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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茶)를 노래하는 작곡가 박일훈의 ‘동다송(東茶頌)’” 연주회 포스터
ⓒ 국
一傾玉花風生腋(일경옥화풍생액)
身輕已涉上淸境(신경이섭상청경)
明月爲燭兼爲友(명월위촉겸위우)
白雲鋪席因作屛(백운포석인작병)

옥화(玉華:가장 깨끗하고 순수한 옥玉) 같은 차를 한 잔 마시니 겨드랑이에 바람이 일어
몸이 가벼워져 하늘을 거니는 것 같네
밝은 달은 촛불이 되고 또한 친구가 되며
흰 구름은 자리 되고 아울러 병풍이 되어주네.


초의선사(草衣禪師)의 동다송(東茶頌)에 있는 시이다.‘동다송(東茶頌)’은 조선후기 다도(茶道)의 중흥에 크게 공헌한 초의선사가 우리차의 아름다움을 기린 고시체 송시(頌詩)이다. 차를 마시면 스스로 선인이 되는 느낌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차를 마시면 신선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혹시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차를 마신다면 어떨까?

새로운 삶의 음악 장르를 개척하고 있는‘한국창작음악연구회’는 1998년부터 기획하고 있는‘다악’에 이어 명연주시리즈 다섯 번째로 ‘동다송’을 주제로 작곡가 박일훈(국립국악원 연구실장/국악 FM방송 기획실장)의 다악과 초연작 등을 통해 한 작곡가의 완숙한 음악세계를 펼쳐 보이는 무대를 마련한다. 이름하여 “차(茶)를 노래하는 작곡가 박일훈의 ‘동다송(東茶頌)’”이다.

우리 고유의 음악 언어로 일상 가까이 즐겨 들을 수 있는 현대적인 새로운 삶의 음악 창출을 위해 중견 연주자들로 구성된, 한국창작음악연구회(회장/김정수 추계예술대 교육대학원장)는 우리 차와 어울리는 국악 실내악 모음곡 다악<茶樂>을 통해 일상 가까이 즐겨 들을 수 있는 음악으로 차 한 잔의 의미와 여유를 오늘의 차 한 잔에 담고 있다.

▲ 한국창작음악연구회 명연주 시리즈 연주모습
ⓒ 국립국악원
이 연주회의 특징은 작곡가 박일훈의 차 음악 시리즈와 새롭게 초연되는 작품뿐 아니라 이에 맞는 설치미술과 다춤(다무:茶舞) 그리고 세 개 차모임(茶會)의 행다시연(차 우려 마시기 시범)과 어우러지는 무대에 있다. 따라서 이 연주회는 단순히 음악만을 감상하는 그런 자리가 아니라 음악과 행다와 춤이 어우러지는 한바탕 종합예술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작곡가 박일훈(朴一薰)은 한국창작음악연구회의 ‘차와 우리음악의 다리놓기- 다악(茶樂)’기획을 통해 지금까지 모두 다섯 편의 차 음악을 발표했다.

“초일향(草日香)”(1998), “동다송(東茶頌)”(1999),“겨울(冬)-다우삼매(茶友三昧)”(2000),“바람(風)-찻잎소리”(2001)“,“칠석-은하의 할멈-할배”(2002) 등 다섯 작품은 모두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숙명여대 송혜진 교수는 그의 음악이 소탈하고 따뜻한 작곡가의 마음, 특히 사람들을 좋아하는 ‘천진한’ 마음이 차 음악의 주조를 이루기 때문이어서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이번에 연주되는 음악들을 송 교수의 말을 빌려서 어떤 음악인지 알아보자.

“원래 동다송(東茶頌)은 초의선사(草衣禪師)가 지은 차 관련 원전 중에서 몇 대목을 골라 노래 곡으로 표현한 것이다. 박일훈은 <초일향> 이후 차를 생활 가까이에 두면서 담배도 끊고 차를 ‘음미(吟味)’하는 생활을 하기 시작하여 ‘다도(茶道)’에 내재된 정신성에 대한 관심을 작품에 담아냈다.

박일훈은 가야금과 대금연주, 그리고 중후한 남자 가객의 목소리를 빌어 맑은 차의 ‘본성’과 차 생활에 깃드는 ‘정성’, ‘중용’, ‘조화’, ‘정결’, ‘청결’ 등의 요체를 표현했다.

아마도 작곡가는 <다우삼매(茶友三昧)>를 쓸 무렵에서야 비로소 차의 맛과 차 생활의 멋을 깊이 공유하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람-찻잎소리>에서는 차 잎이 움터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바람의 의미를 반추하는 깊은 사유가, <칠석-은하의 할멈-할배>에서는 이제는 동반자가 된 차 이야기를 웃음 머금은 정겨운 얘기처럼 풀어내는 친근함이 배어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음미(吟味)의 내밀한 경계에서 스스럼없는 끽다(喫茶)의 영역으로 넘어선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이번 공연에서 초연될 신작 <끽다향(喫茶香)>은 더욱 기대가 된다.”

▲ 작곡가 박일훈
ⓒ 김영조
작곡가 박일훈(朴一薰)은 1946에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1962년 국악사양성소(현 국립국악중고등학교 전신)에 입학한 것을 계기로 국악에 입문하여 가야금을 전공하였고, 서울대 음대와 단국대 음대 대학원에서 작곡을 공부하였다.

1974년 국립국악원에 들어와 연구원, 전속연주단 연주원으로 재직하며, 여민락, 종묘제례악 등의 전곡 연주에 참여하였고, 장악과장, 악사장 재직시 각종 공연을 기획, 제작하였으며, 국립국악원의 건립 공사를 주도하였다.

또 현재 국악연구실장 및 국악FM방송 기획실장을 맡고 있으며 국악연구 및 교육과 국악 방송을 통한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주요 작품에 ‘관현악과 합창-佛’(1975), 가야금협주곡 ‘아우라지 Ⅶ’(1977), 18현 가야금독주곡 ‘금빙’(1994), 해금협주곡 ‘풍류를 위한 농음’(1998) 등이 있고, 100여곡의 작품이 있다. ’88 올림픽게임 행사의 전통예술공연을 총괄기획하고 실행하여 한국전통음악의 멋과 아름다움을 세계적으로 알렸다.

다악 연주는 한국창작음악연구회(지휘/김정수-추계예술대 교육대학원장)가 하며, 행다시연 은 ‘반야로차도 문화원’, ‘초일향차회’, ‘석정원차회’가 다춤(茶舞)은 김용복이 한다.

이 연주회는 서울특별시, 한국차인연합회, 한국차문화협회, 한국다도협회, 월간 다도(茶道), YBM 서울음반 등이 후원하고 있다. 전석 초청하는 음악회여서 입장료는 무료이며, 공연문의는 (02) 2272-2152로 하면 된다.

▲ 한국창작음악연구회 다악 연주모습
ⓒ 김영조

▲ 차(茶)를 노래 하는 작곡가 박일훈의 다악(茶樂) 차림표
ⓒ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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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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