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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취재팀] 부산경남:윤성효 / 광주전남:이주빈 강성관 / 전남동부:조호진 / 대구경북:이승욱 / 대전충남:심규상 이기동 기자
[서울 취재팀] 홍성식 김지은 권박효원 송정근
[편집] 성낙선 배을선
[총괄] 정운현 김병기 기자


<오마이뉴스>는 16대 대통령 선거일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풍경을 취재해 기사화하고 있습니다. 이중 [네티즌 현장중계-우리동네 투표소] 코너도 마련했습니다. 네티즌 여러분들의 많은 동참 바랍니다...(편집자주)

술집에서 외쳐지는 "화이팅"
[대전 풍경] "성숙된 국민의식의 승리다"


▲ 19일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전광판을 통해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는 노사모 회원들.
ⓒ 오마이뉴스 김지은
대전이 흥분이 도가니에 빠져 있다. 19일 저녁부터 노사모 회원과 노 후보 지지자 등 3백여명이 유성구 소재 카이스트 태울관에 모여 들었다. 이들은 밤 11시 노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샴페인을 터뜨리고 얼싸 안았다. 곳곳에서 감격의 울음이 터져나왔다.

한 참석자는 "단순히 노 후보가 당선돼 감격하는 것이 아닌 성숙된 국민의식과 충청민의 자랑스러운 선택에 감동해서 우는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시민들은 거리 곳곳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다 '이겼다 이겼어'를 연발했다. 달리는 차량이 간간히 당선을 축하하는 경적을 울리며 지나는 모습도 보였다.

한 택시기사는 "충청권 사람들이 가장 훌륭한 선택을 했다"고 평했다. 이 기사는 "유권자들이 한 표 한 표가 충청도에서 가장 값지게 표현됐다"고 덧붙였다. 어느 한사람에게 급격한 쏠림이 없이 소신껏 고민해 던진 흔적이 가장 잘 배어 난 투표결과라는 얘기로 들려졌다.

대전의 젊음의 공간인 은행동 오능정이 거리와 대전역 광장은 보다 열기가 뜨겁다. 20-30대 젊은 층들과 노 후보 지지자들이 계속 모여들고 있고 환호와 노래를 부르며 '노무현'괴 '아이 러브 대전'을 연호하고 있다. 지나는 차들도 경적을 울리며 화답하고 있다.

술집에서는 생맥주잔을 서로 나누며 낯모르는 사람들과 '화이팅'을 외치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띠었다. 대전은 전체적으로 차분한 가운데 대전충남 시민들의 선택에 서로 만족감과 자랑스러움을 느끼고 있는 듯 보였다.

"우리가 만든 국민 대통령, 나도 모르게 눈물"
[노 지지 네티즌 반응]"노사모가 노때채되어 감시해야"


노무현 후보식 홈페이지 자유게시판과 노사모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노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는 지지자들의 소감문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이제 한국에 새 역사가 열렸다" "마음을 졸였는데 이런 결과가 나오니 너무 기쁘다"면서도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 한 아버지와 아들이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전광판을 통해 방송되는 개표 현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지은
한 네티즌은 "광화문에서 폭죽을 터뜨리며 기뻐하는 시민들을 보며 코끝이 찡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결국 울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동순씨는 "아침에 정몽준씨 관련 뉴스를 듣고 마음이 졸였다가 6시 각 방송사 출구조사를 보고서야 안심이 됐다"며 "지금 감격의 밤을 보내고 있다"고 기쁨을 나타냈다.

이태희씨는 "노무현씨는 많은 감동과 희망을 주었던 분"이라면서 "어제 정몽준씨 발표 이후 또 이번에도 꿈을 이루지 못하는가 했다. 내가 뽑은 대통령이니 만큼 더욱 기도하고 관심 가질 것"이라는 각오를 보였다.

한편, 권혜진씨는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서민들은 이제 살만해지려나 기대했지만 결과는 실망만 안겨주는 것이었다"라면서 "청년실업 해결과 여성인력 활용 등 국민들을 위한 정책들을 위해 열심히 뛰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승리자라는 필명의 네티즌은 "오늘로써 노사모가 처음 결성될 때 가졌던 목표는 끝났다"며 "이젠 노사모가 노때채(노무현을 때리는 채찍)로 의식 전환을 해서 노짱이 국정운영을 잘못할 땐 과감히 채찍을 들어서 때리고 잘할 땐 더 잘하라고 때리자"고 호소했다.

한편, 노사모는 19일 저녁 6시 정각 홈페이지를 다시 열었다.

대구 노사모 "노무현은 대구를 사랑합니다"
[당선 확정 후 대구 표정] 지역감정 등 넘어야할 벽 많아


노무현 후보의‘승리’가 확정되자 대구는 ‘차분한’ 가운데 이 소식을 접하고 있지만 민주당, 노사모 등 노 후보 지지자들은 당선이 확정되자 환호의 도가니에 싸여있다. 하지만 대구-경북지역에서 노 후보의 지지율이 목표치 보다 적은 약 18%대에 머물자 ‘지역감정’의 높은 벽을 실감하는 분위기였다.

대구지역 노사모 회원 및 개혁당원 100여명은 오후 10시쯤 대구시내 ‘국채보상공원’에 모여들어 ‘노무현 대통령’‘국~민통합’등을 외쳤다. 이에 앞서 이들은 영남대병원 네거리 근처 한 호프집에서 모여 TV를 통해 생중계 되는 개표결과를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하지만 8시 40분쯤 노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앞지르자 환호하며, 당선을 확실시했다. 일부 회원들은 감격스런 마음에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약 30분 동안 국채보상공원에서‘축포’를 터뜨리던 이들은 대구시내를 태극기와, 노사모 개혁당 깃발을 들고 행진을 벌이며 연신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또 ‘노무현은 대구를 사랑합니다’‘노무현은 광주도 사랑합니다’를 시민들에게 외치기도 했다.

