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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내가 건져올린 아주 특별한 옥정호의 아침
ⓒ 이우영
0지난해 가을 호기심에 이끌려 옥정호를 찾았다가 그 비경에 반한 이래 불과 몇 개월 사이 나는 7~8차례나 그곳을 찾았었다. 첫 만남 때 들끓는 사람들에 치어 변변한 사진 한 장 제대로 담아오지 못한 아쉬움 탓이 컸을 거다.

그러나 옥정호는 좀처럼 첫 만남에서와 같은 비경을 내게 보여주지 않았다. 그럴수록 더욱 애가 달아 옥정호를 기웃거리게 됐고, 심지어 어떤 날은 눈치 없는 나 혼자서만 멋적게 국사봉에 올라 밋밋한(?) 옥정호의 모습을 내려다 보며 안타까움에 떨기도 했다.

나중에야 깨닫게 된 사실이지만 그것도 다 때가 있는 것이었다. 계절적으로는 봄 가을 중에서도 늦가을과 초봄이, 날씨 중에서는 비 온 다음날 정도가 상대적으로 확률이 높았던 것이다.

그런저런 것들을 새로 알아가며 그곳을 들락거리던 지난 주말, 마침내 오매불망 기다리던 옥정호의 비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옥정호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국사봉을 오르는 내내 내 가슴은 두근거렸고, 마침내 옥정호의 비경을 담을 수 있게 됐다는 기쁨에 들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옥정호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촬영포인트에 이르자 앞서 온 사진가들이 들끓어 삼각대 하나 놓을 자리가 없었다. 앞서 몇 번 찾았을 땐 한가하기 그지없던 그곳이 눈치 빠른 사진가들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그곳에서 사진을 찍자면 천상 그들 어깨 너머로나 틈틈이 몇 장 찍는 도리밖에 없어 보였다.

내공도 부족하고 옥정호를 한 컷에 담기엔 부족하게 느껴지는 18mm 화각밖에 갖추지 못한 내가 그곳에서 아무리 용을 쓴들 앞서 좋은 자리를 선점한 내공 빵빵한 다른 사진가들을 따라잡긴 힘들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좀 다른 화각을 시도해 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안타깝긴 했지만 과감히 그 자리를 박차고 돌아서 다른 촬영포인트를 찾아나섰다. 다른 사진가들과 화각이 겹치지 않는 곳, 그러면서 내 부족한 화각을 보완해 옥정호를 한 화면 안에 담을 수 있게 파노라마 촬영을 할 수 있는 곳 등이 내가 찾는 조건이었다.

▲ 많은 사람들이 가장 즐겨찾는 촬영포인트에서 바라본 옥정호의 모습
ⓒ 이우영
산을 오르내린 끝에 나는 맞춤한 자리 하나를 찾았고, 사진가들로 북적거리던 앞서 촬영포인트와는 대비되게 텅텅 비어 있는 그곳에서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다. 바로 그 순간, 그 자리가 아니면 담을 수 없는 사진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아직은 쌀쌀한 새벽녘 추위조차 잊게 만들었다.

비록 내공도 많이 부족하고 촬영포인트 면에서도 좀 뒤지는 감은 있지만, 그렇게 건져올린 게 바로 이 사진이다.

수없이 많은 날들 수없이 많은 비경들이 펼쳐졌다 사라지곤 했어도 옥정호가 이날 사람들에게 허락한 비경은 오직 이 하나뿐인 것처럼, 그날 국사봉을 울려퍼졌던 숱한 셔터소리 중 이 화각으로 그 비경을 담아 낸 사진 또한 오직 이 세상에 이것 하나뿐이라는 사실에 나는 나름대로 특별한 의미를 두고 싶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가장 좋은 촬영포인트보다는 나만의 촬영포인트를 찾는 일에 좀 더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여야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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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순간 입술가로 따뜻한 웃음이 배어나는 사는이야기류의 글을 좋아합니다. 주로 이런 따뜻한 웃음이 배어나는 글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시각을 조금만 바꾸면 좀 더 낫게 고칠 수 있는 일들이 세상에는 많이 있습니다. 이런 쪽에도 관심이 많구요, 능력이 닿는데까지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글들을 써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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