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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빙 코피, <논리학 입문>
ⓒ 이론과실천
‘논증도 인간과 같아서 겉만 차려입은 경우가 자주 있다.’ (플라톤)

논리학이란 기준과 증명에 관한 이론이며, 좋은(정확한) 추론과 나쁜(부정확한) 추론을 구분해 주는 방법과 원리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어빙 코피, <논리학 입문>, 이론과실천)

논증이란 하나 이상의 전제와 하나의 결론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러 개의 명제로 이루어진 문장이라고 해서 모두가 논증인 것은 아니다. 신문이나 잡지, 역사책은 주장들로 가득 차 있지만 그 주장들이 논증인 경우는 별로 없다. 여러 개의 명제들로 되어 있다는 것은 그것이 논증이기 위한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같은 책, 31쪽)


난 고등학교 때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구별하는 방법으로, 전제와 결론 사이를 화살표가 가로 지르는데, 화살표에 맞는 쪽이 피가 흐르니까 그 쪽이 상대 쪽의 필요조건이라고 배웠다. 그렇게 가르치는 교사가 이제는 없기를….

연역적 방법과 귀납적 방법

논증은 어떤 결론을 ‘도출’ 하는 과정에 주목하는데 전통적으로 크게 두 가지 종류의 도출 방법이 있다. 연역법과 귀납법이다. 연역논증의 경우 ‘옳은 논증’ 과 ‘옳지 않은 논증’ 이란 말 대신 ‘타당한 논증’과 ‘부당한 논증’ 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귀납논증은, 그 전제들이 ‘결론은 진리’ 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근거라는 주장을 담고 있는 게 아니라 전제들이 ‘결론이 진리라는 상당한 근거가 된다’ 는 주장만을 담고 있다. (같은 책, 40쪽)


쉽게 말하자면, 연역법이란 일반적인 사실에서 특수한 경우를 도출하는 방법이고, 귀납법은 특수한 몇 개의 사례를 통해 어떤 사실을 일반화하는 방법이다. ‘아마도’ 란 수식이 붙는다면 그것은 귀납적인 방법인 셈이다. 연역은 타당하거나 부당하지만, 귀납은 타당할 수도 부당할 수도 있다.

오류의 사례

연역적인 방법이든 귀납적인 방법이든 어떤 논증에는 늘 오류의 위험성이 내포돼 있다. 오류란 일종의 옳지 못한 추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회자가 따로 없는 온라인 토론의 경우, 수많은 오류들을 네티즌 스스로 걸러내며 읽어야 하는 부담이 매우 크고, 포털 사이트의 뉴스 섹션에 노출되는 각종 기사들에도 오류가 많이 발견되기 때문에, 오류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듯 하다. 어쩌면 이 글 안에도 적지 않은 오류가 담겨 있을지 모른다. 우리가 흔히 겪는 오류들을 살펴보자.

1. 인신공격

주장하는 내용을 반박하지 않고 그 주장을 펴는 사람을 공격할 때 범하는 오류다. 인신공격으로 얼룩지는 댓글 게시판을 보면 잘 알 수 있으리라.

2. 무지로부터의 논증

귀신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 사람이 아무도 없으므로 귀신이 있음에 틀림없다고 논증하는 경우다. 스포츠 신문 연예인 스캔들 기사나, ‘~카더라’ 식의 언론보도는 이를 악용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3. 연민에 호소

달변의 변호사와 미모의 여배우가 등장하는 법정 드라마에서 너무 자주 봤다. 영화 <시카고>에도 이런 장면이 나온다. 연민은 이성을 흐릿하게 만든다. ‘강도 얼짱’ 에 대한 관심은 얼짱 신드롬이 빚어낸 우리의 슬픈 자화상인데, ‘저렇게 예쁜 여자가 강도일리 없다’ 혹은 ‘자수시켜 마누라 삼고 싶다’ 고 말했던 네티즌에게 이 오류를 바친다.

4. 군중에 호소

군중집회에서 군중을 감정적으로 선동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어떤 방식으로든 선동한다는 점에서 ‘연민의 오류’와 꽤 비슷하다. 다수결의 맹점도 빼놓을 수 없다.

5. 권위에 호소

네티즌의 관심사에 대해 자세히 조사하거나 연구하지 않은 소위 ‘전문가 칼럼’ 에 짜증났던 네티즌이라면 이런 종류의 오류를 잘 알 것이다.

6.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대표성을 충분히 띠지 못하는 사실에서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버리는 경우다. ‘K국이 방식’ 이라는 사이트로 인해 촉발된 한일 네티즌간의 감정 싸움을 떠올리게 한다. 한국 문화를 비하한 것은 일본 네티즌 다수가 아니라 일부일 뿐이며, 이에 대응하여 일본 서버를 공격한 것도 소수의 한국 네티즌일 뿐이었다. ‘갑신왜란’ 이니 ‘사이버 한일전쟁’ 이니 하며 선정적이고 위험한 제목의 기사들을 쏟아낸 언론매체의 오류.