노사모 회원인 정대길(ID 댁낄. 35)씨는 “노 후보가 걸어왔던 길이 너무나 합리적이고 왜곡되지 않은 길이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들을 슬기롭게 극복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산적한 문제들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노사모 김의현 (ID 비타민C. 39)회원은 “대구의 지지율이 너무 낮게 나온 것 같아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또 박형룡 개혁당 남구 창당준비위원장도 “이번 대선의 결과에 대해 이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대구시민들도 승낙을 해줬으면 좋겠다”면서 “노 후보는 지역통합과 정치개혁을 위해 대구시민들에게 당선 선물을 건네고, 대구시민은 노 후보에게 격려와 건전한 비판을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대구-경북 시지부에서도 승리를 확신하는 샴페인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 시도지부에 모여든 당직자와 지지자 100여명은 개표 초기 노 후보의 득표가 이 후보보다 적게 나오자 ‘혹시나’하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9시가 다가오면서 노 후보가 이 후보를 역전하자 ‘환호’를 터뜨리며 ‘노무현 대통령’을 연호했다. 이어 양 후보간 득표 차이가 점점 더 벌이지자 일부 관계자들은 “우리가 이겼다”며 당선을 확실시했다.

권기홍 대구시선대본부장은 “대구시민들에게 고맙다”면서 “대구에서 미흡한 득표를 하긴 햇지만 대구시민들도 과거에 비해 마음의 문을 열고 새 시대를 여는데 동참했다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권 본부장은 “이런 열의를 노 후보가 잘 받아 안아 80%가 다른 선택을 한 대구에 대해서 아직도 상존하는 지역감정을 앞으로 허물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구경북 지역의 선거결과에 대해 대구대 홍덕률 교수는 “여전히 반DJ 정서를 넘지 못한 결과를 표심에서 보인 것 같다”고 전제하고 “미래지향적인 패러다임을 짜는 과정의 선거인만큼 미래를 설계하는 데 동참하는 선택보다 과거지향적인 선택이 지나칠 정도로 압도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정몽준 지지철회 차라리 잘 됐다"
[광주 표정] "언제나 국민에게 솔직하고 당당한 대통령 되기를"


▲ 노사모 회원들이 "노무현 당선 확실" 자막이 뜨자 감격스러워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지은
18일 정몽준 대표의 '노무현 지지철회'에 대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던 광주시민들은 8시 40분경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역전하는 순간 "노무현"을 외치며 환호했다.

현재 전남도청 앞 분수대에는 KBS가 중계차량을 이용해 마련한 대형 멀티비젼을 통해 개표방송을 중계하고 있다. 길을 오간던 광주시민 100여명은 개표방송에 눈을 떼지 않으며 이 후보와 노 후보간 표 차이가 벌어질 때면 손을 번쩍 들어 환호성을 질르곤 했다.

대학생인 정종수(26)씨는 "정몽준의 지지철회를 보면서 배신감과 함께 대선 결과가 걱정됐다"면서 "우리 국민들의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이 이런 결과를 가져다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자영업을 한다는 김경림(55)씨는 "올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가장 좋은 선물"이라며 "언제나 국민에게 솔직하고 당당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노 후보의 '당선'을 기대했다.

이에 앞서 광주 노사모와 광주 인근 지역 노사모 회원들은 광주시내 콘티넬탈 호텔 1층 식당에서 1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오후 6시부터 개표방송을 지켜보면서 "노무현 룰루랄라" 등 환호성을 지르며 기쁨을 만끽했다.

노사모 회원 주전국씨는 "정몽준의 지지철회는 차라리 잘 된 것 같다"면서 "노후보의 당선으로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지역감정 유발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노'에 '노'자도 꺼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선재연(34) 씨는 "호남지역의 표 쏠림현상은 국민통합을 바라는 마음과 민주당의 인적쇄신 등 정치개혁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이제 새로운 희망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전남도청 앞 거리에는 노사모 회원들, 개혁국민정당 당원들과 시민들이 모여 "노무현"을 외치며 축제 분위기 휩싸이고 있다. 민주당 광주시지부도 전남도청 앞에 모여 축제를 벌일 계획이다.

한편 민노당 광주시지부 한 관계자는 "이대로의 결과라면 금상첨화"라며 "광주에서 권후보가 1%대에 머물러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노무현 후보의 고향인 경남 김해 봉화마을 주민들은 자정이 가까운 늦은 시간임에도 여전히 마을회관 앞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연호하며 축제를 계속하고 있다. 현장에 있는 기자는 "축제의 밤은 새벽까지 이어질 분위기"라고 전했다.

노사모 회원들 "오늘은 국민승리의 날"
[동화면세점 앞 풍경] 노란풍선으로 물결치는 광화문


9시35분 현재 광화문 동화빌딩 앞 광장에는 노사모 회원과 시민 3000여명이 모여 있다. 이들은 노란풍선을 흔들며 축제를 벌이는 중이다. 노무현 후보를 지지한 연예인들이 연단에 올라 연설을 했다.

명계남은 "울지 말자. 축하한다. 오늘은 진짜 완전한 노짱 승리의 날이다. 이는 곧 국민승리의 날이다"라고 말했고, 문성근은 "87년 6월에 돌멩이를 들고 최루탄을 맞으며 혁명을 일으켰던 것처럼 오늘은 노란 풍선으로 국민혁명을 이루었다. 이제 언론을 개혁해야 한다. 정당을 개혁해야 한다. 민주당을 갈아엎어야 된다. 한나라당을 박살내야 한다. 오늘을 마음껏 즐기자"라고 말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권해효는 "오늘 이날을 기억할 것이다. 집에 들어가서 우리 아이를 좀 더 떳떳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이 좀 더 나은 미래를 살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부터 시작이다"고 말했다.

현재 동화빌딩 앞에는 로이터와 AFP 등 외신기자들도 많이 눈에 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미국인 관광객 샘 애드워드는 "딸과 함께 호주를 들러 어제 한국에 왔다"며 "누가 대통령이 된 것인가"를 물으며 한국 대선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잠시 후 10시 MBC에서 '당선 확실'이라는 자막이 뜨자, 동화빌딩 앞에 모인 노사모 회원과 시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연호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10시10분 현재 노사모 회원들은 여의도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다.

한편, 부산시내 당감동 소재 부산상고 야구장에 모인 부산상고 동문 200여명은 10시경 서면으로 이동, 노사모와 합세해서 노 후보 당선축하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노무현 후보 고향마을은 축제분위기
[경남 김해 봉하마을] "말 한마디도 조심하는 대통령 되기를"


▲ 노무현 후보의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 주민들이 마을회관 앞에 모여 개표방송를 지켜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오후 8시5분 현재 노무현 후보의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은 온통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이들은 "투표 마감 직전인 5시30분에 봉하산 꼭대기에서 둥근달이 떴을 때부터 승리를 예감했다"며 "봉하산의 정기가 되살아났다"고 입을 모으며 환호하고 있다.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은 '새로운 인재가 태어날 것'이라는 봉하산의 전설을 이야기하며, "홀로 벌판에 서있는 봉화산의 모습이 노 후보와 꼭 닮았다"라는 말을 주고받았고, 유쾌한 웃음을 그치지 않았다. 현재 주민 100여명은 마을회관 광장에서 개표방송 지켜보는 있는 상황이다. 7시20분경에는 노사모 김해지부 회원 20여명이 마을에 도착, 주민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주민 여동훈(30)씨는 "후보 때 제시했던 공약을 실천하고 새로운 정치를 보여달라"는 바람을 노 후보에게 전했고, 신진규(69)씨는 "대통령은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말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해야 한다"는 충고를 내놓기도 했다.

