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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 21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연구용 난자를 기증한 여성들에게 보상금을 줬다"고 시인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 21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연구용 난자를 기증한 여성들에게 보상금을 줬다"고 시인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기사 대체 : 21일 오후 5시 15분]

"기자 선생님, 오늘 (기자회견으로) 많은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렇게 알고 나니 시원하십니까? 이것이 과학적 진보에 어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중략) 남의 흠을 들추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나로 인해 내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이 손상 받지 않길 바랍니다."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 연구팀의 배아줄기세포 배양연구를 지원해온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일부 여성들에게 1인당 150만 원의 보상금을 건네고 연구용 난자를 공여받은 사실을 21일 공식 시인했다.

이는 황 교수팀 연구에 사용된 난자가 일정한 대가를 주고 제공받았다는 그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어서 앞으로 적잖은 파문이 예상된다.

그러나 노 이사장은 황 교수 연구팀 소속 여성들이 난자 제공자에 포함되는지 여부와 황 교수가 '난자 매매'를 인지한 시점에 대해서는 끝내 입을 다물었다. 난자제공의 적법성 논란 끝에 기자회견을 자처한 노 이사장은 언론보도에도 불만을 터뜨렸다.

노 이사장은 이날 오후 서울 강서구 미즈메디 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02년 후반 황우석 교수와 난치병 환자 치료를 위한 치료복제 연구를 시도하려니 자발적인 난자 기증자가 극히 적었다. 부득이 개인 돈으로, 난자 공여자에게 생계에 지장을 초래한 15일간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1인당 150만원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 방법은 추후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음을 사전에 우려했습니다만 누군가 논란을 무릅쓰고라도 불가피한 선택으로서 시도해야 하는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저는 고뇌 끝에 의사로서 인류의 가장 큰 염원인 난치병 환자를 위한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해 황 박사와 상의 없이 저 혼자서 책임지기로 어려운 결정을 하였습니다."

노 이사장은 이어 "일부 미국 언론이 '금전적 보상'에 대해 비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생명윤리법이 2003년 12월 8일에야 문서화됐고, 각국이 서로 다른 법률과 윤리 규범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나중에 만들어진 지침을 소급 적용해서 단죄하거나 비윤리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반박했다.

"황 교수가 100% 대가 필요 없는 환자 소개한 적도 있다"

그는 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난자기증 동의서도 적법하게 받았기 때문에 불임치료 목적으로 기증받은 난자를 연구진이 임의로 줄기세포 연구에 사용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 이사장은 난자를 제공한 여성 중 황 교수의 연구원이 포함돼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더 큰 궁금증을 남겼다. 그는 기자회견 도중 "황 교수가 100% 대가가 필요 없는 환자를 직접 소개한 적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욱이 22일 밤 방영될 MBC < PD수첩 >에 따르면, 난자 제공자로 지목되는 연구원들도 "황 교수에게 물어보라"는 말만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져 황 교수가 앞으로 해명과정에서 한결 무거운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그러나 노 이사장은 "현행법상 의사가 환자의 신원이나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이걸 얘기하면 앞으로 학계에서 내 논문이 실릴 수도 없게 된다"며 난색을 표했다. 그는 "난자 제공자들도 남모르는 사연이 있을 것"이라면서 "의사로서 제공자들의 아픈 마음을 헤집을 수 없어서 신상과 이력을 전혀 묻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황 교수에게 '대가성 난자 제공'을 알린 시점에 대해서도 그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답변을 피했다. 황 교수가 최근까지도 "비윤리적으로 난자를 제공받은 바가 없다"고 강조해온 터라 인지 시점 공개자체가 또다른 논란을 촉발시킬 것으로 우려한 듯하다.

노 이사장은 오히려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윤리성 문제를 집중 제기한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그는 "외신기자들은 소송이 많기 때문에 조심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나라 언론에는 허무맹랑한 보도가 굉장히 많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당신 배꼽 옆에 빨간점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확인해주지 않으면 빨간점이 있는 것으로 알겠다는 식"이라면서 "(일부 방송사의) 협박조 취재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노 이사장은 "외래환자가 '제 난자가 연구에 쓰이는 것이 아니죠'라고 묻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며 "황 교수와 어제그제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같이 기자회견을 하는 것도 좋지만, 당장 내가 받는 타격이 너무 커서 먼저 설명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왜 언론보도가 이렇게 나오는지, 이제는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는지 다 이해했다"며 "며칠 더 지나면 충분히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 21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연구용 난자를 기증한 여성들에게 보상금을 줬다"고 시인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민주노동당 "더이상 숨길 수 없으니 처벌 피하려는 속셈"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배아 줄기세포 연구팀이 연구용 난자의 대가성 시비로 곤욕을 치르는 가운데 민주노동당이 노성일 강서미즈메디병원 이사장에게 공세의 포문을 맞추고 있다.

민주노동당 정책위는 21일 성명에서 황 교수에게 '매매 난자'를 제공한 노성일 강서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에게 대통령직속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에서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주까지 매매된 난자를 연구에 제공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거짓말해 온 노 이사장이 이번에는 (난자 매매가) 생명윤리법 제정 이전 시기의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며 "더 이상 숨길 수 없으니 법적 처벌만은 피하자는 속셈이 아니냐"고 비난했다.

노 이사장이 '난자 매매' 문제를 덮으려고 했으나 MBC < PD수첩 >이 22일 이 문제를 방송하려고 하자 파장을 줄이기 위해 서둘러 기자회견을 했다는 주장이다.

민주노동당은 "생명윤리법이 발효된 올해에도 연구용 난자매매를 하지 않았는지, 황 교수가 정말 몰랐는지 의혹은 여전하다"며 한양대 기관윤리위원회(IRB)와 서울대 수의대 IRB로 전선을 확대했다.

양대 기관은 그 동안 황 교수팀의 난자 채취에 윤리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왔으나 노 위원장의 진실 고백이 나온 이상 이들의 심사과정에도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정책위는 23일경으로 예정된 황 교수 연구팀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뒤 이번 주내에 추가 대응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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