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민예총 문예아카데미와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의 공동기획으로 '나르시스의 꿈을 넘어서 - 탈식민주의와 시민적 주체성의 진보'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오는 29일(토) 오후 3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서울 정동 배재빌딩 B동 1층)에서 열린다.

이 토론회는 <교수신문> 지면에서 진행되었던 김상봉(문예아카데미) 교수와 장은주(영산대) 교수의 논쟁이 계기가 되었다.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서평으로 소문난' <본격서평> 난에 장은주 교수가 김상봉 교수의 <나르시스의 꿈>을 '뒤집힌 나르시시즘'이라고 평하면서 시작되었다(www.kyosu.net '서양 철학에 대한 정신분석…뒤집힌 나르시시즘이 아닐까' 2004년 9월 11일 게재).

이에 대해 김상봉 교수는 '우리에게는 거울 자체가 없지 않은가'(9월 29일 게재)라는 글로 장은주 교수의 서평에 답하며, 반론에 재반론을 거듭하다 각각 세 번째 반론까지 뜨겁게 이어졌다.

서양정신은 본원적 함정 때문에 홀로주체성에서 벗어날 수 없는가?

장 교수와 김 교수의 본격적인 논쟁은 서양정신을 과연 나르시시즘으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논쟁 초반 생산적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다가, 논쟁이 본격적으로 논점을 찾은 것은 장 교수의 세 번째 글 '편헙함을 인정할 줄 아는 진짜 서양을 보라'에서부터다.

장 교수는 홀로주체성에서 서로주체성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김 교수의 주장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서양정신 속에 있다고 주장한다. 즉 이미 헤겔 철학 안에 그 단서가 있다는 것.

'의식철학'의 패러다임을 '의사소통' 또는 '상호주체성'의 패러다임으로 대체하려는 하버마스의 시도나, 다름 아니라 무엇보다도 바로 서로 이질적인 정신과 문화의 평화로운 공존의 가능성이라는 문제 앞에서 '상호 인정'과 같은 새로운 규범적 개념을 가다듬고 있는 악셀 호네트나 찰스 테일러의 새로운 시도들은 헤겔이 특히 초기 저작들에서 발전시킨 실마리들에 기대고 있다.(www.kyosu.net 10월 22일 게재)

그러나 '철저한 자기상실이 서양정신에 없는 우리의 미덕'이라는 세 번째 반론에서 김 교수는 이러한 장 교수의 주장에 매우 회의적인 견해를 보인다. "동일한 정신 속에서 벌어지는 내재적 대립을 지양하는" 헤겔에게는 타자를 진정 이해하고 서로주체성이 자리할 곳이 없다는 주장 즉, 헤겔 철학에서는 자기상실을 통해 타자로 넘어가는 과정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장 교수가 언급한 하버마스와 데리다의 9·11테러에 관한 공동의 철학적 기획 역시 서양정신이 보여줄 수 있는 충정의 발로라는 것 역시 인정한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모든 충정에도 불구하고 두 철학자의 공동기획에서 서양정신의 미덕을 보는 만큼 또한 한계를 본다. 데리다는 미국과 이슬람에 대해 유럽의 정신적 전통을 옹호하면서 '다른 곶 또는 타자의 곶'을 향해 열린 유럽을 추구한다… 그러나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물으면 그는 놀랍게도 다시 칸트의 영구평화론으로 도피한다. 가련하게도 그는 타인과의 만남을 동경하지만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www.kyosu.net 10월 31일 게재)

장 교수와 김 교수의 논점은 ▲ 서양정신을 나르시시즘으로 볼 수 있는지 ▲ 과연 서양정신이 어떤 본원적 함정 때문에 홀로주체성을 벗어날 수 없는지 ▲ 구체적으로 데리다 등 현대철학자들에게서 진정한 만남의 성숙한 차원을 볼 수 있는지 ▲ 서양철학의 종착지이자 현대철학의 진원인 헤겔 철학 속에서 서로주체성은 본원적으로 불가능한지 등이다.

얼핏 보면 현학적 논쟁으로 보이는 이 문제들은 사실 우리의 자유와 진보 등과 관계가 매우 깊다. 매우 깊은 정도가 아니라 사실 문제의 본질이 숨어 있기도 하다.

여기 논의되는 주체성 문제는 자유와 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주체성의 핵심개념은 자유"이며, "주체성의 본질이 자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양정신이 가장 빛나는 지점도 자유"이며, 또한 "한계를 보여주는 지점도 자유"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체성에 대한 이 논쟁은 ▲ 서양의 자유 외에 어떤 자유가 가능한지 ▲ 우리 나름의 새로운 자유의 개념이 가능한지 ▲ 어떻게 세계시민적 주체성에 걸맞은 자유의 개념을 모색할지에 대한 문제가 포함된다. 이로써 '탈식민주의와 시민적 주체성의 진보'라는 토론회 주제가 나온 것이다.

이번 토론회는 홍윤기(동국대, <시민과 세계> 공동편집인) 교수가 사회를, 이병천(강원대, <시민과 세계> 공동편집인) 교수가 배경설명을 한다. 발제를 맡은 김상봉 교수는 이번 토론회를 위해 '나르시스의 꿈'에서 제기한 문제들을 좀 더 체계적으로 새롭게 다듬었다고 한다.

그리고 토론회에 참가하는 논평자는 서양철학 쪽에서 김선욱(숭실대), 박구용(전남대), 장은주(영산대) 교수가 참여하고, 동양철학 쪽에서는 김세서리아(성균관대), 정세근(충북대) 교수가 참여한다. 각각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에서 보는 입장을 개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최현덕 독일 < Korea Forum > 편집장은 유럽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의 입장을 개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토론회는 탈식민주의와 시민적 주체성의 진보에 대한 메아리 없는 단발성 문제제기가 아니라, 토론을 통해 생산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해 볼 만하다. 또한 이러한 토론이 한 번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주체적인 화두들을 다루는 토론회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하며, 주체적 학문과 그 실천을 꿈꾸는 이들의 참여를 권한다.

<나르시스의 꿈>은 어떤 책?

<교수신문>에서 논쟁이 된 책, <나르시스의 꿈>(김상봉 지음. 2002년 1월 20일 출간. 한길사)은 서양정신을 자신의 아름다움에 도취해 타자적 정신 속에 자신을 버리지 못하는 정신으로 분석한다.

따라서 서양정신은 자기를 위해 타자를 소모할 뿐 어떤 경우에도 타자를 위해 자기를 포기하지 않으며, 그렇게 자기상실의 경험이 없는 서양정신은 결국 타자를 알지 못한다고 통렬하게 비판한다.

이 책은 또 타자를 허용하지 않는 서양의 자족적·절대적 주체를 ‘홀로주체’라고 비판하며, 우리가 지향해야 할 주체는 자기상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서로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출간시 ‘자생이론에 목말라 있는’ 언론과 독자들의 주목을 받은 책이기도 하다.

서평 - 서양철학, 너 오늘 잘 만났다 (서상일 기자)

서평 - 상실은 일어서기 위한 준비입니다 (하승우 기자) / 서상일

덧붙이는 글 | 문의전화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02) 3790-7500


나르시스의 꿈 - 서양정신의 극복을 위한 연습

김상봉 지음, 한길사(2002)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 9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2002년, 오마이뉴스 2.22상 수상 2003~2004년, 클럽기자 활동 2008~2016년 3월, 출판 편집자. 2017년 5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자유기고가. tmfprlansghk@hanmail.net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