8시50분경 엎치락뒤치락하던 판세가 노 후보 쪽으로 기울자 마을 주민들 "와~"하는 함성과 함게 풍물패와 어울려 어깨춤을 추기도 했다. 노사모 김해지부 회원들은 "노무현 된다. 라랄랄~" "노무현 짱" 등을 외치며 잔뜩 고무되기도.

현재 마을주민들은 모닥불을 피우고 삶은 돼지고기에 막걸리잔을 돌리며 축제분위기를 만끽하고 있다. 개표현장을 지켜보던 김인곤(한얼중학교 3)군은 "비리가 없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한다"는 의젓한 말을 노 후보에게 전하며 웃기도 했다.

명암 엇갈린 민주당과 한나라당 대구시지부
[대구 풍경] 출구조사 발표 후 민주당 '희색' 한나라당 '실망'


▲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노무현 우세로 나타나자 환호하는 노사모 회원들
ⓒ 오마이뉴스 공희정
방송3사의 출구조사 결과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자, 대구시민들은 '의외의 결과'라는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좀더 지켜보자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19일 오후 6시 대구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TV를 주시하고 있던 시민들은 출구조사 결과를 놓고 주변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는 등 관심을 나타냈다. 택시기사 김아무개(남) 씨는 "우째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다"면서 "이 지역으로서는 이 후보가 돼야 하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하지만 김 씨는 "깨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대합실 매점 직원인 최아무개(40. 여)씨는 "의외의 결과"라면서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막상막하가 되지 않겠는냐"고 말했다.

반면, 노 후보를 찍었다는 서아무개(29. 남)씨는 "만족스런 결과"라며 "대구경북 지역 자체가 워낙 보수적이다 보니 이회창 쪽으로 기울지 전국적으로는 노 후보가 고른 득표를 얻어 당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씨는 "정몽준 씨가 지지철회를 해서 문제가 되긴 했지만 표심을 바꿀 시간이 없어 영향을 별로 미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지역 정가도 상반된 표정을 보이고 있다. 6시 전부터 당직자와 지지자 50여명이 모여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던 한나라당은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조용한' 분위기다. 특히 'MJ 지지철회'의 영향으로 근소한 차이로 이 후보가 앞설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라 당직자들은 얼굴을 붉히고 말을 삼갔다.

한 당직자는 "출구조사는 다 거짓말이다"면서 "그래서 난 TV 안 볼 것이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당직자는 "다 끝났다"며 망연자실 했다. 관계자들이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자 조용히 TV를 주시하던 강재섭 대구시지부장은 "서울 수도권이 결국은 당락을 결정할 것"이라면서 "오차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실망하지 말고 결과를 기다리자"며 달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은 초상집 분위기에서 잔치집으로 바뀌었다. 민주당 대구·경북 시지부에 모여있던 관계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한 관계자는 "오후 들어 반전했던 결과가 그대로 나타난 것"이라며 "예상된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권기홍 대구시선대본부장은 "아직 기뻐할 시점은 아니다"면서 "윤곽이 나올 때까지 좀 더 지켜보자"고 조심스러워 했다.

한편 민주노동당 대구시지부는 여론조사가 결과에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허경도 대구시지부 사무처장은 "7%를 목표로 했는데 씁쓸하다"면서 "100만 표는 무조건 지켜야 한다고 했는데 좀 힘들 것 같지 않느냐"고 털어놨다. 또 허 처장은 "결국 정몽준이 피해를 많이 준 것 같다"고 진단했다.

출구조사 발표에 "노무현! 노무현!" 환호 이어져
[서울 명동 앞 표정] 20~30대 시민들 '승리의 기쁨' 만끽


▲ 명동 밀리오레 앞에 모인 시민들이 출구조사 결과 발표에 환호하고 있다.
ⓒ 송정근 기자
서울 명동 밀리오레 앞에는 SBS가 마련한 야외무대에 대형텔레비전이 설치됐다. 6시가 다가오자 지나가는 시민들이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쇼핑하러 나온 20대가 대부분이었지만 10대 청소년이나 30대 부부들도 많았다.

6시를 1분여 남겨두고 PD가 무대 앞 시민들에게 "6시가 되어 내가 손짓을 하면 '와' 하고 소리를 질러달라"고 주문했다.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10, 9, 8, 7... 카운트다운을 셌고 6시가 되자 함성을 질렀다. 조금 뒤 결과가 나오자 함성은 더욱 커졌다.

20대는 물론,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들까지 "와~ 노무현이다!"이라며 환호를 질렀다. 젊은 세대가 대부분이어서 그런지 시민들의 반응은 '승리의 기쁨'이었다. 기호 2번을 나타내는 브이자를 만들어 보이거나 주먹을 흔들며 "노무현! 노무현!"을 연호했다.

시민들은 각 지역 출구조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와' 혹은 '우' 하는 소리를 내며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 가족끼리, 혹은 친구나 연인끼리 껴안으며 "됐어. 됐어"라는 소감을 주고받았다. 입으로 손을 막은 채로 "어머, 어쩜 좋아"라며 말을 잇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윤천주(29)씨는 "생각보다 더 잘 나왔다"며 자꾸 새어나오는 웃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윤씨는 "거리에서 서로 공감하는 사람들끼리 결과 발표를 들으니까 더 좋다"고 덧붙였다.

역시 노 후보를 지지하는 김정연(21)씨 역시 "나름대로 만족한다"며 "아직까지 지연에 따른 투표관행이 바뀌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한 20대 시민은 "후보간 차이가 오차범위 내에 있어 두고봐야 알겠지만 이번 발표는 안 맞을 것이다. 이 후보가 될 거다. 확실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가자! 광화문으로"
노사모 회원들 속속 집결

▲ 광화문 네거리에 모여 <동아일보> 전광판을 통해 개표 상황을 지켜보는 노사모 회원들.
ⓒ오마이뉴스 김지은

오후 6시 정각 방송3사의 출구조사가 발표된 직후부터 노사모 회원들이 광화문으로 속속 집결하고 있다. 이 모임은 당초 예정된 것이 아니라 노사모 회원들이 인터넷에 광화문 모임을 제안한 이후 자연스럽게 시작된 것이다.

