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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혜원 기자]기독 여성들이 일제시대에 신사참배에 항거한 것은 신앙관 때문이 아니라, 민족운동과 여성운동의 일환이었다는 새로운 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동안 기독 여성들의 신사참배 항거 활동은 신앙관 때문에 행해졌다는 평가 때문에 독립운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이 같은 주장은 3·1여성동지회가 지난 3월 27일 독립공원 독립관에서 '한국여성독립운동의 역사적 조명'이라는 주제로 연 학술특별강연회에서 나왔다. 3·1여성동지회는 1990년대 초반부터 매년 독립운동의 보조 역할자로만 머물러 온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올바른 자리매김을 위한 연구를 전개하고 있다. 또한 유관순 시상식 개최, 사진과 학술강연회 동영상 자료 등으로 한국여성독립운동사를 새롭게 쓰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여성독립운동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온 박용옥 3·1여성동지회 자문은 "독립운동 연구 작업이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조명은 부족한 상태라 앞으로도 학문적으로 이들의 활동을 밝혀나가는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1여성동지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신사참배에 항거한 기독 여성들의 중심에는 최덕지 목사가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목사로 알려져 있는 최덕지 선생은 "신사참배는 기독교 정신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전쟁에 찬성하고 식민지 지배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항거 활동을 주도했다.

남성들이 총회를 통해 천주교, 감리교, 장로교 순으로 신사참배를 수용한 것에 반해, 기독 여성들은 여전도회 대회를 해산하는 등 조직적인 활동으로 신사참배 강요에 항거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지방에서도 최덕지 선생이 이끈 경남부인전도회를 중심으로 조직적인 항거운동을 전개한다. 최덕지 선생은 교회와 성경학원을 중심으로 경남 일대에서 신사참배 항거운동을 전개했으며 1943년 평양 감옥으로 옮겨진 이후에도 금식기도 등을 통해 옥중 투쟁을 이어간다.

최덕지 선생이 주축이 된 신사참배 항거운동은 여성운동의 연장이기도 했다. 최덕지 선생은 남녀평등을 위해서는 여성들이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여성교육운동을 전개했으며 통영여자청년회, 근우회 통영지회 등 통영에서 조직된 거의 모든 여성단체에 가담해 활동했다.

그가 여성운동에 적극 뛰어든 데에는 1920년대에 접어들면서 집창 지역으로 변한 유곽이 형성된 '통영'이라는 지역적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평생 그의 기도 제목이 '인신매매 공창 폐지'였다는 사실은 그가 무엇을 느끼며 성장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날 강연회에서 최덕지 선생에 대한 연구 내용을 발표한 윤정란 국가보훈처 연구관은 "최덕지를 비롯한 항일 여성들이 신사참배 강요에 적극 항거할 수 있었던 것은 민족독립을 위해서는 기독교의 뜻에 따라 실천해야 한다는 정신 때문"이라며 "최덕지의 신사참배 거부운동은 민족운동이었으며 1920년대 민족적 여성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강조했다.

최덕지 선생은 누구
첫 여성목사‘민족·여성’ 운동가...옥살이에도 신사참배 항거 투쟁

▲ 일제말기 나라와 교회를 위해 밤새워 기도한 수 찍은 기념사진. 앞줄 왼쪽 두번째 최덕지 선생.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목사로 알려져 있는 최덕지(1901-1956) 선생은 1901년 6월 25일 경남 통영에서 출생해 1920년대 민족운동과 여성운동을 전개한 인물이다. 1930년대 이후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여성단체를 조직해 신사참배반대운동을 이끌었다.

지금도 보기 드문 여목사가 그 시대에 가능했던 것은 목숨도 아끼지 않았던 신앙에 대한 한결같은 열정 때문이었다. 신사참배에 항거해 옥에 갇혀서도 투쟁을 이어간 최덕지 선생은 출옥 후 함께 신사참배거부운동을 벌였던 이들과 함께 교회재건활동을 벌인다.

그는 일제치하 때 신사참배에 동참한 기존 교회를 전면 부정하고 새로운 예배당 건축 등 일제 잔재를 모두 청산해야 한다는 강경 입장을 펼친다. 그리고 1946년 2월 재건교회 기도회를 시작으로 남한의 첫 재건교회를 이끌기도 한다. 그는 사회 구제활동도 활발히 펼쳐 실천적인 신앙인의 면모를 보여준 인물로 종교적, 역사적으로 모두 귀감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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