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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부터 불법, 비리백화점 한국디지털미디어고

사학비리사건으로는 드물게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전 이사장 이민상씨가 설립자인 학교법인 한솔학원은 2000년에 법인 설립 인가를 받고, 경기도 안산 소재 한국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를 개교하였다. 이 학교법인은 설립인가부터 시작해서 모든 과정이 불법적으로 운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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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사무국장은 건물임대차계약서와 교육용기본재산(학교부지)의 일부를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확보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2000년 7월 법인 설립허가를 받았다.

또한 학교를 설립할 때까지 필요한 수익용 기본재산을 확보하지 못해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현금으로 대체하라는 요구를 받자 사채업자에게 차용한 돈을 은행에 예치해 잔액증명서를 발급받고 다음날 사채업자가 인출하는 수법으로 설립인가를 받았다. 동해대 설립과정에서의 '돈 넣었다 빼기식' 방법이 똑같이 재연된 것이다.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일은 개교 때부터 교사자격증이 없는 무자격자를 학교장으로 임명하여 경기도교육청이 반려하였으나 작년 교육부 감사 때까지도 시정되지 않은 점이다. 당사자인 재단은 물론 교육청의 역할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개교한 2002년에는 교사 임용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하였으며, 같은 해 안산시로부터 20여억원의 지원금을 교부받기 위하여 자기부담능력 입증이 필요하자 역시 사채업자를 이용한 '돈 넣었다 빼기식' 수법이 동원되었다.

또한 학생 교육활동 지원과 교육기자재 구입 명목의 각종 보조금 등 6억4천여만원을 법인이 지출해야 하는 건물 신축비로 불법 전용해 사용했고, 심지어 이중통장을 만들어 교원 보수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차액을 임의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이 외에도 편입 및 전입학생에 대한 불법 기부금품 요구, '부당 성적 처리'에 대한 의혹 등이 있었다.

▲ 교육청 보고용 통장. 교사마다 2개의 통장을 만들어 한 통장에는 정상적인 급여를 지급한 것처럼 하고, 다른 통장에는 실제 금액보다 훨씬 적은 금액의 월급을 지급했다.

동해대와 디지털미디어고의 공통점

불과 개교 2년도 채 되지 않은 학교에서 온갖 형태의 비리가 저질러졌다. 사학비리의 종합선물세트 '대학판'이 동해대 사태라면 '중등판'은 경기도 안산의 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라고 할 만하다. 여러 가지 점에서 두 학교의 사례는 서로 닮은 꼴이다.

첫 번째는 설립 능력이 없다보니 설립과정 자체가 불법이었고 수법도 같았다. 둘째로는 교육부와 교육청이 내부 고발 등 학교 구성원의 자구적 노력이 있기 전에 이를 관리할 감독기관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다. 한솔학원에 대한 교육부 감사 결과로 경기도교육청 교육관료 31명에 대한 징계, 경고, 주의 등 신분상 조치가 취해졌다.

셋째로 가장 중요한 것은 회계비리를 비롯하여 학교운영이 극도로 문란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가능했던 것은 이사회나 교직원 구성의 상당수가 친인척, 인맥관계로 뭉쳐 있다는 점이다(* 참고로 이 전 이사장은 한솔학원 설립 전 동해대에 교무과장으로 근무한 사실이 동해대 교수협의회 관계자를 통해 확인되었다).

디지털미디어고 해결의 핵심은 공익이사제 도입

이사회와 교직원이 친인척과 지인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는 점 외에도 2000년 법인 설립 당시 이미 친인척 선임 제한에 관한 사립학교법 규정을 위반하였는데도 교육청으로부터 설립허가를 받은 점은 납득이 어렵다.

특히 2002년 6월 27일 이후는 전체 이사 7명 중 불과 3명만 남아 사실상 이사회 존재가 없어져 버린 셈인데, 교육부 감사 때까지 방치되어 전 이사장 1인의 온갖 전횡에 학교를 통째로 맡긴 셈이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교육부 감사 이후 경기도교육청이 이 재단에 임시이사를 파견하였으나 학교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섰던 교직원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임명한 결과 여러 차례의 폭력 사태와 갈등이 발생해왔다는 점이다.

그러나 임시이사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임기만 채우다가 부패재단에게 학교를 되돌려주고 돌아갔던 사례들이 그대로 반복된 셈이다.

그 결과 지난 6월 25일에는 이 학교의 내부 고발자인 K모 교사가 임시이사회에 의해 파면되기도 했다. 절대적 권한을 갖고 있는 사립학교 이사회는 그 권한도 축소되어야 하겠지만, 이사회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서라도 공익이사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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