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 글은 곽종우 시민기자가 8일 <노무현 신화화에 맞서기> 기사에 대한 반론입니다. <편집자주>
한글과컴퓨터사가 마이크로소프트사에 팔린다는 소식이 들려오던 때였다. 토론회에 방청객으로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거기에서 가장 사람을 뒤집어지게 만든 의식은 "한글이 워드보다 못하다"는 인식이었다. 그러한 패배의식은 과연 정당한 것이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현재에 이르러는 어떨지 평가가 갈리는 것도 사실이나, 적어도 당시까지는 한글이 워드보다 월등했다. 그나마 좁은 시장에서, 모든 컴퓨터에 다 설치되어 있지만 막상 돈 주고 산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특수한 상황이 경영 상태를 악화시킨 것이지, 제품이 못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제품이 못하다면, 거의 모든 컴퓨터에 한글이 설치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마찬가지의 주장이 펼쳐진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찬사와 미화"이며 "신화화"라고 주장하는 글이 나온다. 자살한 원인에 대해 침묵한다고 한다. 거짓말로 그보다도 더 심하고 모욕적인 거짓말은 없을 것이다. 자살한 원인은 분명하다. 정치보복.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의 열풍을 "신화화"라고 깎아내리는 것은 자신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게 평가하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한글이 워드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그 말을 한 사람의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에서 나왔듯이 말이다.

특히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지못미)"는 국민들의 탄식을 "의식의 전도"라고 한다.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주는 것이지, 그 반대는 코미디이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정작 코미디는 그런 천박한 의식을 가진 분이 "민주적 리더십을 모색"한다고 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어버이'가 아니다. 국민의 대표일 뿐이다. 국민이 대표를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키겠는가?

국민이 대표를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 자신들의 대표에게 "과반도 얻지 못한 절반의 대통령"이라고 모욕적인 언사를 펼치는 언론과 필요하다면 전쟁이라도 벌였어야 했다. 자신들의 대표에게 "노구리"라든지, 심지어는 "이놈", "저놈"거리는 국회의원들과 소위 '높으신 분들'을 끌어내려 그 따위 국민 모욕적인 발언을 다시는 입에 올릴 수 없게 했어야 했다.

하지만 국민은 패배의식에 젖었다. 돈 많은 언론사의 망발을 믿고, 높으신 분들의 편에 섰다. 그래서 같이 "노무현 때문이다"를 외쳤다. 그 소리를 들은 국민의 대표는 "대통령을 욕하는 것도 국민의 권리"라고 했다.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주는 것은 바로 이러한 모습에서 나온다. 누구처럼 잡아다가 "허위사실 유포"로 기소를 하거나, 각종 포털에서 추천어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노무현 정권은 실패했는가?

만일 정권의 성패를 오로지 "차기 정권의 창출"에만 둔다면, 분명 노무현 정권은 실패를 했다. 그 점은 명백하고, 변명의 여지도 없다. 하지만 정말로 정권의 성패가 오로지 "차기 정권의 창출"에만 있는가?

국민은 노무현의 당이 아닌 다른 당을 선택했다. 그런데 노무현의 당이 있었는가? 분명한 것은 당조차도 노무현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거부의 이면에는 노무현이 인기가 없었다는 점이 있었다. 인기가 없었던 이유는 바로 당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책을 실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점이 바로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 것이다.

당은 국민이 아니라 야당에 봉사하려 했다. 야당은 "화합"을 내세우며 여당(?)을 길들였다. 길들여진 여당(?)의 모습에 국민들은 실망했고 등을 돌렸다. 그러한 과정에 언론들은 서로 노무현에게 십자포화를 쏟아 부었다. 좌에서는 그가 우파라고 비난했고, 우에서는 그가 좌파라고 비난했다.

노무현에 대해 제대로 기억하고, 그의 정신을 이어가려는 마음을 가진 이들에게, 그러한 마음이 '신화화'라고 주장하고 싶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소위 '보수우익'을 대변하는 언론들의 잘못된 보도에 대해 울분을 토하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질하고 싶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잘못된 것을 보고서 싸우려는 사람들에게 '타협하라'고 종용하는 그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물론 좋은 것이 좋은 것일 수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누구 말대로 대기업에서 들어오는 '장학금' 적당히 받고, 적당히 하사하시면서 적당히 검찰, 국세청 등 동원해서 입맛에 맞지 않는 세력들 거세시키고 했더라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현재 고인이 아닐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도 '조용한' 국가를 만끽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를 국민들이 맛보는 시점은 얼마나 멀어졌을 것인가? 현 정부 들어 국민들이 느끼는 급격한 자유민주주의의 위축은 노무현 정부가 실패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국민들에게 권력을 주었던 것에 불과하다. 만일 그것을 '실패'라고 규정한다면, 실패는 받은 권력을 허망하게 날려버린 국민들이 저지른 것이다. 바로 그러한 것에서 '지못미'가 나온다.

제대로 기억해야 한다. 그것은 옳은 말이다. 하지만 누구에게 있어서 '제대로'인가? 정작 중요한 것은 그것이다.

태그:#노무현, #자유민주주의, #평가, #신화화, #지못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