오후 6시 40분 현재 광화문 네거리 동화면세백화점 앞 광장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70여 명의 노사모 회원들이 모여 일민미술관 옥상에 설치된 대형전광판을 지켜보면서 노후보가 앞서는 수치가 나올 때마다 환호하고 있다. 이들은 노판색 점퍼에 노란색 모자, 노란풍선 등 노란색으로 이 일대를 물들이고 있다.

모임에 참석한 노사모 회원 김영근씨(44, 한의사, 아이디 '일몽')는 "일단 기분이 좋다. 영남지역서 좀더 표가 많이 나왔으면 지역감정 해소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김씨는 지난밤 정몽준 대표의 노후보 지지철회 파문과 관련, "나라의 운명이 걸린 중대한 사안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아 서운했다"며 "오늘은 주변사람들에게 전화로 투표를 독려를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노사모 회원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지난 6월 월드컵 응원과 지난 12월 14일 '촛불시위'에 이어 다시 광화문이 사람들로 넘쳐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7시30분 현재. 동화면세점 앞은 노란풍선의 물결이다. 노사모 회원들은 400여명으로 불어났다. 이들은 행인들에게 노란풍선을 나눠주거나 삼삼오오 모여 전광판의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아이디 0sim을 쓰는 노사모 회원 김종기(34)씨는 "지금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며 "노무현 후보가 여기 있다면 한번 안아주고 싶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노란 머플러에 노란 점퍼를 입고 희망돼지 스티커를 얼굴에 붙인 노사모 회원들은 현재 20여명 언론사 기자들의 취재대상이 되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 김지은 기자


노 후보의 형 건평씨 "국민에게 사랑받는 대통령 되길"
[노무현 후보 고향풍경] 농악대 앞세우고 축하연 벌여


노무현 후보가 앞섰다는 각 방송사의 예상 득표율 조사결과가 발표되자 노무현 후보의 고향마을 200여명 주민들은 너나 없이 환호성를 올렸다. '통일 대통령 동서화합 대통령'이라 쓴 대형 플래카드도 마을 입구에 내 걸렸다.

이어 22명으로 구성된 진영농협 풍물패가 등장했고, 이들은 장고와 북을 울리며 분위기를 돋궜다. 몇몇 주민들은 노 후보의 형 건평씨를 헹가래 치며 기뻐했다.

건평씨는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설레는 동시에 걱정스럽기도 하다"며, "어젯밤에 정몽준씨가 지지철회를 한 후에 잠을 자지도 못했는데 오늘 오후부터 유리하다는 소식을 듣고 희망을 갖게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말에 가서 친인척비리 등으로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는데 동생은 그런 것을 경계해 국민들에게 사랑 받는 자랑스런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천하창생 살리는 새 대통령이 뽑혔으면"
[투표일 시골마을 풍경] 경남 하동과 전남 광양의 유권자들은...


▲ 경운기 타고 투표장으로...
ⓒ 오마이뉴스 조호진
새 대통령을 뽑는 아침이 밝았다. 간밤의 지지철회 소동으로 정치권과 언론은 난리굿을 피었지만 이 곳, 경남 하동과 전남 광양의 유권자들은 묵묵하게 섬진강의 아침을 맞았다.

청정한 섬진강은 그렇게 표리부동(表裏不同)한 행동이, 한 입으로 두 말하는 변죽스런 처사가 못 마땅한지 유난히 푸르딩딩해 보인다. 조석(朝夕)으로 변하는 게 인간사라고 하지만 국민 앞에 선언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린 지지철회 소동에 섬진강 사람들은 "이것 참, 못 믿을 게 정치인의 약조라더니..."라며 혀끝을 찼다.

섬진강 유권자들은 아침보다 빨리 깨어나는 오랜 습관을 가지고 있다. 이날은 새 대통령을 뽑는 남다른 날이어서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햇 새벽을 맞았다고 했다. 지난밤부터 단단히 챙겨 놓은 주민등록증과 도장을 꼬박 챙긴 뒤, 먼동이 트는 아침을 맞아 신성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나섰다.

도시가 각박한 승부의 격전지라면 시골은 다정다감한 주권의 행사장이다. 한 시절에는 막걸리와 고무신이 판을 치기도 했지만, 이제 깨끗한 한 표를 행사하는 시골의 정취는 한국의 정서가 그대로 남아 있는 토착 민주주의의 보루가 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경남 하동군 화개면과 전남 광양의 다압면 투표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경남 하동과 전남 광양의 투표날 풍경기사 전문보기

"젊은층의 정치무관심과 투표 포기가 걱정된다"
[대구 표정] 이회창 후보의 높은 지지 속 선거결과는 '암흑'


▲ 19일 오전 6시 30분, 대구 안심1동 제5투표구 투표소에서 새벽부터 찾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절차를 밟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19일 오후로 접어들자 대구지역 투표율도 오전에 비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오후 3시 현재 전국적으로 투표율이 지난 97년 대선보다 낮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구의 투표율은 15대 대선 투표율 54.7%보다 다소 높은 55.5%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경북지역은 15대 대선 때인 62.2%보다 낮은 56.6%의 유권자가 투표가 참여했다. 대구시선관위 관계자에 따르면 "날씨가 포근해 투표율이 다소 예년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것 같다"며 "최종투표율은 80-81%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경북도선관위 관계자도 "15대 대선보다는 낮은 수치지만 오후 늦게 투표자가 몰릴 수 있다"며 투표율 상승을 전망했다.

