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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에서 성공하려면 촌스러운 이름의 여주인공들을 타이틀에 내세우라는 이야기가 농담만은 아닌 듯싶다. 금순이나 삼순이, 더미처럼 이름은 촌스럽지만 그 적극적인 삶의 자세는 절대 촌스럽지 않은 멋진 여주인공들이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으니 말이다.

6월 안방극장의 기상도는 새로운 화제작들의 약진으로 정의내려진다. 지난 달 말 기존 인기작들의 대거 종영으로 인하 춘추전국시대를 예고했던 드라마 시장을 평정한 새 작품들은 <내 이름은 김삼순> <굳세어라 금순아> <패션 70s> 등이다. 전반적으로 생활력 강하고 현실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극을 이끌어나가는 것이 공통점이다.

기존의 작품들 중에서는 장기 집권중인 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 정도만이 꾸준히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가운데,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보이는 주말시장에서는 <슬픔이여 안녕> <그 여름의 태풍> <온리 유> 등이 새롭게 선보이며 주목을 받고 있다.

드라마 왕국, 부활하고 있는가

▲ MBC 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
ⓒ imbc
금순이와 삼순이의 쌍두 마차가 MBC를 오랜 부진에서 끌어올렸다. 지난 2월에 첫 방영을 시작한 <굳세어라 금순아>는 KBS의 <어여쁜 당신>을 제치고 일일극 시장에서의 우위를 되찾았고, 3주차를 넘긴 <내 이름은 김삼순>은 단기간에 시청률 30%를 돌파하며 일약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일일극(평일 오후 8시대)과 수목극(오후 10시대)은 브라운관의 황금시장으로 꼽힌다.지난 반년 가까이 KBS의 <금쪽같은 내새끼>와 <해신>의 아성에 눌려 부진했던 것을 감안했을 때, MBC로서는 각별한 의미가 있는 승리다.

반면 KBS와 SBS는 최근 <토지> <해신> <부모님 전상서> <불량주부> <그린로즈> 등 드라마 시장을 주도하던 화제작들이 비슷한 시기에 잇달아 종영하며 기세가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작년 가을 이후부터 절대강자로 군림해왔던 KBS의 경우, 월화극 <러브홀릭>과 수목극 <부활>이 신통한 반응을 끌지 못하고 있고, 일일극 <어여쁜 당신>은 어느 정도 고정 시청층이 있지만, <굳세어라 금순아>에 비하면 시종일관 밀려 있는 상황이다. 주말에서만 <불멸의 이순신>이 25%대의 꾸준한 시청률로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새롭게 선보이는 주말극 <슬픔이여 안녕>이 <부모님 전상서>의 후광을 입고 인기몰이를 할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SBS는 <불량주부>를 이어받은 <패션 70s>의 선전으로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복고적인 느낌의 70년대와 현대적인 느낌의 패션이라는 독특한 조합에서 보듯이, <패션>은 요즘 드라마의 추세가 되고 있는 또 하나의 퓨전 시대극이다.

문제는 이 작품을 제외하면 선뜻 눈에 띄는 작품이 없다는 것. 라이벌 작품들에 비하여 스타트가 한주 늦었던 수목극 <돌아온 싱글>의 초반 반응이 냉랭한 가운데, SBS 역시 새롭게 선보이는 두 편의 주말극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 여름의 태풍>과 <온리 유>는 정다빈, 한예슬, 한채영 등 젊은 세대에게 인지도 높은 여배우들의 캐스팅이 돋보이는 트렌디 드라마. 전통적으로 주말극 시장은 홈 드라마나 <제5공화국> <불멸의 이순신>같은 시대극이 주류를 이루는 것이 보통이다. 이 가운데서 발랄하고 화려한 화면과 젊은 청춘스타들을 내세운 트렌디 드라마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지만, 문제는 젊은 배우들의 부족한 연기력이나 익숙한 드라마 전개가 모두 너무 구태의연하다는 게 흠.

MBC 역시 현재 <금순>과 <삼순>의 선전으로 주도권을 잡긴 했지만, 이 두 작품을 빼고 나머지 작품들이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 최근 드라마들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소수의 인기작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작품들은 모두 시청률 10%를 확보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캐스팅과 제작과정의 우여곡절로, <떨리는 가슴> <환생-넥스트>같은 땜질용 작품들이 급조되고 있는데다, <제5공화국>처럼 인지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시청률이 높게 나오지 않다는 것이 MBC의 계속되는 고민거리다.

역경을 이겨나가는 긍정적인 캐릭터의 힘

▲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의 현진헌 역의 현빈씨(왼쪽)와 김삼순 역의 김선아씨.
ⓒ MBC 제공
인기 드라마의 캐릭터는 시대의 트렌드를 담아낸다. 금순이와 삼순이, 더미 등 촌스러운 이름을 지닌 여성 캐릭터들의 득세는 이름만큼이나 생활력 있고 억척스러우며 현실적인 여성상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물론 드라마 특성상 때로는 희생하는 여성상을 미화하거나, 잘나가는 (재벌 2세)남성을 만나는 것으로 일상이 변화되는 식의 전형성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최근 여주인공들은 <파리의 연인>류의 트렌디 드라마 여주인공처럼 수동적으로 남자의 처분에 순응하는 존재들은 아니다.

대개 미용사나 파티셔, 디자이너 등과 같이 능력 있는 전문직 여성들로 그려지는 이 극중 인물들은 가난하고 미천한 신분의 제약이 있지만, 주어진 역경에 맞서서 씩씩하고 능동적인 자세로 대처해나가는 강인함을 보여준다.

그녀들은 눈앞의 현실보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꾼다. 그러기 위해서 주어진 현실을 부정하거나 외면하지 않는다. 예쁜 척하고 뒤로 물러나있기보다 망가질 망정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달려들고, 바람만 불면 날아갈 것같은 청순가련형의 공주가 아니라 안되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늘어지는 강인한 생명력과 긍정적인 사고가 이 여성들의 진정한 매력으로 그려진다.

드라마는 예쁜 여배우들을 굳이 '안 예쁜 것처럼' 시청자들을 세뇌시키려고 노력한다. 도시적인 외모의 한혜진에게 드라마 초반 촌스러운 뽀글이 파마를 시켰던 것이나, 원래 글래머러스하던 김선아에게 6kg의 체중을 추가시켰던 것처럼, 잘나가는 주인공들에게 고의적으로 딜레마를 안겨주면서 이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에게는 대리만족의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조연급의 한혜진을 스타로 부각시킨 <금순>이나 모처럼 브라운관에 복귀한 이요원(패션70s), 김선아(삼순)처럼 여성 스타들의 파워가 돋보이는 것이 최근 화제작들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한때 스크린과 브라운관이 확연히 구분되던 시절에서 최근에는 이영애(대장금)와 김정은(파리의 연인), 심혜진(안녕 프란체스카) 등의 성공 이후 드라마와 영화의 영역을 가리지 않는 상호보완적인 활동이 일반화되었다. 앞으로도 이처럼 검증된 스타들의 브라운관 복귀는 하나의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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