7. 복합질문

수사관 : 당신의 그 과대광고 결과 판매량은 많이 늘었습니까?
증인 : 아니오.
수사관 : 아하! 당신은 과대광고를 했다는 걸 인정하고 있군요. ( 같은 책, 127쪽 )

‘너 이제 경마장 안가지?’
‘훔친돈으로 자동차 샀니?’

같은 질문들은 그냥 ‘예’ 나 ‘아니오’ 라고 간단히 대답할 수 있는 단순한 질문이 아니다. 컴퓨터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하다가 종료할 때, 대화상자는 ‘예’, ‘아니오’ 외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경우의 수 ‘취소’를 묻는다. ‘취소’ 가 없다면 모든 프로그램은 오류에 빠져버릴 것이다. 대통령의 거부권도 사실 얼마나 불합리한가. 선별적인 거부는 없고 하나로 뭉뜽그린 ‘예’, ‘아니오’ 만 있으니 말이다.

8. 논점 일탈의 오류

‘펌’ 과 ‘펌’을 거치고, ‘댓글’의 ‘댓글’ 이 달리면서 논점은 흐려지고 논지에서 벗어난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지기 일쑤다.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가장 쉽게 빠지는 오류다.

9. 결합의 오류

어떤 기계의 부품들이 모두 가벼운 것들이므로 그 기계 전체도 가벼울 것이라고 추론하는 경우이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와 비슷한데 다른 점이라면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는 점이다.

10. 분해의 오류

결합의 오류와 반대 경우다.

개는 흔히 볼 수 있다.
일본산 스파니엘은 개이다.
그러므로 일본산 스파니엘은 흔히 볼 수 있다. ( 같은 책, 144쪽 )

삼단 논법의 논증을 유심히 살펴보면, 흔히 첫 번째 가정(전제)에서 오류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11. 강조의 오류

‘우리는 우리의 친구들에 대해서 나쁘게 말해서는 안 된다.’

위의 문장에서 각 단어들을 강조해 보여줄 경우 의미가 서로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의도적으로 혹은 악의적으로 앞 뒤에 비슷한 내용을 배치하여 독자나 시청자의 혼란을 일으키는 방송 프로그램, 신문, 잡지 등에서 빈번하게 발견할 수 있다. 아마도 ‘편집’ 의 절차를 거치는 모든 온오프라인 매체가 안고 있을 오류일 것이다.

‘효리, 완전 자연산’
(...)
‘광어 좋아해.’

라는 <딴지일보> 의 한 구절은 강조의 오류를 익살로 활용한 경우다.

정확한 해답이나 대안을 제시하고 찾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이런 것을 도출하기 위한 노력으로 다양한 주장이나 논증에서 오류를 짚어내는 것은 그것만큼 어렵지는 않다. 전제가 참이라고 해도 거짓 결론이 도출될 수 있고, 전제가 거짓이라도 결론은 참이 될 수 있다. 내 시각과 의견을 바로잡아줄 사람 없이 홀로 참여해야 하는 웹의 특성상 웹에서는 확실히 오프라인보다는 오류에 빠질 여지가 많을 것이다. 오류를 피하는 데 정답이란 없다. 좀 아프겠지만 모니터 앞에선 눈을 좀 더 크게 뜨고 보는 수밖에.

이미 알고 있는 네티즌이 더 많겠지만, 아인슈타인이 냈다고 ‘전해지는’ 퀴즈를 인용하며 글을 맺는다. 논리학 입문서에도 종종 등장하는 문제이다.

1. 5채의 각각 다른 색깔의 집이 있다.
2. 각 집에는 각각 다른 국적의 사람이 산다.
3. 집주인들은 각각 다른 종류의 음료수를 마시고, 다른 종류의 담배를 피우며, 다른 종류(한종류)의 애완동물을 기른다.
4. 영국인은 빨간색 집에 산다.
5. 스웨덴인은 개를 기른다.
6. 덴마크인은 홍차를 마신다.
7. 녹색집은 흰색집 왼쪽에 위치한다.
8. 녹색집 사람은 커피를 마신다.
9. 풀몰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새를 기른다.
10. 노란색집 사람은 던힐 담배를 피운다.
11. 한가운데 사는 사람은 우유를 마신다.
12. 노르웨이인은 첫 번째 집에 산다.
13. 블랜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 옆집에 산다.
14. 말을 기르는 사람은 던힐 담배를 피우는 사람 옆집에 산다.
15. 블루매스터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맥주를 마신다.
16. 독일인은 프린스담배를 피운다.
17. 노르웨이인은 파란색 집 옆집에 산다.
18. 블랜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물을 마시는 사람 옆집에 산다.
문제: 금붕어를 기르는 사람은 어느 나라 사람인가?


* 참조 도서 :

어빙 코피, <논리학 입문>, 이론과실천
김영필, <논리와 사고>, 울산대출판부
안재오, <논리의 탄생>, 철학과현실사

논리학입문 - 학술총서 7

어빙 코피, 이론과실천(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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