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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책상 두 개가 교무실로 끌려왔다. 무슨 사연일까?
ⓒ 박병춘
18일 오후 교무실에 두 개의 책상이 뜬금없이 들어왔다. 가끔 뭔가 잘못한 아이들이 불려오긴 하지만 잘못된 책상이 들어온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저 평범해 보이는 책상 바닥을 보라. 작은 구멍이 하나씩 뚫려 있다. 무엇에 쓰는 구멍일꼬?

"아니, 이게 뭐랴?"
"잘 보세요. 뭘까요?"
"아니, 책상에 구멍을 파 놓다니 어지간히 할 일 없는 넘 짓거리구먼!"

▲ 무엇에 쓰는 구멍일꼬?
ⓒ 박병춘

"세상에! 핸드폰 문자메시지 보내는 구멍이랍니다."
"뭐라구? 야, 이거 참, 아무리 철이 없어도 그렇지, 해도해도 너무 하는구먼!"
"이 넘 자식들이 도대체가 도덕성이 어디로 간겨!"

▲ 구멍 은폐용 덮개도 있고
ⓒ 박병춘

"저 정도 창의력을 가진 학생이면 과학 발명반에 보내도 좋은 것 같은데요?"
"허허허! 저걸 기발한 발상이라고 봐야 할지,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 안 가리는 철없는 행동이라고 봐야 할지 당췌!"

교무실에 불려와 면벽을 하며 벌 받고 있는 고1 학생 J군을 불렀다.

"아니, J군! 어떻게 저런 방법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나?"
"아, 예에. 인터넷 검색하다가 책상에 구멍을 파고 음료수를 먹는 사진을 우연히 본 적이 있어요. 거기서 힌트를 얻었어요."

"그렇다면 저 작품(?)은 자네가 다른 사람의 것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작품을 보고 창작한 셈이네?"
"예, 그렇다고 볼 수 있어요."

▲ 엄지 세대 그들만의 소통 구멍일까?
ⓒ 박병춘

"뭘로 구멍을 냈디야?"
"미술 시간에 쓰는 조각칼로 팠어요."

"저런 창의적인 발상을 좀 더 좋은 쪽에 활용하면 얼마든지 큰 과학자가 될 수 있을 거야. 커다란 잘못을 했다만 그 창의력은 대단하다. 좋은 책 많이 읽고 늘 탐구하는 자세로 생활하기 바란다. 어서 가서 면벽해야지."
"예에."

▲ 기상천외한 발상일까, 도덕성 부재일까.
ⓒ 박병춘

무조건 나무라기엔 너무나 기발한 발상!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기엔 너무나 명백한 잘못! 핸드폰 소지가 금지된 상황에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고 싶은 엄지 세대 그들만의 욕망이 책상 구멍으로 분출됐다. 아아, 금지와 욕망이 충돌하면 저런 구멍도 생기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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