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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여자들’ 추모사이트 개설한 여성미술그룹 ‘입김’
드로잉·사진·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시각이미지로 추모
과거부터 현재까지 말없이 잊혀진 여성인물 되살려


여성들이 사라졌다. 역사는 수많은 여성들의 의미 있는 죽음을 실종 혹은 자살이라는 ‘객관적 결과’만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 기록 속에 여성들의 핏빛 삶이 자리할 곳이 없다. 그래서 사이버공간에서 펼쳐지고 있는 여성미술그룹 ‘입김’의 ‘사라진 여자들’이라는 프로젝트가 더욱 눈길을 붙잡는다. 익명의 삶을 강요받았던 여성들을 발굴해 그 이름을 다시 부르고 문화예술을 통해 부활시키는 작업인 까닭이다.


ⓒ 우먼타임스
[최희영 기자]사라진 여자들을 위한 추모 웹사이트(www.sarajinwomen.org)가 개설됐다. 이 사이버공간에는 사라진 여성들을 추모하고 진혼하는 드로잉, 사진, 일러스트,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시각이미지가 가득하다. 문화예술의 따뜻한 ‘입김’을 불어넣어 ‘사라진 여자들’을 되살리고 있는 것.

사라진 여자들은 누구인가.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이혼을 한 후 혼자 살고 싶다는 의미로 자살을 택했지만 세상사람들로부터 ‘열녀’라고 추앙 받는 조선시대 여성 향랑이 그 주인공이다. 고무신에 내려앉은 작은 날개의 나비 그림이 향랑의 갇힌 삶을 은유한다.

‘광야의 5인’도 있다. 김마리아, 조신성, 안경신, 고대수, 남자현 등 조선 말 개화사상을 전파하고 폭탄을 안고 항일투쟁을 했던 여성들의 강렬한 눈빛을 담은 그림 속에서 핏빛 역사의 이면을 돌아보게 된다. 일제식민지에서 여성노동자들의 사람답게 살 권리를 외쳤던 강주릉 열사의 당당한 모습을 담은 ‘밧줄타고 일어서’도 오랫동안 눈길을 붙잡는다.

과거는 현재로 이어진다. 뇌성마비 1급 중증 장애인으로서 ‘생존권 쟁취와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요구하며 단식을 하다가 음독자살을 한 최옥란 열사의 삶을 꽃에 비유한 ‘벽 앞의 웃음’, 군산과 하월곡동에서 화재로 목숨을 잃은 성매매 여성들을 잿빛 혼으로 형상화한 ‘꽃 같은 내 딸아’ 등의 작품들이 가슴 저린 현실을 되새기게 한다.

가볍고 경쾌하면서도, 긴 여운을 지닌 플래시애니메이션도 있다. 영화제목을 패러디한 ‘건방진 금자씨’는 여성들이 친절하게 살 수 없게 만드는 현실을 풍자한다. ‘보여지고, 사용되는’ 수동적 삶을 여성들에게 강요하는 사회를 꼬집는 ‘봉인된 여자’도 마음속에 깊은 잔상을 남긴다.

사이버공간에서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진 여성들을 추모하고 부활시키고 있는 ‘입김’은 회화, 애니메이션, 멀티미디어, 디자인, 아트디렉터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여성미술가들이 모인 그룹이다. 정정엽, 류준화, 윤희수, 재미란, 곽은숙, 김명진, 하인선, 우신희 등이 참여해 정기적인 연구모임과 기획그룹전 등을 펼쳐왔다.

‘입김’은 ‘사라진 여자들’ 프로젝트에 대해 “살해당한 여자들, 사회적으로 매장당한 여자들, 역사 속에서 묻혀진 여자들을 찾아내는 과정은 존재조차 희미한 여성의 존재를 의미화하는 작업으로 발전될 것”이라고 자평하면서 “이러한 프로젝트가 여성단체와 여성예술인과의 연대로 확산되어 여자들의 사라짐에 대한 의미를 되살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일정 짧아도 '그녀들의 추억' 가슴에 '쏘옥'
여성인물 시간여행 다녀온 김하얀 여성역사기행 단장


전국여대생대표자협의회가 주최한 제2회 여성역사기행 3박4일의 일정이 모두 끝났다. 3박4일이라는 시간이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닌가 보다. 며칠이 지났지만 그녀들을 추억하며 내 삶을 되돌아보는 버릇이 생긴 것을 보면 말이다.

