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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에 사는 분들 중엔 참으로 원칙주의자들이 많으신가보다. 난 오늘 참으로 어이없는 일을 당하여 여기 소개하고자 한다.

▲ 집앞에 늘어선 화분들
ⓒ 김선태
우리집은 아파트 이웃에 지어진 다세대주택이다. 단독 주택이나 다름없이 외따로 있는 우리집 이웃에는 아파트 소유인 공터가 약 20평 남짓 있다. 우리집을 드나드는 입구에 있는 이 땅에는 온갖 잡초가 우거져 있어서 마치 뱀이라도 나올 것만 같다.

그래서 지난여름에는 그 지독한 가시 덩굴 같은 덩굴 식물을 땀을 뻘뻘 흘리면서 베어내어서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막았었다. 덕분에 올 봄에는 잡초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거기다 일찍부터 자라지 못하게 나는 대로 뽑아 없앴다. 그리고 이 빈터에 우리 집에서 가꾸던 야생초들을 옮겨 심었다. 벌개미취, 개미취, 톱풀, 구절초, 결명자, 자소(붉은 들깨), 봉숭아, 분꽃, 금계국, 루드베키아, 접시꽃까지 눈에 보이는 대로 집어다가 심었다.

▲ 잡초밭을 가꾼 모습
ⓒ 김선태
날씨가 가물은 때는 우리집 수도에 연결한 호스로 듬뿍 물을 주고 더 이상 잡초가 나지 않게 일주일이 멀다하고 잡초를 뽑아 주었다.

▲ 금계국이 피기 시작
ⓒ 김선태
요즘에는 그 잡초 밭에 금계국이 꽃을 피우기 시작하였고, 루드베키아가 꽃망울을 터뜨리려고 한다. 나는 이렇게 공터를 가꾸어서 꽃밭으로 만들어 가고 있지만, 정작 이 땅의 주인이 되는 아파트의 주민들은 이곳에 쓰레기나 버릴 뿐 아무도 가꾸어 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관리실에서 일하는 분이 콩을 심어서 가꾸겠다고 여기 저기 콩을 심었다. 나는 일단 콩이 없는 곳에 꽃을 볼 수 있는 결명자와 자소를 줄을 맞추어서 심었다. 봉숭아도 100포기 정도를 두세 개씩 모아서 심었다. 그 모종들이 자라면 제법 꽃밭이 될 것 같았다.

나는 이제 이 곳에 함부로 쓰레기만 버리지 않으면 될 것 같아서 조그만 안내판을 만들어서 붙였다.

'잡초만 우거졌던 이곳을 꽃밭으로 가꾸고 있어요. 쓰레기를 버리지 맙시다'

▲ 안내표지판
ⓒ 김선태
집 주변에 지저분한 잡초가 없어져서 좋고, 그곳에 꽃을 심어서 가꾸면 더욱 아름다운 환경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울타리 주변을 돌아가면서 모두 꽃모종을 심었다. 이제 제법 꽃밭의 형태가 갖추어져 가는데 엊그제는 아파트 부녀회원들이 나서서 애써 심은 야생화들을 뽑아내고 메리골드를 잔뜩 심어 놓았다.

나는 내 땅이 아닌데 그렇게라도 꽃이 피면되지 뭐 별 것 있느냐는 생각에 단 한 마디 하지 않았다. 자기 땅에 자기들이 꽃을 심는데 뭐라 할 이유나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무척이나 권리 주장을 하는 분들이 살고 있는지 자주 그런 얘기를 해서 다툼이 생길까보아 아예 말도 않고 말았다.

▲ 여러가지 곷이 심어진 잡초밭
ⓒ 김선태
그런데 오늘 오후에 나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낯선 전화번호인데 내가 연수중이어서 못 받았기에 전화를 걸어 보았다.

"여기 아파트 관리실인데요. 저기 집 앞의 공터에 꽃을 심지 않았습니까?"
"예, 너무 지저분해서 잡초 뽑고 제가 꽃을 좀 심었습니다. 야생화를 심었더니 부녀회원들이 거의 뽑아 버리고 메리골드를 심었더군요."

"그런데, 이곳 아파트재건축 조합 사람들이 몰려와서 왜 그 땅을 함부로 내어 줬느냐고 따지고 들어요."
"예? 땅을 내어 주다니요?"

"거기다가 꽃을 심고 콩도 심고, 왜 남에게 꽃을 심어서 가꾸게 한다고 야단이에요."
"콩이야. 관리실 아저씨가 심었고, 꽃을 심은 것도 잘 못이랍니까?"

"누가 아니래요. 꽃을 심어 가꾸니까 지저분하지 않고 좋은데 야단들이니 어떡합니까?"
"뭘 어떻게 해요. 안 심으면 되죠. 뽑아낼까요?"

"그게 아니라 안내판 붙여 놓은 것이나 뗄 게요."
"그러세요. 땅주인이 떼겠다는 데 누가 뭐랍니까?"

▲ 꽃 밭 모습이 되어가는 잡초 밭
ⓒ 김선태
나는 내 땅이 아닌 곳에 환경을 아름답게 한다고 꽃을 심어주었다가 망신을 당하고 욕을 먹는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 '내 것 주고 뺨 맞는다'더니 지저분한 잡초 밭을 애써 가꾸었다가 망신을 당한 내 처지가 이상한 것인지 아니면 이웃사람들이 이상한 사람들인지 알 수가 없다.

어떻든 남의 땅에 함부로 꽃을 심은 것을 사죄 드려야겠다.

"남의 잡초 밭에 함부로 꽃을 심어 가꾸어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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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아동문학회 상임고문 한글학회 정회원 노년유니온 위원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 ***한겨레<주주통신원>,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지킴이,꼼꼼한 서울씨 어르신커뮤니티 초대 대표, 전자출판디지털문학 대표, 파워블로거<맨발로 뒷걸음질 쳐온 인생>,문화유산해설사, 서울시인재뱅크 등록강사등으로 활발한 사화 활동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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