한편, 대구지역에서 선거결과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회창 후보 지지의 뚜렷한 강세 속에서도 정몽준 대표의 노후보 지지 철회가 어떤 현상을 빚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후 3시에 기자가 방문한 동대구역. 공중파 방송의 특별한 선거보도가 이어지지 않은 탓인지 선거에 관한 이야기들이 오고가는 모습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민들은 선거결과를 '이회창 후보 당선'으로 내다봤다. 투표를 마치고 가족들과 기차여행을 간다는 박기용(48)씨는 "대구는 아무래도 이회창 지지표가 많이 나오지 않겠느냐"면서 "애초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었지만, 어제 정몽준 대표의 결별을 선언한 탓에 노무현 지지도가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투표권은 없다는 곽경철(19. 대학생)씨는 "아버지를 비롯해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부 이회창을 찍는다고 말했다"면서 "노무현을 DJ의 꼭두각시라고 보는 시각이 지역에서 상당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19일 대구 표심에 대해 전문가들은 뾰족한 '예측'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선유권자대구시민연대 김중철 집행위원장은 "TK지역의 선거결과는 더욱 암흑으로 빠지게 됐다"면서 "MJ의 지지 철회가 젊은 층의 상당수 이탈을 낳을 가능성이 높고 '이러다 노무현 되는 거 아니가'라는 정서는 상당히 희석됐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은 "전반적으로 저조한 투표율이 선거결과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대구대학교 홍덕률(사회학) 교수도 "전혀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MJ의 지지율 철회로 생기는 반작용이 MJ를 통해 얻었던 노 후보의 지지를 상쇄시킬 수 있는지가 관건이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오후 들어 젊은 층 투표율이 오를지가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후보단일화를 통해 참신한 정치의 새 모습을 봤던 젊은 층이 이번 MJ의 지지철회로 정치적 무관심 속에 투표를 포기하지 않을까"라고 우려를 전했다.

온 국민의 축제, 장애인 주권은 없다.
[장애인 투표 참여 동행] 김형수씨 "국민 모두 행사하는 주권을 우리는...


▲ 김씨가 투표장에 들어서자 도우미가 재빨리 다가와 그를 부축했다.
ⓒ 권박효원
뇌병변 2급 지체장애인 김형수(28.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생)씨는 대선에 참여하는 것이 처음이다. 먼 투표소까지 힘들게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3김이 아닌 다양한 인물이 골고루 등장한 최근의 달라진 정치상황을 보면서 이번에는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9일 오전 11시 전동스쿠터를 타고 집을 나선 김씨는 투표소인 마포구 연남동 연남교회로 향했다. 김씨는 기자에게 "이 곳 투표소도 열악하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좁은 골목을 지나 찾은 연남교회는 한눈에도 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려워 보였다.

우선 계단이 높았다. 게다가 출구가 따로 없어 한 계단으로 투표장을 드나들어야 했지만 그러기에는 계단 폭이 좁아 사람들이 붐볐다. 또한 각 계단의 높낮이가 일정치 않았다. 지체장애인은 물론, 시각장애인이 넘어지기 딱 좋은 구조였다. 손잡이 난간도 계단 중간부터 시작하고 있었으며 그나마 중간에 끊어져 있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은 아예 없었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기표소가 너무 좁았다. 김씨는 "지지대도 없는 협소한 기표소에서 목발을 짚고 서서 기표를 하는 것이 넘어질 것 같아 불안했다"고 말했다. 휠체어 장애인은 들어갈 수도 없고 들어간다 하더라도 앉아서 투표하기에는 기표대가 너무 높았다.

"내가 처음 투표용지 쥐던 날"
[우리동네 투표소-④]

12월 19일, 제16대 대통령을 뽑는 날이 밝았다. 오늘은 많은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날이 되겠지만, 1981년에 태어나 올해 처음 투표권을 갖게된 나에게는 일생일대 기억에 남는 날이 될 것이다.

서울시 중랑구 면목2동 중랑초등학교 제3투표소. 내 소중한 한 표가 행사될 곳이다. 6년 동안 초등교육을 받기도 했던 이곳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려니, 감회가 새로웠다. 출근을 위해 아침 일찍 아버지와 함께 투표를 하고 오셨다는 어머니를 뒤로하고, 투표를 하기 위해 투표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에서 투표소까지 가는 거리는 고작 5분. 하지만 오전 9시가 넘은 시각인지라 투표소로 향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투표소로 향하는 이들, 부모님을 모시고 나온 사람들 등. 무엇인가 바쁜 일이 있는지 머리에 까치집을 짓고 투표소로 뛰어들어가는 사람도 볼 수 있었다.

제2투표소 앞에서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있는 사람들의 틈을 지나 제3투표소에 도착했다. 지갑을 꺼내 학생증과 일련번호가 적혀있는 종이를 제시하고, 내 이름이 적혀있는 종이를 받아 다시 한번 확인 절차를 거쳤다. 그 후 내 이름이 적혀있는 명부에 사인을 한 뒤에야 비로소 투표용지를 받을 수 있었다.

드디어 내 손에 쥐어진 투표용지. 흰색 종이에 검은색 글씨와 줄로 만들어진 투표용지를 들고 '기표소'라고 쓰여진 곳으로 들어갔다. 기표소에 준비돼 있는 기표기구에 빨간색 스탬프를 묻힌 뒤 미리 정해놓은 후보의 이름 옆에 꾹 눌러 찍었다. 투표용지를 너무 세게 접을 경우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접은 뒤 투표함에 넣었다. (어제 밤 내내 "투표용지를 가로로 접어야 하나, 세로로 접어야 하나"로 고심했다.)

처음 내 손에 쥐어진 투표용지. 투표용지를 받았을 때, 그 환희에 찬 느낌과 투표용지의 감촉은 내 머릿속에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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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도와주려 하는 도우미
"도움받는 장애인 의사 존중해야"


아빠가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우리동네 투표소-③네티즌:들불바람] 2002/12/19 오전

한밤중에 벌인 정몽준씨의 반란을 보며 한 아빠는 눈물이 났습니다

전남 고흥에 사는 이 아빠는 서울에서 대학 다니는 두 딸이 생각났습니다. 두 딸은 부재자 신고도 않은 상태였고 투표장이 너무 먼 고흥이어서 기권을 할 예정이었습니다. 아빠는 밤 11시에 떨리는 손으로 두 딸에게 전화했습니다. 심야버스 타고 당장 내려오라고 했습니다.

잠자던 두 딸이 선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듣고 거부했습니다. 시험 때문에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아빠는 답답해서 소리쳤습니다. 너희 둘이 투표하지 않으면 역사가 후퇴한다고, 정몽준 같은 정치모리배가 한국 정치판을 좌지우지하는 모습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이 순간 두 딸이 투표를 하지 않음으로써 역사에 죄를 짓고 싶지 않다고 아빠는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두 딸이 서울에서 심야버스를 타고 바로 출발했습니다. 새벽 4시 10분, 광주에 도착한 두 딸을 아빠가 마중 나갔습니다. 그리고 고흥까지 데려와 투표를 마쳤습니다. 지금 막 아빠는 시험 준비에 바쁜 두 딸을 여수 공항에서 비행기를 태워 서울로 보냈습니다. 아빠는 이륙하는 비행기를 보며 자랑스런 딸, 자랑스런 아빠를 확인할 수 있었던 오늘을 영원히 기억하리라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투표에서 김형수씨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것은 도우미와 투표참관인들의 태도였다.