우리는 여성으로서 여성의 역사를 만들고 살아간 그녀들을 만났고, 그 속에서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나와 우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역사 속을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됐다. 이제는 새로운 오늘과 내일을 써야 할 때. 그러한 힘과 자신이 우리에게 남았다.

▲7월 10일 마음 트고 마주보기
여성역사기행의 첫 날답게 모두들 설레었다. 같은 옷을 입고 함께 모자를 쓰고 우리는 하나가 되어 대방동에 있는 여성사박물관으로 향했다. 단편영화와 특별 전시물, 나혜석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었다.

여성이었기에, 조선에서 태어났기에, 시대를 앞서갔기에 불행한 삶을 살아야만 했던 나혜석! 현모양처가 여성의 모범상으로 굳어버린 조선에서 자기의 예술을 추구하다가 이혼을 당하는 모습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의 모습과 큰 차이가 없음을 보고 가슴이 아파 왔다.

즐겁기만 했던 대원들은 ‘이 시대를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새로운 과제 하나씩을 가슴에 품고 하루를 마감할 수 있었다.

▲7월 11일 상처, 껴안음, 희망
지울 수 있는 역사가 있다면 지워버렸을 아픈 역사를 마주하는 아침이었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님들이 계신 나눔의 집으로 향했다.

전시관 안에는 당시 ‘위안소’의 모습을 재현해놓았는데, 그곳에 들어간 대원들의 얼굴에는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전시관에서 나와 역사 속에 살아 있는 그녀와 마주할 수 있었다.

할머님의 당시 이야기와 학생들에게 하시는 당부 말씀에 뜨거운 눈물로밖에 대답할 수 없었다. 아침부터 내리는 비는 우리의 마음을 안 걸까. 새로운 숙제 하나를 더한 우리는 강원도 원주에 있는 박경리 토지 문학공원으로 향했다.

그녀의 노력과 집념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공원에서 우리는, 역사를 움직이는 희망이 있음을 안도했다. 숙소에 도착해서는 ‘자아성장 미술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안의 상처를 바로 보고 치유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상처가 치유되듯, 할머님들의 진정한 치유는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며.

▲7월 12일 흩어진 기억, 여기 다시 모이다
시대를 앞선다는 것은 아픔일까? 아니면 축복일까? 벌써 3일째, 허난설헌 생가를 방문했다. 글과 그림에 소질이 남달랐던 그녀는 남편과 시어머니의 미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자유롭기를 꿈꾸던 그녀에게 안채는 너무나 답답한 공간이었다.

그 답답함이 그의 숨통을 죄여 일찍 눈감게 했을까. 그 아픔이 있었기에 우리는 그녀를 만나고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기에 그녀의 삶은 축복일까, 아니면 아픔일까. 우리 모두는 그녀를 추억하며 백일장을 열었다. 우리 모두가 난설헌이 되어.

여성으로 산다는 자신감과 자유를 경포대 해수욕장에서 마음껏 발휘했다. 밀려오는 파도가 시련이라면, 그 시련에 당당히 맞서겠다는 다짐이라도 하듯, 푸른 바다 위에서 우리는 정말이지 즐거웠다.

▲7월 13일 미래를 향해 쏘다
아침부터 분주하다. 우리가 주최하는 665차 수요집회가 있는 날. 선전물을 만들고, 발언을 준비하고, 율동을 연습하고. 다시 어딘가로 향한다는 설렘이 있었다.

도착한 일본 대사관 앞. 할머님들은 우리보다 먼저 와 계셨고 따뜻하게 우리를 맞아주셨다. 이야기로만 듣던 수요집회를 직접 만들고 있는 우리들의 표정에는 비장함이 역력하다.

우리의 각오를 아셨던지 할머님의 갑작스런 발언이 있었고,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한 당부가 있었다. 눈시울이 붉어지고 심장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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