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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든 인간은 죄인이다.
2. 죄인은 교도소에 갇혀야 한다.
3. 모든 인간은 교도소에 갇혀야 한다.


위와 같은 주장을 하는 경우, 논리에서는 이것을 ‘기만(deception)’의 일종인 ‘애매어의 오류’라고 한다. 1번의 문장에 사용된 ‘죄인’은 종교적, 혹은 도덕적 의미에서 모든 인간에게 허물이 있음을 의미한 것이고, 2번 문장에서는 법적인 ‘죄인’을 의미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듣는 사람에게는 그 둘이 마치 같은 것인 양 제시를 함으로써 기만을 행하는 것이다.

전여옥씨와의 토론 당시 유시민씨는 ‘노 대통령은 시대정신의 미숙아’라고 했다. 시대정신을 구현하고 체화하는 존재이지만, 시대보다 앞서 나와서 미숙하게 보일 수 있다는 부연도 했다.

이처럼 자세한 설명까지 덧붙였음에도 불구하고 전여옥씨는 유시민씨의 말을 받아 ‘미숙아는 인큐베이터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을 했고, 이에 대해 유시민씨는 ‘비열한 인용 방식’이라고 맞받아쳤다.

유시민씨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전여옥씨가 사용한 방법이야말로 앞에서 예로 든 ‘애매어의 오류’이며, 크게 보아 ‘기만’에 속하는 오류를 범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유시민씨는 ‘시대정신을 구현하려 하지만 그 방법이 다소 미숙한 면이 있었다’는 이유에서 ‘시대정신의 미숙아’라고 이야기한 것임에 반해, 전여옥씨는 ‘유아’라는 자구에 집착하여 ‘인큐베이터’ 운운하는 모욕적인 언사를 한 것이어서 전여옥씨가 사용한 ‘미숙아’는 유시민 씨가 사용한 ‘미숙아’와는, 단지 같은 단어를 사용할 뿐 의미에 있어서는 전혀 다른 의미였다는 점에서 ‘비열한 인용’이라 불릴만한 일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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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옥씨가 매우 기초적인 논리 오류인 ‘애매어의 오류’를 범하며 시청자들을 ‘기만’했다는 사실에 비쳐 볼 때, 만일 전여옥씨가 자신이 범한 오류를 아직까지도 깨닫지 못했다면 전여옥씨는 토론을 할 자격이 없는 것이고, 자신이 ‘애매어의 오류’라는 ‘기만’을 행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도 여전히 상대에게 '언어해석력에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며 인신공격을 일삼는 것이라면, 토론에 절대로 불러서는 안 되는 인물이 되는 것이다.

어느 쪽인지는 본인만 알 수 있겠지만, 적어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인정하는 자세는 있어야 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은 기초적인 오류를 범하면서 그와 같은 잘못을 지적하는 상대에게 오히려 ‘언어해석력에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야말로 자기 눈에 든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에 티끌이 들었다고 주장하는 것과도 같기 때문이다.

아울러 토론에서 직접 상대해야 하는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토론회를 시청해야 하는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도 기만적 논증을 행하는 토론자가 그리 달갑게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방송사에서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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