단체들은 사람이 소중한 걸 잘 모르는 거 같아요. 사람들은요, 우리가 한 만큼 느낍니다. 저는 그게 운동의 진정성이라고 봐요. 그리고 전망이라는 것은 사람들에게 전달한다고 생겨나는 것이 아니거든요.

차근차근 한사람 한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들과 함께 몸소 실천해나가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거라고 봅니다. 역시, 우리가 꿈꾸는 공동체라는 것도 거창한 이론이나 계획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공동체의 성공 여부는 계획이 아니라 그것을 해보려고 하는 사람들의 마음자세와 진정성에 의해 좌우되는 게 아닐까요. 희망이 없으면 일하지 말아야지요. 스스로 희망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지역에서는 일 못합니다. 확신을 가지고 진심으로 일하다보면 사람들은 모이게 되어 있어요."


다시, 시민운동이 위기라고 합니다.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 답답하다고 합니다. 답이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정말 위기를 극복할 수 없는 걸까요? 서울을 떠난 지 3일째, 위기도 우리 내부에서 왔듯이 그 해결책도 우리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을 해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이 글은 함께하는 시민행동 조아신씨가 썼습니다.

덧붙이는 글 | '시민행동이 길을 떠나는 이유-16일간의 일정표 보기'


함께하는 시민행동과 오마이뉴스가 '세상을 바꿔가는 현장보고서-희망버스의 16일간 전국일주'를 진행중입니다. 공식 블로그 주소는 http://blog.ohmynews.com/activist/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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