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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중생 사건' 미군병사의 무죄 평결을 보도한 미국의 지역일간지 '마리에타 데일리 저널'.
<2신: 25일 오후7시10분>주한미군, 두 병사의 '이한' 공식확인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 군사법정에서 무죄 평결을 받은 미군병사 2명의 이한(離韓)을 공식 확인했다.

미8군 공보과는 24일 <오마이뉴스>의 '미군병사들의 전출 추진' 기사와 관련, 이튿날 "금명간 페르난노 니노 병장과 마크 워커 병장 모두 한국을 떠나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니노 병장은 전역을 신청했고, 워커 병장만이 해외전출을 갈 것으로 보인다.

공보과의 관계자는 "니노 병장은 무죄 평결 전부터 이미 전역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 니노 병장은 이미 3년간의 의무복무연한을 마쳤기 때문에 전역 신청이 가능하다. 워커 병장 역시 한국에서 1년이상 근무를 했기 때문에 해외 전출이 가능하다. 주한미군의 90% 이상이 한국에서 1년간 근무하는데, 워커 병장은 재판에 계류된 상태여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공보과는 이들의 구체적인 이한 사유와 향후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두 병사의 안전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혀 무죄평결로 증폭된 반미정서가 이들이 한국을 떠나는 직접적인 원인임을 시사했다. 두 미군병사가 소속된 미8군 2사단은 지난 18일부터 사단 병력들에 대해 밤10시 이후 통행금지령을 시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시민단체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가운데 미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지의 성직자와 시민단체 간부들이 잇달아 평결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 두 미군병사의 출국 의사가 확인됨에 따라 오산 미 공군기지 등 두 병사의 전출루트로 이용될 미군시설 주변에서의 반미시위가 예상된다.

<1신: 24일 오후6시39분>주한미군, '무죄평결' 병사 해외전출 추진

주한미군이 '여중생 사망사건' 가해 병사들의 해외 전출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는 현지인들은 물론, 일부 한인들조차 사건에 연루된 병사들을 '정치재판에 동원된, 반미감정의 희생양'으로 보는 시각이 감지돼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미8군의 한 관계자는 23일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사고차량 관제병 페르난도 니노(Fernando Nino) 병장과 운전병 마크 워커 병장(Mark Walker) 모두 빠르면 이번 주중에 한국을 떠나 타 지역 미군기지에 배치된다. 당사자들에게 이미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지만, 어느 지역으로 보낼 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미국이 될 수도 있고,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출 사유에 대해 "이들은 반미시위가 격렬했던 지난 여름 대부분의 시간을 기지에 머물러 있을 정도로 공포에 떨었다. 무죄 평결 이후에도 정상적인(abnormal) 업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고, 무엇보다 이들이 '악몽의 현장'을 떠나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36세의 워커는 무죄평결을 받은 22일 저녁 미국 조지아주 액워스(Acworth)의 누나에게 전화를 걸어 "서울의 반미 시위는 어느 정도 잦아들었다. 무죄평결로 모든 것이 끝났지만, 수일 내에 한국을 떠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워커의 누나 린 샘플스(Lynn Samples, 51)는 지역일간지 '애틀란타 저널-컨스티튜션(Atlanta Journal-Constitution)'과의 인터뷰에서 "동생이 풀려날 것은 확신했지만, 이렇게 빨리 이뤄질 줄은 몰랐다. 동생이 추수감사절(24일)에 맞춰 고향을 한 번 찾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워커의 가족과 이웃들은 밀린 변호사비를 갚기 위한 모금 활동을 당분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휴스턴 출신의 가이 워맥 변호사에게 돌아가는 변론비용은 적어도 2만7천 달러에 이르는데, 지난주까지 불과 2천 달러만이 모인 상황.

한편, 배심원 평결에 수긍하지 못하는 국내 여론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이번 재판을 '반미시위를 의식한 정치재판'으로 보는 시각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이 같은 시각 차이는 미국인뿐만 아니라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 16일 한인단체 '좋은 이웃되기 운동(GNC)'의 회원들은 애틀란타의 우드스탁 합굿공원에서 린 샘플스를 만나 금일봉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워커 병장의 누나 린 샘플스(가운데)에게 성금을 전한 한인단체 '좋은 이웃되기 운동(GNC)'의 회원들
ⓒ 미주 한국일보
이날 만남에서 박선근 GNC 대표(60·미국명 Sunny Park)는 "우리는 코리언-아메리칸으로 당신들의 이웃이다. 고통에 처한 이웃을 돕기위해 작은 정성을 모아 이곳을 찾았다. 우리의 뜻이 당신 동생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샘플스는 이에 대해 "동생을 돕기위해 기도해 왔는데 한국분들의 도움을 받게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정치적인 재판이 아닌 정당한 재판이 이뤄지길 간절히 소망한다"며 감사를 표했다.

샘플스는 무죄 평결이 나온 후에도 "이번 사고의 정황(circumstances)을 이해하는 몇몇 애틀란타 지역 한인들도 성금을 보내왔다. 마크가 한인들을 비롯해 자신을 지원해준 고향 사람들에게 감사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거듭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미주한국일보에 따르면, 박 대표는 "우리는 다만 워커 병장이 반미감정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원치않으며 '과실치사'에 대한 공정한 재판이 이루지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평결이 있기 전부터 승소를 확신한 워맥 변호사 역시 한국으로 오기 전부터 "반미시위 때문에 재판이 열리게 됐다"고 말해 한미 양국의 현격한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미국 조지아주의 지역일간지 '마리에타 데일리 저널(Marietta Daily Journal)'에 따르면, 워맥 변호사는 지난달 11일 이 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진행중인 시위들이 이번 건으로 재판이 열리게 된 주원인이다. 한국내 정치 풍토 때문에 미군 2사단장이 재판을 하기로 결정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The ongoing demonstrations are the main reason why the case is going to trial. My suspicion is that because of the political climate in Korea, the commanding general for the second infantry division decided to take this to trail.")

변호사비 모금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수 보건(Sue Vogan) 역시 "두 미군 병사는 한국 경찰 조사와 미군 형법 32조에 따라 혐의를 벗었지만, 한국의 시위대들이 주한미군의 항복을 받아내 재판까지 가게 됐다. 시위만 아니었다면, 이번 일은 큰 문제가 안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은 주한미군으로 한국에 머물고 있는 남편으로부터 두 병사의 얘기를 듣고 미국 현지에서 모금운동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They have been cleared by an Article 32 investigation and by South Korean police, but protesters in South Korea have forced the military to cave in and take this case to trial. If it weren't for the protests, I don't think this would be a big deal.")

워맥 변호사는 21, 22일 양일간 열린 공판에서 날카로운 변론으로 시종일관 미군 검찰을 몰아붙였다. 군 검찰은 이에 대해 무기력한 대응으로 일관해 결국 두 미군병사의 무죄를 인정하는 듯한 인상마저 줬다. 이들이 맥빠진 공방전을 주고받는 동안 미군 배심원단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고, 평결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는 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평결이 끝나자마자 주한미군이 관련자들을 국외로 빼돌리려 하고, 일부 미국인들이 "반미시위 때문에 재판이 열렸다"고 안이한 사고방식에 젖어있는 이상 한미 행정협정(SOFA)을 개정해야 한다는 국내 여론도 더욱 힘을 받으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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