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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솔희양
ⓒ 김태훈
어제(28일)는 귀한 손님이 제 직장을 찾았습니다. 14세 중학교 2학년의 소녀 만화가 임솔희양이 그 주인공입니다. 솔희양은 지난 6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가 마련한 자그마한 이벤트 '나의 웹툰 자랑하기'에 참가해 대학생 언니 오빠들을 상당수 물리치고 당당하게 우수상을 차지했습니다. 부상으로 꿈에 그리던 '디카'도 받게 됐고요.

솔희양은 이벤트 기간 내내 주최측의 화젯거리였습니다. 먼저 중학생이라는 '어린 나이'가 눈에 띄었구요, '거스름돈', '미안해, 미꾸라지야' 등과 같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아기자기한 이야기 또한 주목을 끌었답니다.

심사위원은 아니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 솔희양 만화의 강점은 '나이에 걸맞은 솔직함'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특히 여러 작품 중 추어탕집에서 미꾸라지 한 마리를 '슬쩍'한 동생, 그것을 무려 다섯달 동안이나 보살핀 아빠에 관한 이야기 '미안해, 미꾸라지야'는 신선하기도 했고, 생각할 거리도 많이 주었답니다.

▲ 미안해, 미꾸라지야
ⓒ 김태훈

이러다보니 과연 임솔희가 어떤 인물일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수상자들은 상을 택배로 보내주고(사실 최우수, 장려상 수상자는 워낙 먼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서 엄두를 못냈습니다), 일산에 사는 솔희양은 직접 만나보고 싶은 욕심에 굳이 진흥원으로 불러냈습니다.

① 영락없는 중학생 소녀

막상 만나고 보니 영락없는 중학생이었습니다. 짧게 자른 단발에 군데군데 핀 여드름, 아담한 키에 수줍은 낯가림은 이 땅의 중학생에게서 보편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이었죠. 만화를 봤을 때는 마냥 발랄하고 자신만만한 성격일 줄 알았는데, 막상 대면하고 보니 어찌나 쑥스러워하던지. 솔희양도 그 순간에는 아마 속으로 엄청나게 복잡했을 겁니다.

② 만화와의 만남

솔희양은 초등학교 저학년, 그러니까 2, 3학년 때부터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답니다. 처음엔 스토리가 있는 만화가 아니라 자기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었다네요. 현재 자기 캐릭터로 사용하고 있는 '초록잎사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완성된 것이랍니다. 처음에는 환경을 지키는 요정 정도로 설정했는데, 막상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니 환경보다는 생활 에피소드 중심으로 정착하게 됐답니다.

③ 용돈은 직접 벌어요

솔희양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전국만화공모전 초등부에 입상한 이후 서울시, 국세청, 고양시 등에서 개최한 각종 미술 및 만화그리기 대회에서 눈부신 수상경력을 쌓았습니다. 이러한 수상경력이 계기가 돼 초등학교 6학년부터 신문에 연재를 해오고 있습니다. 현재 솔희양은 '어린이경제신문'에 '임솔희의 초록잎사귀'라는 제목으로 만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상금과 원고료 등으로 자기 용돈은 스스로 벌고 있답니다. 그리고 꼬박꼬박 저축하는 것도 잊지 않아 현재 약 300만원에 가까운 재력을 자랑하고 있답니다. 지난 겨울에는 이렇게 모은 용돈으로 캐나다 연수까지 다녀왔다고 하네요.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④ 작업은 주로 일요일 오전에

▲ 초록잎사귀 캐릭터
ⓒ 김태훈
작업은 주로 일요일 오전에 마무리된다고 합니다. 스토리 구상이 가장 어려운 부분인데,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떠오르지 않으면 남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하고, 라디오와 소설책을 찾기도 한답니다. 일단 스토리 구상이 완성되면, 그다음부터는 일사천리로 작업이 진행됩니다.

먼저 스토리를 구성한 뒤, 연필로 스케치하고, 그것을 엄마와 남동생에게 먼저 보여줍니다. 일종의 초고지요. 엄마와 남동생의 입에서 '재미있다'는 합격통지가 날아오면 본격적으로 펜선 그리기에 돌입합니다.

굵은 선은 주로 컴퓨터사인펜(답안지용 사인펜)으로 그리고, 가는 선은 로트링펜(제도용잉크펜)으로 처리한답니다. 펜선 그리기가 끝나면 이를 스캐닝해서 포토샵에 띄우고, 마지막으로 이를 채색하면 작품이 완성됩니다.

연필스케치부터 포토샵 채색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너덧 시간 정도. 이렇게 그려서 발표한 작품이 지금까지 약 100편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만하면 소녀 만화가라는 별칭이 아깝지 않겠죠?

▲ 초록잎사귀 가족(좌로 아빠, 동생, 나, 하늘이, 엄마)
ⓒ 김태훈

⑤ 미야자키 하야오가 좋아요

좋아하는 작가로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를 가장 우선으로 꼽았습니다. 2002년도에 상영됐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하네요. 그리고 일본 애니메이션인 <슬레이어즈>(우리나라에선 <마법소녀 리나>로 번역됐죠)를 재미있게 봤다고 합니다.

국내 작가로는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순정만화>의 강풀과 <폐인가족>의 김풍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솔희양도 나중에 인터넷 만화가로 유명해지고도 싶고, 또 미야자키 감독 같이 좋은 애니메이션 작품도 만들고 싶답니다.

⑥ 학교 신문만화는 모두 내 차지

솔희양은 자랑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신문에 연재한다는 사실을 가까운 친구 말고는 잘 모른다고 합니다. 그런데 올해 초엔 담임선생님이 그 사실을 알아차리는 바람에 학교신문에서 만화 그릴 일이 생기면 모조리 솔희양 차지가 된답니다. 이름이 알려져서 좋은 점도 있지만, 본의 아니게 일거리가 많아졌다네요.

▲ 캐나다연수기 스케치북
ⓒ 김태훈
⑦ 부모님이 든든한 후원자

일산의 교육열이 서울 강남 못지 않다는 사실은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압니다. 특히 일산은 비평준화 지역이기 때문에 중학교 때부터 대다수 학생들이 방학 중에 종합반을 수강하고 있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주말마다 만화 그리는 딸을 예뻐할 부모는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솔희네 부모님은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계시답니다. 이번 이벤트를 먼저 알아내 솔희양에게 귀띔해준 사람도 엄마고, 아빠 또한 작품 평가에 적극적이시라네요. 솔희양은 부족한 과목에 대해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단과반에 나가는 것으로 학업을 보충하고 있습니다.

⑧ 새로운 작품 준비 중

솔희양은 신문연재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작품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2년 전 다녀온 캐나다 연수 내용을 만화로 꾸미는 것입니다. 현재 캐나다 연수 당시 에피소드를 담은 네 권의 스케치북을 토대로 구체적인 작품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예쁘게 책으로 묶인 '초록잎사귀의 캐나다 연수기'를 만날 수 있겠죠?

솔희양이 앞으로 펼쳐갈 미래가 사뭇 궁금해집니다. 힘내라 초록잎사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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