이들은 김씨가 투표소에 도착하자 급하게 뛰쳐나와 그를 도우려 했다. 한 남성은 말없이 등을 돌려댔다. 업히라는 뜻이었다. 김씨가 계단에 올라서자 부축하려 했고 "(줄서지 말고) 먼저 하세요"라며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연신 "괜찮습니다. 혼자 할 수 있습니다"라고 답하던 김씨는 결국 '새치기'로 순식간에 투표를 마쳤다.

그러나 정작 김씨는 '다른 사람처럼' 투표에 참여하고 싶었다.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며 여러 후보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었고, 함께 줄선 동네 사람들의 동향도 읽어보고 싶었다. 특히 자신의 의향은 묻지도 않고 등을 돌려댄 것은 김씨에게 주체적인 '선택권'을 무시한 행동으로 느껴졌다.

김씨는 "왜 내가 사람들에게 나의 장애에 대해 괜찮다고, 부축하지 않아도 된다고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비장애인은 아무도 그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남성도우미가 막무가내로 장애여성을 업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그러나 장애여성을 업을 만한 여성도우미는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온국민의 축제라던 선거일에 장애인 김형수씨의 투표는 서글픈 기억으로 남았다. 김씨는 "국민이 유일하게 힘을 갖는 날인데 장애인도 주권이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며 이 날 투표의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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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보다 참여가 더 큰 기쁨입니다"
[귀향버스 투표팅] 캠페인 둘째날 풍경


▲ "내 손으로 대통령 뽑으러 갑니다!" '고향버스 투표팅' 캠페인 버스에 오른 젊은이들.
ⓒ 오마이뉴스 김지은
"기권도 의사표시라고 하는데 그것보다는 자기의 성향과 조금이라도 비슷한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지는 게 더욱 진정한 의사표시 아닐까요?" - 김권순(인하대 2년)

"아무리 정치판이 부패했어도 국민들이 투표권을 행사해 국민의 힘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국민의 표가 얼마나 소중한지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요? 방관보다 참여가 큰 기쁨입니다." - 권오정(27·유학준비 중)

"당연한 투표행사권을 포기하면 앞으로 뽑힐 대통령에 대해 말할 자격까지 함께 내놓는 것이죠." - 김영숙(29·직장인)

"국민으로서 당연한 권리 행사하러 갑니다. 내가 살 5년동안 함께할 대통령, 내 손으로 뽑아야하지 않겠어요?" - 신은경(가명, 이화여대·1)

"지금껏 지지해왔던 후보 찍으러 갑니다." -한상엽(고려대 4년)


"귀향버스 타고 투표하러 간다!"

▲ 이날 캠페인에 참여한 학생들은 모두 "선거일에 투표하러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 오마이뉴스 김지은
19일 아침 8시 30분 서강대 정문 광장. 학생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커다란 여행가방에 마실 것이며 먹을 것을 들고 서 남학생. 단촐한 차림으로 신문을 보고 있는 여학생… 모두들 추운 날씨 이른 시각이지만 '당연한 권리행사'를 하기 위해 모였다.

이들은 다름 아닌 '고향버스 투표팅' 캠페인에 참가한 젊은이들이다. '고향버스 투표팅'은 <오마이뉴스>와 대학 전문 인터넷 뉴스사이트 <유뉴스>가 젊은층의 투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기획한 캠페인이다.

고향에 투표하러 가기 위해 모인 젊은이들은 출발 전 모두 "내 권리를 행사하러 가는 당연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군에서 제대한 후 올해 처음 대선을 치른다"는 김권순(인하대 2년)씨는 "어차피 투표하러 고향에 가려했는데 저렴한 가격에 이런 행사를 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른 시각에 나오는 게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누구를 찍든 의사표시를 당당하게 하는 것이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이니 당연히 투표 하러 가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등뒤에 기타를 맨 채 가방을 들고 서 있던 문혜령(서울교대 2년)씨는 "아침을 못 먹고 나왔다"며 초코바를 베어 물었다. 문씨는 "웹서핑 하다가 이런 캠페인이 있는 것을 알게 돼 왔다"며 참여 계기에 대해 말했다. 그는 "처음 참여하는 대선이라서 책임감이 느껴진다"며 투표를 앞둔 소감을 밝혔다.

"지난 밤 갑작스런 뉴스에 잠 못자… 내가 지지하는 후보에 표 주러 간다"

밤새 일어난 정몽준 대표의 노무현 후보 지지철회로 투표참여의 뜻을 굳힌 학생도 있었다. 김권순씨는 "지지했던 후보 중 한 명과 관련된 일이라 밤새 갈등했다"며 "그렇지만 이젠 뜻을 굳혔으니 마음을 정한 후보에게 표를 주러 간다"고 밝혔다.

언론 보도를 지켜보느라 거의 밤을 샜다는 김건우(서울대 박사과정)씨는 "무난한 선거가 될 줄 알았는데 어제 밤 이후 내가 역사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누우면 못 일어날 것 같아 잠도 자지 않고 나왔다"면서 "선거일에 투표하러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이유를 묻는 것은 우문"이라며 투표에 대한 열의를 표현하기도 했다.

