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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카드 사태가 많은 과제를 남긴채 해결책을 찾았다.
ⓒ 오마이뉴스 조호진
LG카드 사태가 두달여의 진통 끝에 산업은행 위탁경영과 LG그룹의 추가손실 부담이라는 형태로 해결책을 찾았다.

16개 채권금융기관은 합의안에 따라 1조 6500억원의 유동성을 LG카드에 지원하고 향후 이를 출자 전환할 예정이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이중 5674억원을 부담, LG카드 지분율을 25%까지 끌어올려 사실상 LG카드를 자회사로 편입, 향후 경영책임과 추가 유동성을 책임지기로 했다.

부실의 원인 제공자인 LG그룹도 추가 자금을 지원하게 됐다. LG카드의 경영권 포기로 추가지원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강하게 버티던 LG그룹이 추가지원 약속이 없으면 LG카드를 부도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배수진을 친 정부와 채권단의 강경 입장에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에 따라 LG는 지난해 말 LG카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한 후 약속했던 LG카드 지분(23.84%), LG증권 지분(21.19%), 구 회장의 (주)LG 지분 5.46% 담보 제공, 카드매출 채권 10조원 담보제공, 1조원 유동성 지원 외에 추가 유동성 위기시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는 5000억원 중 75%인 3750억원을 지원해야 한다. 나머지 1250억(25%)는 산은의 부담이다.

결국 이번에 합의된 LG카드 사태 처리방안을 살펴보면 국민은행 등 채권단이 요구했던 내용들이 대부분 그대로 관철돼 이는 정부의 '관치'에 맞선 채권은행단의 판정승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채권단이 모든 책임을 지는 공동관리방안을 관철시키려는 정부에 맞서 국민은행을 필두로 한 채권은행들은 LG카드 경영 정상화를 책임질 확실한 주인을 세워 경영과 추가 유동성을 책임지고 부실의 원인제공자인 LG그룹도 반드시 손실을 분담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특히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국내 굴지재벌이 사업에 성공하면 자기가 다 가지고, 실패하면 내다버리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며 "LG그룹도 추가 유동성 문제를 분담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결국 정부는 부실에 1차 책임이 있으면서도 LG카드 사태에서 발을 빼고 있던 LG그룹을 뒤늦게 전방위로 압박, 추가 지원 약속을 받아냈다. 또 최종 합의안에는 채권단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함으로써 정부의 LG카드 처리 방향이 원칙없이 표류했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말았다.

향후 정부와 금융권 관계 어떻게 될까

금융계에서는 이번 LG카드 사태 처리과정에서 거둔 채권단의 승리는 차후 비슷한 사태가 재발할 경우 시장이 제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과거 IMF 때와는 달리 은행들이 정부의 강한 압박에도 시키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 전례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김정태 행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는 금융시장 선진화를 규제하려는 정부와 원칙대로 하려는 시중은행 간의 계속적인 다툼이 있었다"며 "이번 사건은 잘못된 관치가 시장에서 용납하지 않는 계기가 될 것이고 이는 한국 금융산업 발전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도 "LG카드 사태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는 채권은행단이 LG카드 부도시 발생할 엄청난 시장혼란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버티기로 자신들의 이익만 챙겼다"고 비난하면서도 "이번 LG카드 처리 과정을 볼 때 앞으로 정부의 방침보다는 시장의 목소리가 더 힘을 받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번 LG카드 처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산업은행을 제외한 15개 채권금융기관은 정부의 '관치'에 맞서 승리를 거뒀지만,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정부의 입김으로 2000년 대우증권 처리에 이어 또 다시 부실금융기관의 처리에 동원됐기 때문.

이 때문에 채권단의 승리는 '반쪽짜리 승리'라는 지적과 함께 재벌의 경영실패를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땜질하게 됐다는 비판이 계속 되고 있다. 특히 경영책임을 맡은 산업은행이 향후 발생하는 부실에 대해 사실상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LG카드의 경영정상화가 지연될 경우 국민들의 부담은 그만큼 더 커지게 된다. 현재 산은 노조와 경영진은 정부에 대해 추가 유동성 1250억원에 대해 보전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이 또한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될 수밖에 없다.

이어지는 산은 노조와 경영진의 움직임...채권단의 승리는 반쪽

LG그룹 경영진의 부실 책임과 관치청산을 강조해 왔던 시민단체들도 부분적으로 관치청산의 계기를 만든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LG카드 처리가 법과 원칙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정부와 채권단의 압력에 밀려 지주회사체제로 전환된 LG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부실금융기관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지난 5년 동안 진행되어온 지배구조 투명성 개선 등 재벌 개혁에 차질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LG그룹 대주주의 부실경영에 대한 챔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먼저 부실의 원인과 책임을 법에 따라 가리지 않고 실정법이 아닌 정서법에 따라 부실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이 없는 LG계열사에 정부가 나서서 책임을 강요 한 것은 재벌 개혁에 부정적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소장은 "정부가 이번에 보인 행태는 다른 재벌들에게 지주회사체체로 전환해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잃게 만들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경실련도 성명서를 통해 "LG 경영진의 배임이나 분식, 부당내부 거래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한 법적 조치가 부과되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정부의 초법적 강권은 시장원리를 훼손하여 장차 한국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씨 남긴 LG카드 처리 논란 계속될 듯

채권금융기관이 지원하기로 한 1조6500억원도 향후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본이 잠식돼 사실상 파산상태인 부실금융기관, 그것도 시장의 신뢰를 잃어 수익성에 회의가 일고 있는 LG카드에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LG카드의 부실을 예금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배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LG카드 추가 유동성 지원 논란 속에서 외국계가 대주주로 있는 한미·외환은행은 대주주의 반발로 이사회 통과가 어렵다며 LG카드 추가지원 불가 입장을 고수하기도 했다. 참여연대와 경실련은 향후 경영정상화가 지연돼 이번 채권단의 지원이 손실로 판명이 날 경우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실금융기관 처리에 새로운 전례를 만들지 못하고 타결된 LG카드 사태는 추가 부실 가능성과 관련한 경영진의 배임 여부, 금융당국의 감독 부실의 책임 등을 놓고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불씨를 남긴 LG카드 처리는 금융기관의 부실 경영을 방지할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 부실을 막을 금융감독당국의 감독기능강화와 더불어 새로 부실금융기관이 발생할 경우 처리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하는 과제를 남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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