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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성남 분당 정자동에 있는 늘푸른고의 홈페이지 첫 화면. 2004년에 문을 연 이 학교 교훈은 학교이름이 보여주듯 '늘 푸르고 참되자'이다. 이처럼 교육목표까지 학교이름에 아름다운 말로 담은 학교가 2000년 들어 줄줄이 탄생하고 있다.
ⓒ 늘푸른고사이트

'버드내초, 샘머리초, 봄내초, 한솔초, 늘푸른초, 까치울초, 솔안초, 샘모루초, 슬기초, 솔개초, 옥터초, 금모래초, 한뫼초, 새터초, 샛별초, 통일초, 한빛초….'

아름다운 우리말도 살리고 교육의 나아갈 길도 비춰주는 학교이름이 점점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자식 지역명을 두 자로 짜 맞추거나 동서남북 방위를 이름에 붙여 일제잔재 논란을 불러일으킨 기존 학교이름 작명법을 뒤바꾼 것이어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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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열린우리당 구논회 의원(교육상임위)에 건넨 자료에 따르면 90년대 중반 이후 이렇게 이름을 바꾼 학교가 15개인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대전 유등(柳等)중학교는 대전 버드내중학교로, 같은 지역 원천(元泉)초등학교는 샘머리초등학교로 99년에 각각 이름을 바꿨다. "지역 학부모와 학생, 교직원의 요구에 따라 본래 마을 이름인 '버드내'와 '샘머리'를 학교이름으로 정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특수학교 우리말 살린 좋은 이름 넘쳐

우리말을 살린 학교이름은 특수하다. 전국 10000여 개의 학교이름 가운데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장애인 재활교육을 목적으로 한 특수학교의 이름은 특수한 것도 많았지만, 아름다운 우리말도 많았다. 다음은 특수학교 이름 몇 개를 뽑아본 것이다.

사랑의 학교, 해맑음학교, 밀알학교, 하늘빛학교, 두레학교, 솔빛학교, 은혜학교, 메아리학교, 해솔학교, 한우리학교, 한사랑학교, 밝은학교, 희망학교, 새얼학교, 미래학교, 새꿈학교. / 윤근혁 기자
이 자료를 보면 또 청주 산남초를 한솔초(96년)로, 아산 삼화여중을 온양 한올중(2000년)으로, 남원 여중을 남원 하늘중(2001년)으로, 남원 용성여중을 남원 한빛중(2001)으로, 완주 삼례여중을 한별고(2001년)로 각각 개명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전북 전주지역은 99년부터 2002년까지 중고교 이름을 3개나 고쳤는데, 기린여중을 온고을중(99년)으로, 풍남여중을 솔빛중(2000년)으로, 영생여상고를 온고을여고(2002년)로 바꿨다. '온고을'이란 말은 전주의 옛 이름이다.

교육부는 "지역민에게 친근감이 있고 모든 사람이 기억하기 쉽도록 아름다운 우리말로 개명을 추진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학교 이름은 매우 중요한 학습환경... 잘 만들자"

이 밖에도 어감이 좋지 않아 놀림의 대상이 된 학교이름도 바꾼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 학익동초는 '학의 배설물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에 따라 연학초(2004년)로 바꿨고 같은 지역 방축고도 내년부터 예일고로 개명할 예정이다. 경기 식사초도 올해부터 은행초로 이름을 바꿨다. 대부분 학부모와 학생 등 지역 주민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교육부 자료엔 나와 있지 않지만, 성남 정자동에 있던 정자고는 98년에 한솔고로 이름을 고쳤고, 경북 구미 고아읍에 있던 고아고는 96년에 현일고로 개명했다. 이들 학교이름에 대해 학생들이 반대운동을 펼친 결과라는 후문이다.

하지만 경기 성남 정자동과 수원 정자동엔 여전히 정자초가 나란히 있으며 구미 고아읍에 있는 고아초도 고등학교의 개명과 달리 그 이름을 그대로 갖고 있다.

아름다운 학습 환경 공동체운동을 벌이고 있는 이인규 아름다운학교만들기운동본부 사무총장(서울 미술고 교감)은 "우리나라 학교명은 꼭 일치되지도 않는 지명과 방위를 따와 천편일률적인 형태를 띠고 있어 문제"라면서 "학교이름은 매우 중요한 학습 환경이고 학교의 이미지와 교육목표를 담고 있는 것인 만큼 교육당국은 학교 공동체가 학교이름을 잘 짓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이를 위해 정약용학교나 안창호학교처럼 사람 이름을 학교명으로 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다음은 새겨볼만한 학교이름들이다. 2000년 들어 개교한 학교가 많다.

초등학교
인천 새말초, 대전 버드내초, 대전 한밭초, 대전 느리울초, 대전 샘머리초, 경기 한솔초, 경기 늘푸른초, 경기 까치울초, 경기 솔안초, 경기 고리울초, 경기 벌말초, 경기 샘모루초, 경기 슬기초, 경기 솔개초, 경기 갈뫼초, 경기 검바위초, 경기 금모래초, 경기 옥터초, 경기 월곶초, 경기 갈곶초, 경기 나래초, 경기 용머리초, 경기 한뫼초, 경기 새말초, 경기 솔뫼초, 경기 통일초, 강원 봄내초, 강원 한솔초, 충북 새터초, 충북 한솔초, 충북 감물초, 충남 학돌초, 전주 한들초, 전남 한빛초, 경북 서라벌초, 경남 가람초, 경남 샛별초, 제주 한마음초.

중학교
부산 한바다중, 대전 느리울중, 대전 버드내중, 경기 늘푸른중, 경기 갈뫼중, 전주 온고을중, 전주 솔빛중, 전북 하늘중, 전북 한빛중, 경남 한얼중, 경남 샛별중.

고등학교
서울 서라벌고, 서울 한가람고, 대구 달구벌고, 인천 산마을고, 대전 한빛고, 대전 한밭고, 경기 늘푸른고, 경기 한솔고, 경기 두레자연학교, 충남 한마음고, 충남 공동체비전고, 전북 솔내고, 전북 푸른꿈고, 전남 한빛고, 대전 새일고, 충남 한올고, 전북 한별고, 전북 온고을여고.

덧붙이는 글 | 이상으로 학교 이름에 대한 기사 3개(상중하편)를 모두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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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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