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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버린자산운용이 SK㈜ 주식 전량을 매각할 것으로 전해짐에 따라 소버린은 약 1조원 가량의 차익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해 3월 개최된 SK㈜ 주총 모습.
ⓒ 이승훈

지난 2년여 간 이어온 소버린 사태가 결국 ‘소버린만의 잔치’로 막을 내리게 됐다. 소버린자산운용이 SK㈜ 주식 전량을 매각할 것으로 전해짐에 따라 소버린은 약 1조원 가량의 차익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분 14.82% 전량 매각... 1조 차익 챙겨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소버린자산운용은 지난 15일 장외거래를 통해 해외펀드와 SK㈜ 지분 14.82% 전량에 대한 매매협상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매매가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소버린은 전날 UBS증권 창구를 통해 SK㈜ 주식 1902만8000주(14.82%) 전량을 당일 종가 5만2700원에 넘기기로 했다. 지분을 사들이기로 한 곳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국과 홍콩의 펀드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소버린측의 국내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 "소버린으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SK㈜ 관계자는 "이번 매각과 관련 SK㈜에서 사들인 물량은 전혀 없다"며 "소버린이 지난달 20일 투자목적을 단순 투자로 바꾸고 난 뒤 차익실현을 위해 매각 대상을 물색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매각되는 주식은 모두 1902만8000주다. 소버린은 2003년 4월3일 SK㈜ 지분 8.6%를 사들인 이후 계속 지분을 확대, 보유지분을 14.8%까지 끌어올렸다. 여기에 투자한 금액은 모두 1768억원으로 만일 매각이 최종적으로 이뤄질 경우 7월15일 종가 5만2700원을 감안하면 1조원대의 차익을 거두게 된다.

두차례 경영권다툼 패배... 투자목적 변경 지분매각 시사

소버린이 처음 국내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2003년 4월. 당시 소버린은 SK㈜ 지분 8.6%를 사들인 뒤 계속 지분을 확대 2대 주주까지 올라섰다. 이후 기업지배 개선을 줄기차게 명분으로 내세우며 SK㈜를 압박해 왔다.

소버린은 지난해와 올해 3월 두차례의 정기주총에서 표대결을 벌이면서 SK㈜의 경영권에 강한 집착을 보여왔다. 부당 내부거래와 분식회계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최태원 SK㈜ 회장에게 이사직 사퇴를 요구하면서 경영권 다툼을 해왔다.

그러나 두 차례에 걸친 주총에서 잇따라 패배한 뒤 지난달 20일에는 SK㈜의 경영 불참을 공식 선언했다. 당시 공시를 통해 투자목적을 `경영참여`에서 `단순투자`로 돌연 변경해 지분 매각 가능성이 강하게 점쳐졌다.

지배구조 개선은 허울... 결국 소버린만의 잔치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소버린만의 잔치'로 막을 내렸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 했다.

이들은 소버린의 등장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재벌기업의 취약한 경영권을 얼마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지가 드러난 것은 사실이지만 소버린이 애초 지분참여 명분으로 내세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전 기업으로 확산되지 못했다는 점을 바로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됐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외국인들이 지배구조가 취약한 재벌의 계열사 지분을 사들여 경영간섭에 나설 경우 재벌 입장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심어준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이 같은 문제의식이 전 기업으로 확대되지 못함에 따라 이번 사태는 결국 1조원의 차익을 챙긴 소버린만의 잔치로 끝난 셈“이라고 밝혔다.

실제 소버린 사태 이후 국내 대기업의 지배구조가 개선됐는지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38개 기업집단 총수는 평균 9.13%의 소유지분으로 40.33%의 의결권을 행사, 의결권 승수가 평균 6.78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소유지분보다 6배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홍성국 부장은 “여기에서 알 수 있듯 국내 대기업들은 아직도 적은 소유지분으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벌 반대 세력에게 개혁 후퇴 명분 제공"

또 재벌 개혁을 반대하는 세력에게 개혁 후퇴에 대한 명분을 제공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기업 인수·합병 전문가인 양기석 신한금융지주 신한프라이빗에쿼티 전무는 "재벌 개혁에 반대하는 재계 일부에서는 소버린의 행동에서 오히려 힘을 얻고 있다"며 "이들은 소버린 사태를 계기로 공정거래법 개정을 요구하는 등 재벌 개혁 후퇴를 위한 명분을 쌓고 있다"고 밝혔다.

양 전무는 "소버린은 단지 자기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펀드일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며 "그들이 내세우는 지배구조 개선은 다만 그 이익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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