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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타임스> 인터넷판 17일자에 보도된 관련 기사
ⓒ The Times 홈페이지

프랑스 언론에 이어 영국의 유력일간지들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스키장 전세를 주요 기사로 잇달아 보도하면서 이 사건이 글로벌 기업 삼성의 이미지에 상처를 주고 있다.

<더 타임스>는 17일자에 실린 프랑스 현지 특파원 발 기사에서 이건희 회장의 스키장 전세와 관련해 스키장 운영자와 현지 주민의 반응을 상세하게 다루었다.

스키장 실무자인 끌로드 포레는 인터뷰에서 "삼성 측의 요청이 전례가 없고 유별나 망설이기는 했다"면서도 "이건희 회장이 스키를 탔다는 소문이 퍼지면 한국인들을 끌어들이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슬로프를 전세 내주기로 결정했다"고 배경을 전했다.

포레는 특히 현지 언론의 비판적 보도에 "우리 스키장은 남아시아 고객들에 관심이 많으며 삼성 이건회 회장 같은 주요인사가 스키장을 홍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삼성 측은 3주간 스키장을 전세내는 데 하루 2700유로씩 총 5만6700유로를 내기로 했다는 것. 삼성 측은 피크 시간대인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슬로프를 사용하기로 했으며, 이건희 회장은 리프트 대신 경광등을 부착한 스노우모빌의 호위를 받으며 슬로프에 올라갈 계획이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시내에서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장 자끄 베트랭은 "이런 줏대 없는 행동은 우스꽝스럽고 적절하지도 않다. 그 동안에 VIP, 아랍의 부호, 왕자, 기업체 사장 등 온갖 인사들이 이 곳을 찾았지만 이렇게 눈에 띄는 행동을 한 사람은 없었기에 더 충격적이다"고 말했다.

타임스가 접촉한 삼성 현지법인의 한 직원은 "이 회장 덕에 한국인 스키어들이 몰려온다면 루이뷔똥 매장 앞에 줄지어 선 한국인의 모습을 보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것 아니냐"고 촌평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앞서 프랑스 현지 일간지 <르 도핀 리베르>는 "프랑스 사상 처음으로 스키장이 유력인사를 위해 슬로프를 내주는 일이 벌어졌다"며 이번 사건에 비판적인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한편 영국의 대중지 <메가스타>는 "이번 사건의 압권은 삼성이 스키강사 섭외를 부탁하면서 '너무 어리거나 나이 들지 않았고' 또 '지나치게 촌스러운' 사람은 피해달라고 주문한 것"이라며 삼성 측의 해괴한 요청을 조롱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데일리 텔레그라프>, <인디펜던트>, <스콧츠 맨> 등 영국의 유력일간지 다수가 삼성의 스키장 전세 사건을 주요 기사로 보도했다.


*아래는 기사 전문번역

혼자서 스키 즐기려고 슬로프 전세 낸 삼성 회장

슬로프 빈 자리를 차지하려 다투고 리프트 타려고 줄을 서다 지친 알프스의 스키어들은 오늘 쿠르셔벨에서 휴가를 시작하는 삼성전자의 이건희 회장을 선망할지 모른다.

프랑스 사상 유례 없는 이 거래에서 한국의 이 백만장자는 전력으로 직활강하는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스키지도를 받을 수 있도록 유명한 투루아 발레 지역의 3개 활강코스를 전세 낼 돈을 지급했다.

세심하게 선발된 강사들에게서 이 회장이 터닝기법을 배우는 동안 스키장을 찾은 능숙치 못한 일반 초보 스키어들을 차단하기 위해 시간당 1천 파운드의 비용을 들여 담장을 치는 것이다. 하지만 이회장은 사람들이 차단막 뒤에서 그가 스키를 타는 훌륭한 모습을 지켜 볼 수도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 회장은 다른 스키어들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고 싶었을 뿐 아니라 일반인이 이용하는 스키리프트 역시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회장은 스노우 모빌 여러대를 이용해 스키장에 오르며, 숙소인 안나푸르나 호텔을 오고 가는 동안에 경광등이 부착된 시영(市營) 스노우모빌의 경호를 받을 예정이다.

이 회장의 수행단은 프랑스 스키학교 소속 강사들에게 엄격한 선발요건을 제시했는데 이들이 "너무 젊지도 너무 늙지도 않아야 하고, 현지인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촌스럽지도 않아야 하며, 완벽한 영어를 구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 곳 리조트를 찾는 이용객들이 자신들 역시 별 볼일 없는 서민들이라고는 할 수 없는데도 슬로프에서 이들을 몰아낸 이 부자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자, 세계 최대의 스키장을 운영하는 S3V 측은 다소 방어적 입장을 취했다. S3V의 끌로드 포레 국장은 사실 삼성 측의 "다소 유별난 요구 조건"에 합의하기 전에 주저했다고 말했다.

포레 국장은 "이 회장은 넘어져서 부딪치는 것"을 염려했으며 "경사도 12% 미만의 활강코스를 사용해만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례가 없던 상황이다 보니 우리는 연이어 사용할 수 있는 3개의 슬로프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해법을 찾게 됐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포레 국장은 이 회장이 여기서 휴가를 보내면 이 지역에 한국인 이용객들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했다고 덧붙였다.

쿠르셔벨시의 길버트 블랑-뗄뢰르 시장은 시청 자문위원회가 지역 내 스키장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확답한 뒤 하루 3시간 동안 활강코스를 임대하는 것을 이미 승인했다고 말했다. 과거 슬로프는 경기 또는 다른 목적으로 종종 폐쇄된 적이 있다.

모든 시민들이 이런 조치에 수긍한 것은 아니었다.

시내에서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장 자끄 베트랭은 "이런 줏대없는 행동은 우스꽝스럽고 적절하지도 않다. VIP, 아랍의 부호, 왕자, 기업체 사장등 온갖 인사들이 이 곳을 찾지만 그동안 이렇게 눈에 띄는 행동을 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만일 삼성 회장이 슬로프를 전세 내고 싶으면 미국에 보내 거기서 그렇게 하면 되지 않나. 그 곳에는 개인용 리조트들이 많으니까."

익명을 요구한 파리 주재 삼성 직원은 이건희 회장은 한국에서 비교적 검소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가 스키를 타기 위해 슬로프를 전세 내려고까지 한 것에는 놀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일로 한국인들이 프랑스 스키장에 몰려든다면 나쁠게 무엇인가? 루이 뷔똥 매장 앞에 길게 늘어선 한국인의 모습을 보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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