버스에 오른 학생들, "미팅 보단 투표가 중요"
'젊은표' 실은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 "기특한 학생들, 덩달아 기분 좋아"


▲ '고향버스 투표팅' 버스에 오르는 학생들.
ⓒ 오마이뉴스 김지은
애초 캠페인 기획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버스안 미팅'은 잘 이뤄질까. 학생들 대부분은 "순수한 투표권 행사하기 위해 참여했다"며 "미팅참여는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이날 학생들과 함께 버스에 오른 박종진 <유뉴스> 편집장은 "가는 내내 지루하지 않게 만들 것"이라며 "퀴즈, 자기소개 등으로 투표하러 가는 길을 즐겁게 만들겠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이날 '소중한 젊은표'를 싣기 위해 준비된 버스는 총 두 대. 이중 마산·창원 방면 버스의 운전을 맡은 하리마우(예명, 50·ㅎ관광 소속)씨는 "기분이 좋고 학생들이 기특하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요즘 젊은층 투표율이 낮은 데 대해 "우리가 젊었을 때는 꼭 가서 투표를 하곤 했는데 왜 안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제껏 2번빼고 모두 투표해 참여했다"는 하리마우씨는 이날 정작 자신은 투표하지 못했다. "버스운행으로 도저히 시간이 안 맞았기 때문"이다. "소중한 표를 싣고 가는 중요한 일을 맡았으니 그것으로 대신할 수 있겠느냐"는 말에 "그래도 나도 꼭 참여했어야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 소중한 '젊은표'를 싣고 고향으로 달려갈 버스.
ⓒ 오마이뉴스 김지은
이날 고향에 가기 위해 모인 학생들은 70여명. 캠페인 첫날인 18일 오후엔 100여명이 '투표 버스'에 올랐다. 신청자가 총 400여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이틀 간 캠페인 참여율은 50%가 채 못된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유뉴스>와 2030유권자네트워크 측은 "적자가 났지만 끝까지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젊은층 투표율 높이기는 올해에만 국한된 캠페인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전 9시 30분, 두 대의 버스는 고향으로 출발했다. 젊은표 투표율을 올리기 위한 캠페인의 첫발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판세 역전될 것 같다", "별 영향 없는 것 아니냐"
[대전 표정]'지지철회' 표심 향방 해석 분분, "투표율 내려갈 것"


▲ 대전 지역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 앞에 길게 늘어서 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대전시민들은 18일 정몽준 대표의 노무현 후보 지지 철회에 대해 다소 혼란스런 분위기다. 전반적으로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3개 투표소를 돌아본 결과, 정 대표의 '지지 철회 결정'을 모르고 투표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눈에 띈다.

또 이미 지지 후보를 결정한 고정 지지층의 경우 지지 후보를 바꾸는 경향은 없었지만, 일부 부동표와 정 후보의 표에서 노 후보로 옮겨간 표들의 경우 이 후보로 돌아서거나 투표를 포기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물론 '지지 철회' 사실을 알아도 상관없이 결정했다는 반응도 상당수 있다.

어쨌든 이 후보 지지자들의 경우는 표정이 밝은 반면, 노 후보 지지자들은 걱정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다음은 투표소에서 기표를 하고 나온 대전 시민들의 반응이다.

장재교(47. 삼천동)씨 "노무현이 말을 너무 가볍게 해서 대통령이 되도 농담이나 사담으로 하더라도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 실수 계속할지 모른다. 어제밤 찜질방에서 만난 사람들은 실제 노무현 지지자들도 이 지지하거나 투표 포기하겠다고 한 사람들이 많았다. 투표장에 갔다가 그냥 나온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윤 모씨(53. 탄방동. 주부) "아침에 이 사실을 알았는데 서민의 입장에서 서민을 도울 것 같은 후보 찍었다."

이재승(27. 삼천동) "이 사실이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았고 정책을 보고 국정 경험이 풍부할 것 같은 사람을 찍었다."

김준호(31. 삼천동) "어제 그 일은 정몽준의 정치 전략이거나 이회창 쪽의 보이지 않는 뭔가가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영향을 많이 미칠 것이다. 실제 그런 얘기 많이 한다."

김성환(48. 대화동) "안정감 있는 후보를 선택했다. 정 대표의 노 후보 지지 철회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어제 발표 이후 많은 전화를 받았는데 의견이 분분하다. 어제까지만해도 노정 단일화 영향으로 노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이완형(56. 대화동) "지지 후보가 바뀌지 않았다. 원래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했다. TV 토론을 보긴 했는데 역시 원래 지지하는 후보가 더 낫다는 것을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정의 노 지지 철회는) 영향이 많을 것으로 본다. 특히 정을 지지했다가 노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영향이 많을 것으로 본다. 어제까지는 노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았는데 지금은 뒤집힐 것 같다."

정일택(32. 둔산동) "오히려 정 대표의 지지철회 선언 자체가 우스워 보였다. 왜냐면 선거운동 시한을 몇 시간 남겨두지 않고 나온 일인데 그렇다면 단일화는 얘들 장난 아닌가. 시험공부 같이 하다가 시험시간 한 시간 전에 나는 시험 같이 볼 수 없다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 같다."

한 택시기사 "서민생활을 안정화시킬 후보를 찍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손님 10명 중 7, 8명은 노를 지지했다. 그러나 오늘 아침에 몇 분의 손님을 태웠는데 아예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한편 민주당 대전선거대책본부(본부장 김창수)는 19일 성명을 내고 "겨울을 이겨낸 나무에만 나이테가 생기듯이 어제 밤의 시련을 이기고 국민승리와 국민대권 탄생은 꼭 이루어질 것이다"고 밝혔다.

또한 "양당간의 선거공조는 철회한다고 철회되는 것이 아니고, 국민과의 약속이자 시대적 명령"이라면서 "국민의 명령이 단일화를 만들어 낸 것이며 앞으로도 흔들림없이 국민단일후보 노무현이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통합 21 정하용 대전시지부 지부장, 인창원 중구지구당 위원장, 청년위원회공동본부장 및 1200인 등은 19일 오전 11시에 긴급성명을 내고 "국민과의 약속인 노-정 연대와 선거공조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오늘 새벽 긴급당직자회의에서 '지지철회를 철회'할 것을 결의한 것을 존중하며,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두 당과의 공조와 국민과의 약속은 이후에도 철저히 지켜질 것이다"라며 "우리는 국민단일후보 노무현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고 밝혔다.

민노당의 한 관계자는 "정몽준 대표의 노무현 후보 지지철회가 전체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민노당에는 크게 유리하지도 그렇다고 불리하지도 않을 것이다. 대전에서 약 10%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제발 이분이 대통령이 되게 해주세요..."
[우리동네 투표소②-송정근]대통령 선택에 대한 묘한 흥분


▲ 경기도 고양시 행신1동 제14 투표구 풍경.
ⓒ 오마이뉴스 김지은
따뜻한 이불의 온기를 빼앗기기 싫어 잔뜩 움츠리는 아침, '아참! 오늘 대통령 선거일이구나!' 묘한 흥분이 일었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을 선택하는 기회가 주어진 것은 작은 긴장감과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이었다.

늦은 아침을 먹고 나만이 알고 있는 비밀을 언제 이야기하는가 고민하는 어린이처럼 부산을 떨던 나는 더 이상의 인내심을 가지지 못하고 투표소로 뛰어갔다.

'와!' 눈을 의심했다. 주말에 놀이공원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긴 줄이었다. 못내 나의 선택이 늦어짐에 아쉬움이 일었지만 한 가지 이상한 일이 있었다. 줄의 끝은 여느 곳의 그것과 같았지만, 사람들의 표정만은 하나같이 밝았다.

기다림에 지루해하는 이들도, 줄의 길이를 접한 후의 짜증 섞인 얼굴도 그 곳엔 없었다.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다는 즐거움이 얼굴에 가득했고, 권리행사 후에 휴일을 즐기려는 듯 나들이 복장을 한 이들도 보였다. 어버이로서의 모범을 보이려 어린아이와 함께 나온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지루한 기다림이 이어졌지만, 투표 참여의 즐거움 때문이었는지 그 곳의 사람들의 밝음 때문이었는지 기쁜 마음이 이어졌다. 이 때 정말 아름다운 일이 일어났다. 우리나라의 모든 투표의 역사와 함께 한 듯한 할아버님이 자식들의 부축을 받으며 투표장으로 힘든 걸음을 하는 것이었다.

병원에서 재활환자들이 쓰는 걸음마 보조기구를 조금씩 옮기면서, 한 걸음 옮길 때마다 힘겨움에 몸을 휘청이면서 내 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도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투표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 기계적인 투표소 직원들의 몇 번의 확인 절차가 끝난 후 내 손에는 후보자들의 이름이 쓰여진 종이 한 장이 주어졌다.

'제발! 이 분이 대통령이 되게 해주세요' 떨리는 마음으로 기표소 안에서 기표기구에 스탬프의 빨간 잉크를 몇 번이나 묻힌 후 희망을 담아 기표를 마쳤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하늘은 유난히 맑았다.

"5년에 한번씩만 국민이 주인되는 나라는 안됩니다."
[우리동네 투표소①-김지은] ○○교회-경기도 고양시 행신1동 제14투표구


▲ 새벽 7시 20분 현재 우리동네 투표율 2.8%. 고양시민인 나는 마을 가운데에 우뚝 서있는 한 교회에서 투표를 하게 됐다.
ⓒ 오마이뉴스 김지은
○○교회.

오늘 내 소중한 권리를 행사할 곳이다. 경기도민이자 고양시민인 나는 우리 마을 가운데에 우뚝 서있는 한 교회에서 투표를 하게 됐다.

이 교회는 바로 옆에 있는 △△교회와 더불어 마을 교회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스스로를 "나일론 개신교인"이라 부르는 나는 아직 이 교회에 가본 적이 없다.

두 교회를 번갈아 가본 후 마음에 맞는 곳을 선택할 작정이었지만 이사온 지 6개월이 되도록 △△교회에 딱 한번 가봤을 뿐이다. 새 대통령을 뽑기 위해 이 교회를 방문하게 될 줄이야.

새벽 7시 30분, '신성한 마음'보다는 '심란한 마음'으로 투표소로 들어섰다. 어서 투표를 마치고 다른 취재장소로 가야했기도 했고, 지난 밤의 예기치 않은 뉴스가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등의 생각으로 머리 속이 복잡했다.

▲ '○○교회-행신1동 제14투표구', 오늘 내 소중한 권리를 행사할 곳.
ⓒ 오마이뉴스 김지은
투표는 교회 1층 교육관에서 이뤄졌다. 들어서기도 전 문밖에서 줄지어 서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대부분 남자들이었다. 내 뒤로도 30대로 보이는 한 남자가 바쁜 기색으로 들어섰다.

그는 "오늘도 출근을 해야한다"며 "그래도 투표하고 가려고 새벽에 나왔다"며 숨을 돌렸다. 내 앞으로도 15여명의 유권자들이 투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부분 정장 차림이거나 외출복 차림으로 "투표일에도 출근해야 하는 동병상련"을 지닌 사람들로 보였다.

오전 7시 20분 현재 행신동 제14투표구 투표율은 약 2.8%. 총 1764세대 2864명의 유권자 중 약 100여명이 '새벽 투표'를 마친 셈이다.

"투표소로 선거행정 근무를 나왔다"는 고양시 공무원 원용국씨는 "아침 7시가 지나고 부터 사람들이 많이 늘고 있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투표시작 전부터 나와 준비를 했을텐데 정작 자신은 투표를 했을까?

그는 "공무원이라서 며칠 전 부재자 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5년의 대한민국, 아니 새 세기를 열 대통령을 뽑기 위한 내 권리 행사는 10분도 채 안돼 끝났다. 정신없이 투표소를 나섰다. 이어 작지만 지금껏 제대로 이뤄져본 적 없는 바람을 또 가져본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5년에 한번씩만 국민이 주인 되는 나라'는 더 이상 안된다고.

"민주주의는 입이 아니라 참여로 실현"
선거일 새벽 작가들은 어떤 심정?

대선을 하루 앞둔 18일 저녁 광화문. 현기영(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의 산문집 <바다와 술잔> 재판 인쇄 돌입을 축하하기 위해 현기영과 강형철, 이승철 시인 등이 저녁을 함께 했다.

이후 자리는 신촌의 한 카페로 이어졌고 이문재, 이산하 시인 등이 합류, 투표일인 19일 새벽 1시경까지 이번 대선과 관련된 여러 얘기를 나누었다.

현기영은 "민주주의는 입이 아니라 참여로 실현되는 것"이란 말로 젊은 세대가 정치무관심을 접고 투표에 적극 참여해줄 것을 부탁했고, 이산하 시인 역시 "하찮아 보이지만 자신의 찍은 한 표가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며 지난한 민주화운동의 결실로 얻은 귀한 참정권을 포기하지 말 것을 재삼 강조했다.

강형철 시인이 "대통령직선제를 쟁취했던 87년 6월항쟁의 함성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며 추억을 떠올리자 이승철 시인은 "그때는 비용이 많이 드는 집회중심의 선거였는데, 이번 선거는 인터넷과 미디어가 판세를 좌우하는 선거로 변했다"며 급속히 바뀌어 가는 사회환경을 놀라워하기도 했다.

5명의 작가에게 "투표할 것이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돌아온 답이 어찌 그리 똑같았을까.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 그들의 반문은 참여를 통해 민주주의의 완성을 바라는 국민 모두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누구를 찍겠다고 했냐고? 글쎄, 이 말이 답이 될까? 이들이 속한 민족문학작가회의는 한국의 대표적 '진보'문인단체다. / 홍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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